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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06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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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358g | 146*216*20mm |
ISBN13 | 9791188810123 |
ISBN10 | 118881012X |
『찬란한 멸종』 이정모 관장 특강 11월 30일(토) 오후 2시
2024년 10월 31일 ~ 2024년 11월 28일
그래제본소 : 더 나은 어휘를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2024년 10월 23일 ~ 2024년 11월 11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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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설 쓰는 자의 소설에 관한 이야기다. 대담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질문은 질문을 잘 하기로 소문난 전문가가 하고 있고,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름난 이야기꾼이 하고 있다. 조화가 잘 이루어져 얘기가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물처럼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적절한 발문은 저자의 지식과 마음을 표현하도록 하고, 그것은 우리들에게 이야기가 어떤 것인가? 이야기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이야기는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등을 자세하게 풀어주고 있다. 희대의 이야기꾼, <정유정>의 이야기 세계는 그렇게 우리들에게 다가와 충분히 감흥을 준다.
<정유정>하면 오늘을 사는 독자들은 잘 안다. 요즘 그의 작품을 한두 편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책을 읽었다고 얘기할 수가 없을 듯할 정도로 그녀의 작품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그는 그만큼 인구에 회자되는 작품들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종의 기원, 28, 7년의 밤’ 등 그의 작품들은 출간될 때마다 세인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만큼 이야기꾼으로선 인정을 받은 작가란 뜻일 게다. 특히 그의 작품은 거의 영화화 되었다. 그래서 영화로 나올 것을 기대하며 쓴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자의 질문까지 받는다. 하지만 그는 영화가 먼저가 아니고 소설이 먼저라 한다. 문자언어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그의 생각이다. 그 중 ‘7년의 밤’은 최근에 영화로 나온 줄 안다. 그것은 오늘도 지대한 관심의 대상으로 그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증거가 되기도 하리라.
나는 기본적으로 대중적 정서의 방향이 제시된 이야기에는 욕망을 느끼지 못한다. 행복이라든가, 평범한 일상이라든가, 아름다운 연인의 완벽한 사랑이라든가, 도덕적이고 고결한 삶이라든가.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운명의 변덕에 휘둘린 불운한 인간, 최선을 두고도 파멸로 치달아버리는 어리석은 인간, 욕망에 눈멀어 자신을 내던지는 무모한 인간,.......(P63) |
작가는 인간 본성의 어둠과 그에 저항하는 ‘자유의지’에 관심이 많다. 인간은 누구나 이중성을 지닌다고 마음에 담으면서 그 어둠의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고 그 흐름을 지켜본다. 그것을 그의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세하게 풀어준다. 그가 만든 작품 속의 인물들은 현실 세계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인물들이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이 가져다주는 요인이 작용하는 듯하다. 그는 제도화된, 규격화된 인물에 관심이 적다. 무엇인가 특별하고 기이한 행적과 생각을 보이는 인물에게 다가간다. 그러기에 그의 인물들이 상식을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인물들의 세미한 마음까지 쫓아가면서 분석해 내는 작가의 솜씨는 놀랍다.
작가는 이야깃거리를 주로 사건에서 많이 얻고 있음을 본다. 신문 기사나 주변의 사건을 볼 때 영감을 얻고 그 일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자료 조사를 하는 과정도 숱한 노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찾고 기록하고 묻고 마음에 넣고 전체적인 모형을 그려보고, 구상과 집필의 과정이 예사롭진 않다. 이래서 작가가 되는구나! 하는 감탄이 나오도록 한다. 그의 말은 그렇게 우리들을 몰입하도록 만들어 간다. 작품과 그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작품을 만들어 가면서의 심리까지 독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도록 만들어 나간다. 그만큼 그의 이야기에는 호소력이 있다.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은유다. 그리고 문학은 은유의 예술이다. 한 뼘 남짓한 인간의 머릿속에서부터 저 광활한 우주공간까지, 수만 년 전 사바나 시절부터 수백만 년 후의 미래까지, 인간과 삶, 세계와 운명을 한께 없이 은유해 내는 것, 그것이 문학이 품고 있는 원형적 힘이다. 온갖 영상매체가 현란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이 시대에 문학이 생존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나는 그 힘을 믿는다. 그리고 내가 다룰 수 있고 잘 다루고 싶은, 더 나아가 예술적으로 다룰 수 있기를 간절히 욕망하는 유일한 도구가 문자언어다.(P52) |
질문자는 많은 매체가 이야기를 전하는데, 특히 문자언어를 고집하는 이유를 묻고 있다. 저자는 그것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한다. 문자언어만이 가지는 묘미가 있다고. 우리는 이미지를 본다. 그럴 때 피사체를 보면서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그렇지만 그 이면의 의미를 읽지는 못한다. 생각은 해볼 수 있다. 사진을 찍을 때 화면 밖에 있는 여러 물상들을. 그리고 찍는 사람의 공간을. 하지만 그들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우리는 인식할 수 없다. 그런데 문자언어는 그렇지 않다. 이면을 보여줄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에서 그것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을 절정 부분에 숨겨 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가치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고 한다. 그럴 듯하다. 독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보거나 읽을 지라도 그 속에서 작가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야기를 엮어 가는가? 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읽기는 무의미하다. 작가는 그 소리를 잡으라고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꾼이 된 과정과 이야기가 그에게 무엇인지를 듣는다. 또 이야기를 하는 작가 자신의 삶을 듣고 그의 이야기하는 방법을 듣는다. 이야기를 하는 방법은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얘기를 하고 있다. 소재, 자료조사, 배경, 인물, 구상, 형식까지 그 실제를 경험으로 애기해 준다. 경험은 언어에 무게를 더한다. 그 무게로 인해 곳곳의 얘기가 활기를 얻고 있다. 많은 예화들이 이야기를 진솔하게 만들어 나가는 기능을 한다. 또 이야기는 경험에 의해 도출되는 것이기에 힘이 있다. 듣는 자들은 그 내용을 솔깃하게 마음에 담을 수 있고, 그것을 활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된다. 독자들에게 가치 있는 읽음이 되는 것을 느껴 볼 수가 있다.
<질문자는 많은 질문을 해나간다.>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재미와 의미인가 *문자언어로만 이야기를 전달하겠다고 고집할 이유가 있는가 *등단까지가 힘들었지 등단 후에는 꽤 순조롭게 풀린 편 아닌가 *이야기에 미학적 감동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작가는 자기 테마를 어떻게 발견하나? 쓰다 보면 자신의 성향을 알게 되는가 *작가의 의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본격적으로 소설 쓰기에 대해 얘기해 보자. *소설을 쓰게 만드는 질문에 대한 기준이 있을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인가 *전문가 얘기가 나왔으니 자료조사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실제를 놔두고 굳이 실제 같은 가상공간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공간 설정이 가장 힘들었던 소설은 무엇인가 *정유정의 문장은 단문의 간결함과 속도감이 특징이다. 혹시 본인만의 문장 훈련법 같은 것이 있는가 *질서정연하면서도 한눈에 보이도록 묘사하는 어떤 원칙이나 팁이 있나 *탈고는 언제 하나, 저절로 시기를 알게 되나 *다음 작품 계획은 |
많은 질문이 있다. 이런 질문에 성실하게, 솔직 담백하게 얘기를 들려준다. 어떤 부분은 구체적인 설명으로 어떤 부분은 저자의 작품을 소재로 하여 보여주기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글쓰기와 관련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의 내용이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듯, 우리의 문자생활을 시원하게 만들어 나간다. 문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책을 읽어나가면 무척 행복해 질 듯하다. 그 사람들의 세계가 더욱 넓어질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들의 삶에 자양분이 될 듯한 언어들이다.
이 책은 이야기와 관련한 정유정의 모든 내용이라고 할 만하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강하게 만하고 있다. 진실만을 얘기해야 한다고. 그것이 작가로 사는 자신의 의무라고. 이야기꾼이 이야기의 개연성과 진실성을 잃었을 때, 그것은 우스개를 하는 사람으로만 머물게 된다. 많은 인고의 시간을 거쳐 탄생하는 작품을 우스개로 만드는 것은 누구나 원치 않을 것이다. 웃음 속에서 진지함이 있고, 진지함 속에서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 그것이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바라는 세계가 아닐까? 정유정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히 인다. 내 내면의 소리가 밖으로 나올 때, 그의 이 책은 나에게 진한 사랑을 전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이 책을 덮고 딱 든 생각
"소설은 건축이다"
무너지지 않게,
그리고 각 방에 불이 잘 들어오게 하려면
'설계'와 '장치'가 중요하니까.
소설 속 이야기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무너지지 않게 꼼꼼히 설계를 하고,
구석 구석 이야기를 켜고 끄는 스위치를
절묘하게 숨겨놓거나 일부러 보이게 놓는다.
나의 세계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야기를 설계하고 장치를 심고,
궁극적으로 독자에게 변화를 선물할
멋진 건축가의 이야기를 보았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는 교과서가 되어줄 책이고,
작가가 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작가를 만나는 기분을 줄 책이다.
[나의 책 메모]
#1. 작가 정유정, 개인의 삶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던 그녀,
집안의 반대로 간호사라는 직업을 택하게 되었고,
결혼 후 집만 사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전포고 한다.
집을 사는 날,
정말로 그만 두어 버리고,
글 쓰는 사람이 된다.
첫 술은 우연히 출간에 성공했지만,
그 후 공모전에 열한 번 미끄러진다.
떨어지는 과정에서 기지도 못하며 날려든다는 심사평을 보고
상처투성이가 되어 눈보라 속에서 소주병을 든다.
중고서점 한켠에 쪼그려 앉아 책을 삼키며 무거운 시간을 보낸다.
마침내 <<내심장을 쏴라>>로 등단에 성공한다.
작가 개인의 삶은
작가의 세계관에 영향을 미치고,
작가의 심리 상태는
작품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작가 개인사와 인생의 중요한 사건에 대해 초반에 적어둔 것은
(가정 경제권까지 -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해도 되나 싶었지만,)
이후 책의 내용을 이해함에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2. 정유정, 세계관을 말하다.
先 세계관, 後 이야기
작가에게 세계관은 작품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고 그녀는 말한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오가는 사람을 보며
이십대에 머릿속만 오십대가 되는'걸 느꼈다는 대목에서 진심으로 공감했다.
나도 중환자실 4년 근무하면서 그런 감정을 느꼈기에 말이다.
나를 타자로 해부하는 시각, 인간을 이 지구상에 사는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로 보는 자연주의적 세계관도 이 때 생겼다고 한다.
또 '생물학'을 좋아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 자신에 대한 미학적 정서적 관점을 배제하고
타자로서 자신을 해부하는 냉철한 시각을 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작가의 소설을 보면, 인체나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느껴지는데
간호학 전공과, 죽음과 삶에 대한 밀도 높은 경험 등 작가 자신의 삶이
소설 속 세계 형성에 큰 기여를 했다고 느낀다.
그의 소설은 질질 끄는 감정선을 배제한 똑 떨어지는 문체이고,
싸이코패스마저 중립적인 시선에서 본다.
인간을 도덕적 윤리적 옳고 그름의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는다.
#3. 작가 정유정의 메시지
그녀의 메시지는
인간 본성의 어둠에 저항하는 자유의지를
독자가 흠뻑 경험하고 그로 인한 내면의 확장을 느끼도록 하는 것에 있다.
그녀는 '인간 본성의 어둠'과 그에 저항하는 '자유의지'에 관심이 많다.
질투, 시기, 분노, 증오, 혐오, 욕망, 쾌락, 공포, 절망, 폭력성 등
인간의 어두운 숲에 잠든 야수들이 그녀의 테마가 된다.
그녀의 소설의 주요 인물이 나와 먼 세계에 사는 개별적 악당이 아니라
보편적 인간인 우리 안의 야수가 극단적으로 확장된 생명체라 말한다.
그녀는 이런 악의 언급이 독자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함을 알고 있으나
이런 것들을 독자로 하여금 경험하게 만드는 소설을 원한다.
나는 독자가 내 소설 안에서 온갖 정서적 격랑과 만나기를 원한다. 기진맥진해서 드러누워버릴 만큼 극단의 감정을 경험하길 원한다. 분노, 절망, 슬픔, 비애, 사랑, 감동 등 소설이라는 이야기 형식 안에서 안전한 거리를 두고 겪는 감정경험들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확장시키고, 인간에 대한 이해의 길이를 만들어준다.
경험하게 만드는 소설은 독자를 새로운 세계로 끌어들인 후, 실제에선 경험하기 힘든 일을 겪게 함으로써, 삶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어 안전한 현실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주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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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작가 정유정의 소설 설계도
이토록 자세하게,
이토록 치열하게 설계할 줄이야,
이 장에서 느낀 점이다.
[개요 짜기]
소설을 시작할 때 여섯 가지 질문을 먼저 해아한다고 한다.
첫째, 등장인물은 어떤사람들인가
인물을 만들 때, 감정기복이 심한지 말수가 많은 지
질문한다는 글을 보고, 뜨악 했다.
단순히 나이와 사는 곳, 생김새 등 외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를 만드는 것임을 보고 말이다.
둘째,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소설의 중요한 부분을 주인공의 '욕망'과
주인공의 '가치의 변화'가 있는 스스로 목적과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에 둔다.
주인공이 의지를 갖고 행동함으로써 '변화'가 생김에 주목한다고 한다.
셋째, 그들은 왜 그것을 원하는가
욕망의 동기에 관한 것, 특히 내면적 욕망에 관한 것이다.
넷째, 그들은 어떻게 그것을 성취하는가
인물의 행동과 선택에 대한 질문이다.
다섯쨰, 그들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대립, 갈등, 장애물에 대한 것이다.
여섯쨰,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사건과 변화에 관한 질문,
겉과 내면 두차원에 관한 것이다.
[자료조사]
기본 배경 지식 + 전문지식 + 보충취재
그녀는 7년의 밤을 쓰기 위해
잠수이론서, 잠수의학서, 스쿠버다이버 에세이를 공부했다.
관련 내용은 고리를 끼워 쓰는 카드노트에
손으로 직접 요약해 필기한다고 한다.
인맥을 총 동원해
잠수전문가, 범죄수사 전문가, 댐 전문가 등을 만나
취재는 물론 최종원고의 감수까지 받는다.
철저한 공부가 묘사의 정확성과 자세함을 만든 것 같다.
어찌보면 사실과 다른 말을 하면 소설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몰입도까지 떨어지니
작가의 완벽성을 기하는 이유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배경설정]
그녀가 직접 그려 본 소설 속 마을의 지도이다.
실제같은 묘사는
집안 구조나 인물의 동선, 깨진 유리창, 전조등 각도까지
전부 치밀하게 만들어내는 작업에서 태어난다.
소설 속 공간은
이야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 좋으며
작가는 이야기 속 세계에 대해 신처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공간의 논리적 물리적 구조와
심연의 세계를 상징할 수 있는 은유적 세계가
정교하게 계산되어 설계되어야 이야기가 이야기되는 장소임을 역설하는 그녀를 보며,
아, 정말 이건 건축이구나,
무너지지 않게 이리도 처절한 노력을 해야하는구나 느꼈다.
[형식과 등장인물]
일인칭, 이인칭, 삼인칭과,
서스펜스, 극적아이러니, 서프라이즈 등
극적 용어에 대한 설명도 나와있다.
이 부분은 전문 작가의 영역인 듯 해서 나와는 잠시 비껴 있겠다.
다만, 작가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많은 점들을 고려한다는 것을 느꼈다.
주인공의 적격 자격은
절정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과
욕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
자유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
성격에 여러 겹이 있어야 한다는 것,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적대자와 체급이 비슷함으로써, 이야기의 긴장감을 이어나가고,
주변 인물들에게도 각자 고유의 임무와 위치를 부여한다.
마치, 신께서
사람들을 창조하고 그들에게 하나의 임무와 위치를 부여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그런 기분이 든다.
뜬금없지만,
세계관을 가지고 욕망과 자유의지를 통해 적극적으로 메시지 전달을 해야하는 것은
작가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생 이야기이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 초고 그리고 탈고에 관하여
초고에서 버리지 않는 부분이 시작과 결말이다.
이야기는 '변화'에 관한 것이며,
시작은 주인공이 열어야 하며,
결말은 주인공의 삶이
이야기가 시작될 때와 완전히 달라져 있어야 한다
소설을 만드는 구조물은 '문장'에서 기인한다.
그녀의 간결하고 속도감있는 문장은
'필요한 것만 쓰기, 미학보다 정확을 우선하기'의 원칙에서 나온다고 한다.
동사는 내닫다, 치닫다 같은 튼튼한 걸 고르고
형용사는 독자가 알아서 느끼도록 절제한다.
부사는 항생제와 같아서 한두 번은 효과가 있지만
'너무' 같은 부사를 습관처럼 쓰면 문장에 내성이 생긴다고 말한다.
탈고는 뒤에서부터 읽어
내 글을 낯설게 해서 확인한다고 한다.
그녀의 소설은 처음부터 튼튼하게 지은 집이라
고칠 곳이 별로 없으리라는 것은 내 생각일까,
그녀의 소설은 정말 진짜같고,
자세하고, 정확하고,
악에 몸부림치게 하나
그 악을 미워할 수 없게 한다.
인간 본성의 어두움에 맞서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독자가 흠뻑 경험하게 함으로써,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가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다시 살게 하는 것
정유정의 소설은
건축장인이 만든 건축물과도 같다는
나만의 결론이 났다.
은행나무길 숲 속 드라이브를 하다 발견한
저 멀리 산등성이의 눈을 뗄 수 없는 건물,
곳곳에 세계관을 녹인 철제 구조물로 튼튼한 뼈대를 만들고
햇빛이 들어오는 창마저 일몰과 각도를 고려했다.
전기배선과 스위치 하나조차 허투루 있지 않다.
완벽히 설계했지만, 다시한 번 꼼꼼히 살펴놓은 그 곳
머물다 보면 휴식이 되고, 사색과 새 삶을 주는 그 곳 말이다.
처음 『7년의 밤』을 읽고 난 후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건 잔잔한 드라마 분위기의 책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7년의 밤』은 그런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소설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신간 홍보 문구에 이끌려 읽었던 게 아닐까 싶다. 소설을 읽기 전에 작가의 이름을 못 봤다면, 나는 그 소설의 작가가 남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다. 솔직히 말해야겠다. 그 소설을 읽는 내내 '이 소설의 작가가 여자라고?'라는 물음을 반복했다. 많은 독자가 읽었겠지만, 『7년의 밤』은 굉장히 강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스토리는 한 편의 드라마일지 몰라도, 묘사와 분위기는 무섭고 섬뜩했다. 스릴러 분위기를 남자 작가만 만들라는 법은 없겠지만, 그동안 접해왔던 스릴러 소설은 대부분 남자 작가의 작품이었기에 그런 선입견이 생긴 것 같다. 어쨌든, 정유정은 나에게 작가라는 대상의 새로운 감각을 심어주었다. '여자 작가가 이런 강렬한 소설을 쓰는구나. 앞으로 책을 읽을 때는 작가의 성별을 보지 않겠다'는 다짐 같은 거.
정유정의 소설을 세 권 읽었다.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과 『종의 기원』. 처음 읽은 『내 심장을 쏴라』와 두 번째로 읽은 『7년의 밤』의 분위기는 비슷한 듯하지만, 너무 달랐다. 같은 작가가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강한 느낌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전작이 세상을 날아가고 싶게 하는 희망과 바람을 품게 하는 이야기였다면, 후작은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인간은 왜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 걸까, 왜 사건을 보고 침묵하는 걸까, 폭력을 피해 달아난 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게 거짓으로 보이는 사람이 벌하는 것을 이해해야 하는 걸까. 사이코패스의 형성은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시작되는 건지, 묻고 싶은 게 많아지게 했다. 소설가는 다 그런 것일까? 이야기를 이야기로 전하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고, 꼭 무슨 생각을 하게 하고 묻고 싶은 걸 만들어내는 걸까? 작가 정유정의 소설은 어떻게 시작되는 건지, 무엇을 위한 건지,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 건지... 이 책은 수많은 독자가 궁금해했던 것을 대신 묻기라도 하는 것처럼, 작가 정유정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터뷰어 지승호가 묻고 작가 정유정이 답한다. 그런데 분위기는 묻고 답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 같다. 이런 얘기 하다 보니까 저런 설명이 필요해서 말하고, 저런 설명을 하다 보니까 다시 이런 얘기로 돌아와서 말하는, 한 가지 주제를 조금 더 풍성하고 쉽게 만들어낸다. 전체 6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운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잘도 한다.
1부, 등단을 향한 여정은 처음 듣는 내용은 아니었다. 전에 어디선가 한 번쯤 들은 기억이 있다. 정유정은 처음부터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니었다. 그녀가 일하면서 소설을 쓰고, 오랜 습작의 시간과 공모전 탈락의 경험을 맛봤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엄마를 일찍 보내드리고, 이십 대의 대부분을 가장으로 보내면서 그녀는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잠시 넣어두었다. 그녀가 생각했던 때가 되니,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도 그만두고 다시 꿈을 꺼내 들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쌓아온 노력과 고통이 얼마나 클까 가늠하면서도, 막상 현재 그녀의 위치를 생각하면 그동안의 무명(?) 시절이 지금과 같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주춧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는 출간 전 예약판매 지수도 어마어마하니까 말이다. 이른바 믿고 보는 작가가 되었다고 생각해도 될 듯하다. 그러니 그녀의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 전의 시간은 현재의 그녀가 있게 한 모든 것이라고 믿고 싶다. 독자에게는 앞으로 출간된 그녀의 또 다른 작품도 기다리게 하는 힘이 된다.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허구의 타자에게 공감하며 자기 자신을 그에게 이입시킨다. '거기'에서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지금 여기'에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로 인식하고 실제처럼 반응하는 거다. 눈물을 흘리고, 키득키득 웃고, 분노로 가슴을 치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타자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타자와의 관계 안에 자신을 위치시키며, 그 사이에 존재하는 삶의 어떤 틀을 탐색해보기도 한다. 그 결과 책 한 권을 읽으며, 온갖 정서적 격랑에 휘말리는 밤을 보낸 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새벽을 맞는다. (39~40페이지)
눈여겨보게 되는 부분이 2부인데, 이야기를 대하는 작가의 자세를 고민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작가로서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계속 물으면서 작품을 대하는 것 같다. 대중적인 정서의 방향이 담긴 이야기도 중요하겠지만, 작가의 관심이 향하는 곳은 '운명의 변덕에 휘둘린 불운한 인간, 최선을 두고도 파멸로 치달아버리는 어리석은 인간, 욕망에 눈멀어 자신을 내던지는 무모한 인간, 참혹한 상황 속에서도 지키고자 하는 것을 기어코 지켜내는 인간, 추하고 졸렬한 민낯을 드러낸 야만적인 인간, 죽음 앞에서 분노하고 두려워하는 남루한 인간'(63페이지)이라고 했다. 인간의 악을 그리고 싶어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떤 분위기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이제껏 그녀가 그녀의 작품 속에 심어놓은 인간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열거한 인간의 모습을 아직 다 보지는 못했지만, 전작들을 보면 앞으로 우리에게 내놓을 또 다른 이야기에서 등장할 인간의 모습은 어떠할지 예상되기도 한다. 다음 작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다음 작품 주인공의 모습을 예상한다는 게 웃기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음에 만날 작품의 기대치가 낮아지는 건 아니다. 이 정도의 스포일러(?)는 즐길 수 있는 수준 아닌가? 적어도 그녀의 전작들의 독자라면, 그녀가 소설 속에서 그리고 싶은 인간의 모습이 무엇인지 이미 이렇게 들어버린 독자라면 말이지. 그렇게 인간의 악에 관해 관심 두면서,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해답을 찾는다고 했다. '인간이 왜 그러는지, 인간을 이해하는 데서 문제를 인지하고, 문제의 인지는 공론화할 수 있고, 그렇게 공론화된 문제는 사회적 차원의 해결책을 연구하고 고민하는 무대가 된다'고. 그녀는 인간이 저지르는 '악'이라는 문제를 문학으로 묻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그녀가 쓰는 소설은 그녀가 인간의 문제를 드러내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방식인 것이다. 독자와 세상에 공유함으로써 문제를 인지하고 혼자서 할 수 없는 인간의 문제를 문학이라는 방식으로 공론화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
3부부터 마지막 6부까지는 소설가의 길을 이야기한다. 소설의 시작과 과정, 마무리까지 차근차근 설명해주는데, 소설 작법 강의 같다. ^^ (이 부분은, 소설가가 되고 싶은, 소설가가 아니어도 이야기를 짓고 싶은 사람에게 유용한 팁이 많더라) 지승호의 말처럼 영업 비밀인데 알려줘도 되나 싶지만, 그녀가 소설을 쓰는 시작과 끝이 다 담겨 있다. 그녀만의 방식인지도 모르겠고, 혹 다른 소설가도 이렇게 쓰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 마디로, 한 편의 긴 이야기를 만드는 법을 전수한다. 초고부터 수정, 탈고에 이르기까지의 그녀의 창작 비밀이 열린다. 어쩌다 보니 알게 된 게 아니었다. 쓰디쓴 경험과 노력한 시간으로 축적된 오늘의 성과였다. 글쓰기의 원칙 같으면서도, 언제나 같을 수 없는 현실과 작품 사이의 갈등을 끌어안고 풀어가야 하는지 고민했던 순간들을 언급한다. 쓰고 싶은 글과 쓸 수 있는 글 사이에서 그녀는 '쓸 수 있는 글'을 쓴다고 했다. 이런 답을 금방 할 수 있었던 건, 그동안에 그녀가 계속 고민하고 갈등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쓰고 싶지만 쓸 수 없는 글 앞에서 얼마나 좌절했을지 상상을 해본다.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 있지 않은가. 가장 간절한 것을 앞에 두고 차선의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경우. 작가는 쓰고 싶은 글에 노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을 것 같다. 쓰고 싶지만 쓸 수 없는 글을 과감히 내려놓는 일, 굳이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쓸 수 있는 글을 쓰겠다는 말이 와닿는다. 그래서 그랬나. 그녀의 작품은 그래서 재밌다. 가독성이 좋다. 그녀가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을 테니.
작가는 자기가 만드는 세계에 대해 신처럼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다. 내가 만든 세계에선 파리 한 마리도 멋대로 날아다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111페이지)
실수는 할 수 있다. 다만, 실수를 깨닫는 순간, 즉시 바로잡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무리 공사가 커도 망설이거나 회피해서는 안 된다. '뭐 어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잖아'라고 자신을 기만해서도 안 된다. 그건 해결책이 아니라 망하는 길이다. (225페이지)
'체험하게 하는 소설'을 쓰겠다는 작가의 노력이 많이 드러난 글이다. 지승호의 질문에 정유정은 차분하게 세세하게 이야기했다. 작가의 자세와 경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 많은 이야기 중에서 굵은 글자로 보이는 문장이 하나 있다. "작가는 자기가 만드는 세계에 대해 신처럼 알아야 한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하나의 세계가 완전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그 소설은 잘 읽히지 않을 것 같다. 여기저기 거슬리는 부분이 들어와 읽기를 멈추게 할 것이고, 체험이 아니라 실패한 현장학습이 될 것이다. 속된 말로 그 책을 사서 읽은 돈과 시간, 본전 생각나게 하는 작가로 기억하게 될 테니까. 작가의 책임감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우연을 이용한 결말'을 쓰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우연. 참 운명적이고 설레는 단어이지만, 그만큼 우리 현실에서 만날 확률이 적은 단어이기도 하다. 체험하게 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가 당연히 피하고 싶은 결말이라는 이해가 된다. 특히 진실을 말해야 하는 게 작가의 의무라는 말이 계속 생각난다. 작가가 진실을 말함으로써 독자에게 진실한 체험을 전달하는 과정을 이루어내는 게 아닐까.
막상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 책에 관해 이야기해야 하는 게 어려웠다. 작가의 모든 마음을 다 적어낼 수도 없고, 내가 작가의 모든 이야기를 이해했다고 할 수도 없다. 다만, 내가 읽은 몇 편의 작품과 그녀가 말하는 작가의 자세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 인터뷰집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작품을 읽었지만 정작 한 번도 제대로 듣지 못했던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렇게 만나게 된다는 게 좋았다. 아마도 지승호의 질문과 정유정의 답변이 이루어낸 조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 편의 소설이 어떻게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는지 듣는 즐거움과 한 편의 소설을 만드는 작가의 자세를 듣는 시간이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나 볼 수 있다는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아직 올해가 석 달 남았는데, 올해 다 채우고 진짜, 진짜 올해가 끝나갈 때 나오려나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최고로 좋을 것이다. 그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건, 의지와 능력이 대립하는 경우다. 내 경우 전자를 포기한다. 프로라면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중략) 하고 싶은 이야기 대신 세상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옳지 않다. 세상이 뭐라고 하든,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로 인해 듣게 될 비난이나 비판도 당연히 작가의 몫이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으니 그게 어딘가. 세상에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251페이지)
자고 일어나 세탁조에 빨래를 넣고 책상 앞에 앉아 읽던 책을 읽는데 제자의 전화가 들어왔다. 고등학교 때부터 막역하게 지낸 친구 엄마의 부음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어머니의 오랜 투병생활 병상을 지켰던 제자는 죽음의 공포 속에 휩싸여 지낸 적을 회고하며 6개월 선고받았던 어머니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 하더니.........
생자필멸(生者必滅)의 순리를 거역하기는 힘든 줄 알지만 어머니의 죽음은 이승에 존재하지 않는 어머니의 부재로 이어진다. 소설가 정유정의 소설 작법을 담은 인터뷰 형식의 글을 읽으며 투병 중인 어머니를 가슴에 묻고 살아남아야 하는 이의 질긴 생명력이 겹쳐졌다.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독서 인구가 더 줄어들어 출판 시장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들은 있어 소설가들은 창작에 몰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개연성 있는 허구를 다루는 소설이 독자들의 읽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기까지 작가의 노력과 집필 과정은 녹록치 않을 것이다. 전문 인터뷰어 와 두터운 독자층을 이루고 있는 전업 작가의 담론은 한 편의 소설이 탈고되기까지의 과정을 아우르고 있다. 실패를 거듭하며 등단하기까지의 고단했던 시절을 털어놓으며 전문적인 이야기꾼으로 자리할 수 있었음을 알게 한다.
‘나는 이야기를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어떻게 쓸까?’
쓰려는 무엇을 말이 되게 논리적으로 증명해내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취하는 소설작법에서 관련 책들을 분석하면서 많이 읽을 필요는 커진다. 진실을 말해야 하는 작가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세계관을 정립하여 소설을 쓰므로 스스로 편협한 시각을 가진 것은 아닌지 점검하는 자기 검열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투병 중이던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어머니 대신 동생을 돌봐야 했던 청춘 시절의 암울했던 경험이 <<내 심장을 쏴라>>에 투영된 만큼 작가는 주인공 이수명을 사랑했다.
동물적 성향을 띠는 역동적인 종목으로 고독을 견딘다는 작가는 인간의 악을 소설의 주류로 삼아 선이라는 절대가치를 지향하며, 절대적 가치와 일치된 행동으로 생명체의 존엄함을 드러내려 했다. 사회적 관행이나 시선에서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특별한 악인을 여러 인물로 변주해 소설 속에 등장시켰다. 독자와의 연결통로로 삼는 주인공은 이야기의 주제를 구현하기 위한 작가의 대리인으로 절정부분을 주도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적대자는 주인공과 체급이 비슷한 이로 갈등의 정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인공에 대적하는 이로 자리해야 한다.
현실화될 수 있는 확실성의 정도를 담은 소설 속 내적 개연성은 깊이 있는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상상력을 발휘할 때 밀도 있는 소설에서 가늠할 수 있다. 소설을 구상하며 개요를 작성하고 이야기의 기본이 되는 자료를 충분히 조사하여 초고 쓸 준비에 들어간다. 크고 작은 스케치북에 소설 속 공간을 세밀하게 담아 공간이 품고 있는 상황과 의미를 결부 짓는 과정까지 꼼꼼히 그려 자기가 만드는 세계를 신처럼 알고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일필휘지로 초고를 쓴 뒤 소설의 시작과 결말은 살리고 나머지는 버려져 초고는 작품을 부화하는 통과의례로 자리하는 듯했다. 도공들이 가마에서 구워진 도자기를 깨부수는 것처럼 초고에 연연해하지 않는 모습은 이야기꾼을 지향하는 소설가의 전문성을 가늠할 수가 있다.
백지 위에 무엇인가를 써야 하는 심리적 압박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낳기도 하지만 다독(多讀)과 필사를 포함한 다작(多作)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작가 역시 자신과의 싸움인 글쓰기에서 전문성을 띠기까지 숱한 고민 속에 실천적인 노력이 있어왔다. 이야기 만드는 데 중점을 둔 초고에 장면 간의 유기적 연결에 중점을 둔 수정을 거쳐 탈고한다. 단문의 간결함과 속도감을 문장의 특징으로 삼는 작가는 첫 문장을 쓸 때에도 강렬한 인상을 끌어내기 위하여 고심했다.
전문성을 인정받는 소설가 역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소설을 탈고하기까지의 의심, 독자들의 반응을 둘러싼 두려움 등을 이겨내기 위한 준비는 기초 작업을 튼튼히 하는 일부터 챙겼다. 한 편의 소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공들인 시간에 경외를 품으며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경험에 상상력을 입혀 내적 개연성 있는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이에게는 습작 기법의길라잡이로 자리할 이야기꾼의 이야기는 작위적이지 않아 공감 지수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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