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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08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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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25.06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3.7만자, 약 4.5만 단어, A4 약 86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88862177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5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폭염에 점령 당한 것처럼 멍한 나날이 이어진다. 오후가 되자 온열 사고를 대비하라는 방송이 들린다. 요즘 매일 듣는 소리다. 그리고 정치인 노회찬 의원의 투신 소식을 들었다. 갑자기 주변이 서늘해진다. 왜? 서둘러 인터넷에 접속해보지만 조롱 가득한 댓글을 보는 것이 힘들다. 뭐라도 이야기하고 싶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어떤 일에 대해 명민하게 내 속을 표현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상황에 빠질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 황현산 선생이다. 선생의 글은 늘 어디로 갈 지 알지 못하는 내 마음에 길잡이가 되어준다. 선생은 오늘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궁금하다.
평소에 염두에도 두지 않았던 이런 모순에 갑자기 의문이 생기는 순간을 나는 문학적 시간이라고 부른다. 문학적 시간은 대부분 개인의 삶과 연결되어 있기 마련이지만, 사회적 주제와 연결될 때 그것은 역사적 시간이 된다. 그것은 또한 미학적 시간이고 은혜의 시간이고 깨우침의 시간이다. 8쪽
평생 문학을 하면서 문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뇌했다는 선생이 그 나름의 슬기를 얻어 쓴 글들을 모았다. 형식은 《밤이 선생이다》와 달라진 것이 없지만 내용은 좀더 직설적으로 보인다. 2013년 3월에 시작된 글은 2017년 12월로 끝난다. 사소한 내용이지만 사소할 수는 없다. 선생은 자신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분이므로 우리 사회의 놓칠 수 없는 부분을 주제로 삼기 때문이다.
불문학 교수로 살아온 이력은 글 속에서 뚜렷하게 보인다. 선생은 프랑스 인과 프랑스 작품을 자주 인용하고 있다. 선생의 글에는 비슷한 패턴이 있다. 마치 당구를 치는 것처럼 애둘러 비슷한 사건을 가져와서 마지막에 정곡을 찌른다. 가령 <그의 패배와 우리의 패배>를 보면, 보들레르의 시를 인용하면서 죽음 뒤의 세계를 노동자들의 휴식이나 동반 자살한 연인들의 사랑의 완성으로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운을 뗀다. 그 다음엔 경기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해 말한다. 십대 후반의 청년이 십대 소녀를 목 졸라 살해했다. 이 청년이 2년전에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기 때문에 청년에게서 죽음의 정염을 짐작한다. 그가 보인 죽음에 대한 사고는 예술가 기질과 연결돼 있다. 그러나 예술가들, 특히 시인들은 죽음에 도취하면서도 현실에 땅을 딛고 사는 반면 청년은 죽음으로 자신과 타인을 파괴시켰으니 패배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패배가 결코 그 혼자만의 일이 아니고 우리 사회 전체의 패배임을 알아야한다고 맺는다.
나는 선생의 이런 글쓰기 방식이 마음에 드는데 그 이유는 내가 이해하기 좋기 때문이다. 책 속의 글을 보면 선생이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의 말과 문학, 그리고 프랑스 문학이다. 문학을 하는 이유를 사회와 역사에 연결하는 선생은 우리 사회가 흘러가는 모양을 보고 있다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위의 내용처럼 비유를 찾아서 함께 바른 방향으로 가고자하는 마음을 표현하는데 늘 명확하다.
정토회를 운영하고 있는 법륜 스님의 유튜브를 구독하면서 시간이 날 때 들여다 본다. 오늘 본 내용을 잠시 소개하자면, 질문자가 스님에게 진정한 보수는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에 없는가 물었다. 스님은 질문자의 의도를 알면서도 진정하다는 말이 갖는 배타성을 먼저 짚고 넘어 간 것이 기억에 남았다. 진짜나 순도 100% 같은 말들이 오히려 나와 남을 달리 보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있는 황현산 선생의 진정성에 대한 정의도 기억에 남는다. "'진정성'이 어떻게 정의되건 그것은 한 인간이 제 마음 깊은 자리에서 끌어낸 생각으로 자신을 넘어서서,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을 때에만 확보된다."
선생의 글을 읽으니 내 안에 갇혀 사는 나 자신이 무척이나 작아보인다. 오늘따라 관심과 실천이 더 뼈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말 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할 때 드러날 수 있는 가치를 알려주는 사회의 어른들이 자꾸 자리를 비우는 것 같아서다. 삼복염천과는 상관없이 서늘한 마음으로 읽은 선생의 글이 그나마 멍한 생각을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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