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br/>제1장~제64장<br/>에필로그<br/>옮긴이의 말 <br/>

무장 강도 혐의로 도합 14년 동안 옥고를 치른 라파엘은 최후의 작업으로 파리 방돔광장에 위치한 귀금속매장을 털기로 결심한다. 강도 경험이 전무한 동생 윌리암도 처음으로 합류한다. 그들은 3천만 유로의 가치가 있는 보석을 탈취하는데 성공하지만 경찰에 꼬리가 잡혀 쫓기는 신세가 된다.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총상을 입은 윌리암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저혈량 쇼크사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파리에서 300킬로미터쯤 벗어난 시골까지 도주한 라파엘 일당은 동물병원 수의사를 협박해 윌리암의 총상을 치료하게 한다. 수의사의 집은 메르메장 마을에 위치한 외딴 농가이다.
라파엘 일당은 그 집이 바로 10대 소녀들을 납치해 강간하고 살해하는 연쇄살인마 파트릭이 사는 집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 파트릭은 현재 부재중이라 메르메장 마을의 유일한 수의사인 상드라 혼자 집을 지키고 있다. 나름 그 집이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로 손색이 없다고 판단한 라파엘은 잠시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을 겸 동생 윌리암의 총상을 치유하기 위해 한동안 그 집에 머물기로 결심한다.
라파엘의 계획은 집주인 파트릭이 돌아오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는다. 파트릭의 계략에 넘어간 라파엘 형제는 졸지에 포로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라파엘 형제와 파트릭이 납치해 별채에 가둔 10대 소녀 제시카와 오렐리는 차마 감당하기 힘든 고문과 잔인한 폭력에 노출되는 운명에 처한다. 파트릭은 인간이 만든 법과 도덕을 한껏 비웃으며 절대자 행세를 하지만 알고 보면 그 역시 끔찍한 폭력과 성폭행을 당하며 자란 과거가 있다.
연쇄살인마 파트릭과 수의사인 상드라는 기묘한 관계이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에게는 부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삼촌과 조카 사이이다. 상드라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엄마는 그녀가 태어나고 얼마 안 있어 투신자살했다. 삼촌인 파트릭이 상드라를 거두어 키우게 된 배경이다. 상드라는 태어나자마자 삼촌의 손에 맡겨진 셈이다.
사춘기 시절 삼촌 파트릭에게 강간을 당한 이래 그녀는 마치 노예처럼 그의 곁을 지켜왔다. 단 한 번도 파트릭을 떠난 산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집을 박차고 달아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상드라가 연쇄살인마의 조력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은신처로 생각돼 들어간 집에서 졸지에 악마의 포로가 된 라파엘 형제는 과연 위기를 벗어나 생존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인가?
연쇄살인마에게 잡혀온 제시카와 오렐리는 과연 목숨을 부지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끔찍한 나날이 계속되는 가운데 치열한 생존게임이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게 한다.

<b>내가 어디에 있든 그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 <br/>프랑스 심리스릴러의 아이콘 카린 지에벨 신작장편소설! </b><br/> <br/> 《너는 모른다》와 《그림자》로 국내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불러 모은 바 있는 카린 지에벨의 2014년 작 《마리오네트의 고백》이 출간되었다. 카린 지에벨의 소설들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어 크게 호평 받고 있으며 다수의 작품들이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코냑추리소설대상, SNCF추리소설대상, 엥트라뮈로스 상, 로망느와르소설 페스티발 대상 등을 8회나 수상할 만큼 널리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출간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리오네트의 고백》은 바르 추리소설 페스티발 대상 수상작이다. <br/> 카린 지에벨의 소설에 나오는 작중 인물들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불문하고 정의와 선을 추구하는 도덕성과는 거리가 멀다.《마리오네트의 고백》의 주인공들 역시 지난날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깊은 상처를 받아 사회활동이 불가할 만큼 인격 장애를 갖게 된 인물들이다. 물론 성장기에 끔찍이 고통스런 일을 겪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사회부적응자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건 아닐 것이다. 다만 제대로 인격형성이 되기도 전에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구조 아래에서 견디기 힘들 만큼의 폭행과 멸시를 받으며 자란 사람에게 원만한 성격을 갖길 기대할 수 있을까? 《마리오네트의 고백》의 주인공들은 자라는 동안 차마 인간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멸시와 조롱, 폭행을 당하며 치유 불가능한 상처와 증오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다. <br/>이 소설의 주요 설정은 시골 농가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마와 강도의 대결이다. 보석상을 턴 4인조 강도 일당이 경찰을 피해 달아난 곳이 하필이면 연쇄살인마 부부가 사는 농가였다. 남달리 비밀스런 사연을 간직한 인물들을 극한의 상황 속에 노출시키고 그들의 심리 변화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세밀하게 드러내 보이는 동안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콤플렉스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된다.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열다섯 나이에 엄마를 도와 동생들을 거두어야 할 입장이 되는 바람에 학업을 포기하고 무장 강도의 길을 택한 라파엘, 유년기부터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한 폭력에 시달리며 멸시를 당하다 연쇄살인범이 된 파트릭, 사생아로 태어나 자신을 키워준 삼촌에게 성폭행과 폭압적인 지배를 당하는 동안 스톡홀름신드롬을 겪고 끝내 끔찍한 살인마의 조력자가 된 상드라, 작가는 그들이 어떤 좌절과 고통을 겪은 끝에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생생한 에피소드와 치밀한 심리묘사를 통해 그려낸다. <br/>이 소설의 핵심 인물인 연쇄살인범 파트릭과 무장 강도 라파엘은 불우한 환경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분명하게 대비되는 부분이 있다. 사는 동안 타인으로부터 단 한 번도 사랑받아본 적 없는 파트릭, 집이 가난하지만 서로를 극진히 사랑하는 가족을 가진 라파엘의 차이는 무엇일까? 한 사람은 극단적인 살인마, 다른 한 사람은 비록 강도이지만 인정과 연민이 있는 무장 강도가 되었는데 두 사람을 가르는 분수령은 바로 애정의 차이라 할 수 있다. <br/>파트릭의 엄마는 자그마한 카지노하우스를 운영해 생계를 유지해가는 가운데 파트릭과 누이동생을 손님들의 성적 노리개로 제공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파트릭의 엄마는 아들이 좋아하는 개를 죽여 요리를 만들고 먹기를 강요하는 엽기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청소년 시절, 엄마의 질시와 성적 폭력에 시달리던 파트릭은 엄마의 고객이자 주정뱅이인 가해자를 살해하지만 미성년자인 탓에 실형을 살지 않는다. 다만 이후 잔혹한 살인마가 되는 시발점이 된다. <br/>보석상을 털다 10년 이상 옥살이를 한 라파엘을 불우한 환경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점에서는 파트릭과 다름없지만 그에게는 사랑하는 엄마와 형제들이 있다. 비록 동생들을 거두기 위해 무장 강도의 길로 들어섰지만 그가 여전히 인간에 대한 연민을 유지해갈 수 있는 배경이다. <br/>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범죄자를 양산하는 사회의 책임에 대해 꼬집는다. 빈부의 차이, 물신숭배, 가난한 자들에 대한 질시와 경계 따위가 잔혹한 범죄자를 양산하는 사회적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묻는 것이다. 무장 강도 형제와 파트릭이 벌이는 치열한 생존게임과 등장인물들의 변화무쌍한 심리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노라면 인간의 사악한 면모에 분노하다가도 그들이 그 지경까지 추락하게 된 끔찍한 과거와 배경이 드러나면서 최소한의 이해와 동정이 일기도 하지만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잔인한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며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 없게 된다. 무장 강도 라파엘 형제와 연쇄살인마 파트릭의 대결은 과연 누가 최후의 생존자가 되어 3천만 유로 어치의 귀금속을 차지하게 될지에 대한 관심사와 맞물리며 시종 독자들의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br/>주지하다시피 카린 지에벨은 프랑스에서 ‘심리스릴러의 아이콘’으로 불린 만큼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인간이 극한의 환경과 조건 아래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갈등과 치열한 생존게임을 통해 확인해보는 재미도 각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