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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6년 12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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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11.17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91160770070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2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다이어트 하기 전의 몸이 긁지 않은 복권이란 말을 처음 듣는 건 아니었지만, 대개 이런 이야기를 꺼내다 보면 그 주인공이 여자였던 경우가 많았다. 뚱뚱하고 못생긴 외모를 가진 여자가 어떤 일을 계기로 충격을 받게 되고, 독한 마음을 먹고 다이어트에 성공하니, 주변의 모든 사람은 그녀를 몰라보고 대시하는 일이 일어나는... ㅎㅎ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닌데, 매번 이런 이야기에 귀가 솔깃한 건 실제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본 일이기도 하다. 동네에 정말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애가 있었다. 당시에 고등학생이었는데, 미팅에 나갔다가 퇴짜를 맞았단다. 이유가 못생기고 뚱뚱해서 그랬다는 말을 직설적으로 들었다는데, 그에 심각하게 충격을 받았다고 그 애 엄마가 말했었다. 그 말을 듣고 몇 달이나 흘렀나. 내 옆을 스쳐 지나가던, 키가 크고 날씬한 어떤 여자가 나와 같이 가던 엄마에게 인사를 하더라. 나중에 엄마에게 아까 그 애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하는 말이 지난번 그 애라고... 헉. 진짜 놀랐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엄마도 처음에는 누군지 못 알아봤다는데, 몇 번 보니 이제 좀 적응이 된다고 했다. 얼굴이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정말 예전의 그 애가 맞는지 몇 번 확인해야 할 정도로 다른 얼굴이긴 했다. 의술의 힘을 빌린 건 아무것도 없다고, 그저 운동해서 독하게 살을 뺐다고 했다. 미팅에서 들은 말이 어지간히 충격이었나 보다.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은 것도 같다. 가장 안전하고 위대한 성형은 다이어트라고...
윤해조의 『슈가 허니』 이 소설에서는, 다이어트가 성공해서 감히 누구와 비교도 안 될 외모를 가진 인물로 남자주인공이 등장한다. 물론 그의 다이어트는 계획적인 게 아니었다. 어쩌다가, 그러다가 보니 운동을 하게 되었고, 그 운동이 그의 원래 모습을 찾아준 거다. 키도 크고 근육도 생기고, 사자 눈매의 매력적인 얼굴을 더 돋보이게 된 것. 그래서 그녀가 몰라봤다. 어떤 멋진 남자인가 하면서 봤는데,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았다. 그가 자기 신분을 밝히기 전까지는.
바람난 남자친구를 정리한 주나는 단골 술집에서 술을 마신다. 그 술집 안에는 또 다른 단골 수혁 역시 그 시간에 그 술집에 있었는데, 주나를 보고 접근한다. 술친구가 필요해 보여서, 같이 술을 마셔주겠다고... 수혁은 주나를 아는데, 주나를 수혁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나는 그 기분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가 된어서 이렇게 멋진 외모를 가진 남자가 술친구를 해준다니, 게다가 단골 술집에서 단골이라면 믿을 만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던 그녀라서, 흔쾌히 같이 술을 마신다. 그런데 주나의 기분이 어찌 좋아질 수가 있겠나. 부어라 마셔라 하다 보니 술에 취하고 마는데, 수혁은 그런 주나를 데리고 호텔로 가고, 다음 날 눈을 뜬 주나는 민망한 마음에 조용히 호텔을 빠져나온다.
주나가 일하는 카페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알고 보니 수혁은 카페의 건너편에 있는 동물병원 의사였다. 놀란 주나는 숨기 바쁘고 수혁은 그런 주나를 쫓기에 바쁘다. 주나는 수혁이 그날의 호텔비를 받으러 왔다고 오해해서 그런 건데, 수혁은 자기가 좋아하던 주나를 다시 만나 반가워서 그런 건데 말이다. 그러다가 밝혀진 두 사람의 인연 앞에서 화들짝 놀란 주나가 보인 행동은, 잠깐 놀라기는 했지만 여전했다. 오래전 아무 편견 없이 수혁을 대하던 때와 달라진 게 없었다. 다만, 지금 수혁을 만나고 난 후 더 설렜던 걸 빼면 말이지. ^^
사실 수혁은 덩치도 크고 항상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왕따를 당하던 존재였다. 그런 수혁에게 다가갔던 주나는 정말 편견 없이 수혁을 친구로 대했다. 주변에서 다른 아이들이 그 어떤 말을 해도 듣지 않았다. 주나의 마음 그대로 수혁을 대했던 거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점점 친구에서 이성으로 끌리고 있었고, 수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마음을 드러내기도 전에 헤어지게 되었고, 오랜 시간 서로를 보지 못하고 지냈던 거다. 그러다 다시 만났지만, 마음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좋은 마음에, 여전히 설레고, 여전히 가까웠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수혁 혼자 주나를 좋아해 왔던 게 아닐까 싶은 분위기였는데, 소설이 전개되면서 점점 주나의 마음을 드러낸다. 오래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다고. 그래서 주나의 마음이 더 예뻐 보인다. 외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외모를 보게 되는 건 사실이니까. 상대를 보고 판단하는 기준에 외모가 1순위는 아니지만, 외모가 차지하는 지분이 아예 없는 게 아니니까. 주나가 인간을 보는 기준을 정확히 가지고 수혁을 봤다는 게 좋아 보이는 거다. 닮고 싶은 마음 자세이기도 하고. 그런 마음 때문에 수혁도 점점 주나의 진심을 알아본 거겠지. 이 아이가 나를 좋아해 주는구나, 아껴주는구나, 하는 마음을 알아챈 거다. 그런 마음으로 상대를 보니, 다이어트 하고 나타난 이 멋진 남자가 더 와 닿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 아, 진짜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미소가 얼굴에 퍼진다. 남들이 다 꽝이라고 무시하고 버린 복권이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일등으로 당첨되어 나타난 거를 상상해 봐. 얼마나 살 떨리게 흥분되는 기분인지? 발을 동동 구르며 이불킥을 날리고 싶을 정도였어. 이 통쾌함을 어디에 비유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와우~
두 사람이 다시 만나고 해피엔딩을 이룰 것을 알고 있지만, 지켜보면서 그 잔잔함과 웃음이 계속 이어지는 걸 보면서 괜히 혼자 흐뭇했다. 착하게 사니까 복이 저절로 찾아온다는 어른들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걸 증명하는 듯하다. ^^ 주나의 시원한 화법이나, 수줍고 주춤거리지만, 점점 용기백배가 되어가는 수혁의 변신을 보는 재미도 좋았다. 사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다는 건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는 교훈은 덤. 동창회에서 보여줬던 복수(?)극은 사이다 같았고, 이제야 홀가분하게 과거를 탈탈 털어버리고 개운하게 살아갈 수 있겠네~ 가독성도 좋았고, 내용도 괜찮았고, 흐뭇한 마무리로 웃음까지 주니 다행이다.
뒷부분에 편집이 묘하게 잘못된 부분은 확인하고 수정해야 할 듯하다. 주나의 엄마가 분명 처음부터 수혁에게 호감을 보였던 건데, 뒷부분에서 같은 장면이 다시 등장하면서 반대의 분위기로 서술되어 있다. 이게 뭔가 갸우뚱했는데, 오류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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