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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2년 02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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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608g | 160*236*30mm |
ISBN13 | 9788996780328 |
ISBN10 | 8996780324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1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이 승인되고,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이탈리아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진단이 나오는 등 유로존 위기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 유로화가 처음 사용될 당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국가부채라는 심각한 위기가 전염병처럼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통화연맹과 유로화가 처음 탄생할 당시 유럽대륙은 낙관주의로 가득했다. 유럽통화연맹과 유로화의 탄생은 회원국간의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유럽에서 세계대전과 같은 끔찍한 분쟁이 종식되고 진정한 화합을 가져다 줄 것처럼 보였다.
실제 유럽통화연맹과 유로화 탄생 첫 10년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유로화의 출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유럽중앙은행도 예상 밖으로 역할을 잘했다. 닷컴 버블의 붕괴, 9․11 테러, 유가 폭등 등과 같은 대외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유로존은 전반적으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성장과 호황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부채라는 점이 치명적이었다. 성장의 뒤안길에는 막대한 정부 재정적자, 과도한 대출과 대규모 자산 거품 등이 따라다녔다. 유로존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과 여타 개발도상국에서 엄청난 양의 저렴한 상품 덕분에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킬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또한 통화연맹은 유럽중앙은행이 관리하는 단일한 통화정책과 각 회원국 정부가 관리하는 경제, 예산, 규제 정책이 혼재되어 있는 등 출범 당시부터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했다.
2007~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불경기를 겪으면서 감춰져왔던, 혹은 외면해왔던 유로존의 구조적인 문제와 국가부채 문제가 급속하게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그리스를 포함해 이탈리아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이른바 지중해 클럽 국가들은 유럽통화연맹 가입과 함께 독일의 든든한 신용을 바탕으로 낮은 금리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낮은 금리의 혜택은 지중해 클럽 국가들의 경제 성장과 더불어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이어졌다. 건설 수요의 폭증으로 부동산 분야의 임금이 상승하자, 그 여파가 국제 경쟁에 노출된 분야로까지 전이되면서 급기야 국제 가격 경쟁력이 급락했다. 가격 경쟁력 상실은 무역 손실로 이어졌고 경상수지 적자가 쌓여갔다. 그러나 적자는 외국 은행이나 다른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자금으로 쉽게 메울 수 있었다. 결국 유로존 내에 있는 금융기관들의 대차대조표는 적자 국가들에서 발행한 채권과 증권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빚으로 빚을 막는 악순환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빚으로 이루어진 축제는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2009년 10월 그리스의 신임총리였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그리스의 재정적자가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왔던 수치보다 훨씬 크다고 고백했다. 그리스가 유로존 가입을 위해 탐욕스러운 골드만삭스의 도움을 받아 국가재정에 대한 대대적인 회계 조작을 자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막대한 경상수지 불균형에서부터 유럽 은행권의 허약함까지 유로존의 수많은 문제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이 신속히 자본시장에 개입하고, 유럽재정안정화 기금이 설립되어 시장은 잠정적이나마 안정을 되찾은 듯해 보였다. 하지만 위기에 대응하는 유럽 정치 지도자들의 태도는 긴급함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들의 행동은 일관성도 없었고, 도덕적 해이도 심각했으며, 하나의 상황을 서로 다르게 인식하는 문제도 속출했다.
새로운 위기는 2010년이 끝나갈 무렵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표면화되었고, 2011년 봄에는 포르투갈이 아일랜드의 뒤를 이어 구제금융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2012년 7월에는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했으며,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무려 1조 8,000억 유로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이탈리아도 구제금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향후 유로존의 운명은 다음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예전과 같은 방법(More of the same, MOS), 즉 금융위기 발생 후 첫 1년 반 동안 시행했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여 문제가 되는 부분에 계속 자금을 쏟아 붓는 것이다. 하지만 첫 구제금융을 실시할 당시부터 부유하면서도 절약정신이 강한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의 국민들이 자신들이 힘들게 번 돈을 무책임하게 행동한 국가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빌려주는데 대한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긴축과 개혁을 실시해야 할 국가들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MOS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또한 만약 단 한 나라라도 채무불이행을 선언한다면 MOS 정책은 폐기될 것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시스템을 버리는 것(throws out the systems, TOS)이다. 이는 위기 국가들이 통화연맹을 탈퇴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큰 위기에 놓인 그리스가 유력한 후보이다. 유로존을 떠난다면 이들의 국제 경쟁력은 하룻밤 사이에 크게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선례를 남긴 아르헨티나와 아이슬란드의 경우처럼 국가 구성원 모두가 엄청난 고통과 후유증을 각오해야 한다. 물론 이는 MOS 시나리오를 선택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다만 MOS 시나리오의 터널 끝에는 빛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TOS에는 희생을 감수하면 희망이 보인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방법(Rebuilding of the system, ROS)이다. 유럽의 정상들은 유럽의 금융을 완전히 재구축하고, 국가 재정의 장기적인 건전성을 회복하며, 구조적으로 경제를 성장하게 만드는 일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무엇보다 통화연맹을 더욱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조직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이를 실천하지 못한다면 유로존은 큰 혼란 속에서 붕괴될 것이다. 그리고 유로존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크고 탄탄한 독일은 통화와 금융 안정성이 완전히 붕괴되기 전에 유로존을 떠나려 할 것이다. 현재 독일 내에서는 유로화에 대한 반발심이 높아지고 있다. 많은 독일 국민들이 무책임한 주변 국가들을 돕기 위해 자신들이 어렵게 쌓아온 부를 나눠줘야 한다는 점에 매우 분노하고 있다. 또한 중국과 인도처럼 거대 시장을 가진 국가들에 대한 독일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유로존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경제적 실익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과거의 전쟁 세대에게는 유럽의 통합이 하나의 이상이었으나, 전후 세대 정치인들에게 유럽연합은 여러 정책 선택지들 중 하나일 뿐이다.
물론 독일이 이런 결정을 쉽게 내리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유로존 국가들과 함께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느끼고 단일통화가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되면 독일은 망설임 없이 유로존을 떠날 것이다. 즉 통화연맹에서 얻는 이익보다 희생이 더 크다고 느낄 때 독일은 유로화대신 예전의 마르크화를 사용할 것이다. 그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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