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아, 어서 공부해!”

 “글씨가 이게 뭐니?”

 “책 좀 많이 읽어.”

 “밥 좀 잘 먹어라.”

 “넌 커서 뭐가 될래?”

 이 말들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기도 하다. 가장 싫어하는 말을 가장 많이 듣고 사는 나처럼 누구나 듣기 싫은 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듣기 싫어하지만 막상 안 좋은 버릇을 쉽게 고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다림이도 매일 듣기 싫은 말만 듣고 산다.

 다림이는 평소에 게임에 푹 빠져 밤까지 새고, 패스트 푸드를 좋아하는 나쁜 습관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매일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만 그 소리를 굉장히 싫어한다. 학교에서도 모둠 활동을 할 때 대충대충 끝내려고 해서 같은 모둠인 모범생 재우에게 딴지를 듣는다.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 채영이마저 재우 편을 들자 다림이는 매우 화가 나고 분했다.

 다림이는 집에 가는 길에 이상한 자판기를 발견한다. 그 자판기는 다른 자판기와 다르고 좀 특이했다. 자판기에 음료수를 선택하는 버튼이 아닌 ‘나도 그렇게 생각해! 속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해지는 말’과 ‘바로 내가 듣고 싶었던 말! 기분을 달콤하고 따끈하게 만들어 주는 말’이 적혀 있었다. 다림이는 ‘시원해지는 말’이 시원한 음료수일 거라고 생각하고 오백 원을 넣고 뽑았다. 그러자 차가운 이온 음료와 함께 티켓이 나왔다. 다림이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티켓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가는 길에 채영이를 만난 다림이는 갑자기 채영이가 태도를 바꾸어 자기 편을 들어주는 걸 이상하게 생각했다.

 집에 가서도 그 티켓을 엄마에게 주니 엄마는 아무런 잔소리도 하지 않고, 다림이가 듣고 싶은 말만 계속 해주었다. 그래서 다림이는 티켓의 힘을 깨닫고 그 자판기를 나쁘게 이용한다. 발표과제를 대충하고 빨리 끝내고 싶을 때 재우한테 쓰고, 잔소리를 듣기 싫어 엄마한테 매일 쓰고, 숙제 안 했을 때 선생님에게까지 썼다.

 다림이가 티켓을 써서 잔소리를 안 듣는 모습이 한심하지만 한편으론 부러웠다. 왜냐하면 나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기 싫어하고, 잔소리도 평소에 많이 듣는 편이라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앞에도 그 자판기가 나타나면 어떨지 상상해보았다. 나라면 할머니에게 가장 먼저 쓸 것 같다. 할머니는 나에게 매우 잘해주시지만 나의 잘못된 버릇을 고치시기 위해 잔소리를 많이 하시기 때문이다. 나 대신 마법의 티켓을 거머쥔 다림이가 과연 언제까지 티켓을 쓸지 궁금한 마음으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계속 티켓을 마구마구 쓴 다림이에게 결국 많은 문제가 일어난다. 그 문제들은 조별과제를 열심히 안 하니 조별과제 점수도 낮아지고 얼굴도 안 씻으니 얼굴에 뾰루지도 나고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도 안 하니 멍청해진 것이다. 또 매일 양치도 안 하고 잠들어서 치과에서 무서운 치료도 받아야만 했다.

 다림이를 보고 처음엔 부러웠지만 이제는 쯧쯧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한심하게 느껴졌다. 또 내가 원하는 대로만 사는 것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듣기 싫은 말이 사실은 할머니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더 이상 듣기 싫지 않은 달콤한 말이 될 것 같다.

 나도 엄마가 열심히 밥을 차려주셨을 때 밥 말고 치킨 먹고 싶다고 듣기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친구에게는 너 너무 촌스럽다고 말한 적이 있고, 또 선생님에게 수업하기 싫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렇게 나도 누군가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나만 듣기 싫은 말을 듣고 산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 생각한다곤 하지만 책 속 다림이처럼 이기적이고 못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나에게도 다림이에게도 바뀔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이제는 나부터 잔소리를 듣는 안 좋은 습관들을 버리려고 노력해야겠다. 또 그게 멋인 줄 알고 함부로 툭툭 내뱉었던 뾰족했던 말들을 목구멍으로 다 삼켜버려야겠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말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줘야겠다. 듣고 싶은 말만 들려주는 자판기가 아니라 진심이 담긴 따뜻한 말을 내뱉는 자판기를 내 안에 설치해야겠다.

- 엄마의 쓴소리는 바로 "사랑" -  

이 책을 두 번째로 읽었던 날은 내가 엄마께 혼이 나 슬퍼서 울었을 때였다. 침대에서 울다가 책꽂이에 꽂혀있는 ‘듣고 싶은 말만 들을래요’라는 책이 눈에 띄어서 또다시 읽고 싶어 이 책을 펼쳤던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이 점점 차분해지고 슬펐던 감정이 누그러졌다. 엄마께서 나를 혼내신 이유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다림이다. 다림이 엄마는 다림이에게 항상 쓴소리를 한다. 다림이는 엄마의 쓴소리를 듣기 싫은 잔소리라며 듣기 싫어한다. 듣기 좋은 말만 듣고 싶어하던 다림이에게 수상한 자판기가 나타났다. 그 자판기는 ‘좋아하는 말만 해주세요’ 자판기이다. 속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해지는 말과 기분을 달콤하고 따끈하게 만들어주는 듣고 싶었던 말만 듣게 되는 자판기이다. 다림이는 처음에 다들 듣기 좋은 말만 해주니까 무척 좋아했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단 것을 실컷 먹을 수 있어 좋아하다가 결국 이가 왕창 썩어 치과에서 신경치료까지 받게 되면서 후회를 하게 된다.

  “그게 모두 너를 사랑하니까 하는 말이거든.”

  다림이 아빠께서 다림이에게 하신 말씀이다. 다림이는 아빠 말씀을 듣고 엄마의 지겨웠던 말들이 자신의 생활을 도와주었다는 걸 조금씩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이 부분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 왜냐하면 그동안 엄마께서는 내가 미워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말씀 하셨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림이와 나는 닮은 점이 많다. 엄마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하고, 쓴 말을 싫어한다. 그러나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라는 말처럼 쓴 말을 내게 도움이 되는 말로 생각하고 잘 들어야겠다.

  다림이 아빠께서 다림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당연히 엄마는 다림이를 무척 사랑할 테지만 말이야.”

나도 엄마께서 나를 무척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엄마께서 내게 쓴소리를 하실 때 당장은 좀 쓰지만 차차 시간이 지나면 내게 좋은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감사하게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