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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12년 03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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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452g | 152*225*20mm |
ISBN13 | 9788950935696 |
ISBN10 | 89509356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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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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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 2009년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의 이익을 창출했다. 1930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의 여파로 삼성전자의 주력제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의 매출이 크게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손실은커녕 호황기 때보다 오히려 이익이 급증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수출 대기업들의 순이익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증했다.
이는 MB정부의 극단적인 고환율 정책 때문이었다. MB정부가 출범하던 날 1달러의 가격은 947원이었는데, 2009년 평균 환율은 1,276원이었다. 1년여 만에 달러 가격이 무려 35%나 폭등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수출 대기업들은 앉아서 수 조원의 이익을 챙긴 것이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MB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아니었다면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사상 최대의 영업적자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생색을 내기도 했다.
반면에 고환율로 인해 국민들의 등골은 휘었다. 환율 폭등 때문에 전보다 훨씬 비싸진 휘발유를 넣어야 했다. 불경기 속에서도 물가는 폭등해 식품비, 의류비, 교육비, 외식비 등 일반 서민의 지출항목 대부분이 비용이 증가했다. 결국 서민들이 먹고살기 위해서 혹은 경제활동과 여가생활을 위해 더 부담해야 했던 돈들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수출 대기업의 이익증가에 기여한 것이다.
MB출범 당시 지속적인 무역흑자와 사상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환율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었고, 900원선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없지 않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8년 환율을 910원선으로 예상했다. 환율이 900원선을 밑돌 경우 중소기업들은 역마진, 즉 수출하면 할수록 손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키코 상품에 가입한 견실한 중소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MB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폭등시킴으로써 키코에 가입했던 수많은 선량한 중소기업들이 흑자도산의 도산도 줄을 이었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이익이라는 기적도 결국 나와 내 이웃들의 희생 위에 쌓은 '우골탑'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그렇다면 환율 폭등으로 수출 기업들이 누린 이익 총액은 얼마이고, 국민들이 감당해야만 했던 손실 총액은 얼마나 될까? 2009년 한해에만 77조원이었고, 그와 똑같은 금액을 우리 국민과 정부가 손실로 부담했다. MB정부가 출범한 이후 2011년 상반기까지 우리 국민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수출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무려 174조원의 손실을 입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계산하면 가족당 1,45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손해를 본 것이다.
경제학에는 '소득재분배'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돈 많은 사람으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돈이 없어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국가의 정책을 말한다. 그런데 MB정부는 이와 정반대의 정책을 썼다. 가난한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은행에 수십조 원의 예금을 쌓아두고 있는 수출 대기업들의 금고에 넣어준 것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거꾸로 된 소득재분배 정책'을 MB정부는 '고환율정책'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MB정부 들어 득세하고 있는 고환율론자들은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와 투자가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환율 폭등으로 떼돈을 번 수출 대기업들이 과연 몇 개나 되는 일자리를 창출했을까?
3대 재벌이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2008년 4월 28일 열린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약속한 고용 창출과 투자 규모는 삼성전자의 경우 2008년 한 해 동안 27조 8000억원 투자와 2만5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현대그룹과 LG그룹은 각각 11조원과 4300여 명, 11조 2000억 원과 3000여 명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철저히 무시됐다. 대기업들은 2008년에는 오히려 1212개의 일자리를 줄였다 2009년 세 기업이 늘린 일자리는 고작 1628개였다.
대기업들이 2009년 상반기 투자한 약 14조원 중 상당액은 해외에 투자되었다. MB정부 3년간 국내 기업들은 671억 달러, 즉 8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해외에서 공장을 짓고 기계설비를 구입하는데 사용했다. 가계소득 감소로 내수경기는 심각하게 침체되는데, 수출 대기업들은 다른 나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고환율정책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일자리 창출'과 '투자 증대'는 허울 좋은 말뿐이었고, 실제로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서민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수출 대기업들에 몰아주었는데, 그 기업들은 고용과 투자는 등한시한 채 해외투자를 늘리고 또 은행의 예금 잔액만 엄청나게 늘렸던 것이다.
지금의 고환율 정책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이미 IMF는 수차례에 걸쳐 우리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을 자제할 것과 금리를 올리고 내수를 진작시킬 것을 권고하고, 또 경고한 바 있다.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시장의 원칙을 관철할 경우 환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무역 흑자는 지속되고 있으며, 외환 보유고 역시 사상 최고치를 계속 갱신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글로벌 금융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달러를 찍어댔기 때문에 시중에 달러는 차고 넘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이라도 고환율정책이 폐기되어 환율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간다면 상장기업의 이익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기업 이익에 의해 결정되는 주가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 지난 2년여 주식시장의 버블 형성에 결정적 기여를 한 환율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그리고 어느 정도로 움직일 것인가는 주식시장 향방에 극히 중요하다. 만약 환율이 제자리를 찾아 MB정부 출범일의 947원까지 안정된다면,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환율 효과만으로도 47% 하락할 것이다.
MB정부가 지난 4년간 조자룡이 헌 칼 휘두르듯 마구 휘둘러댄 유동성, 환율, 재정적자 전선에 이상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 세 정책 수단을 무소불위로 휘둘러 쌓아올린 자산 버블에 이곳저곳 금이 가고 있다. 환율 역시 큰 균열이 생기고 있다.
고환율 덕에 이익이 급증한 수출 대기업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덩달아 주식시장은 호황을 구가했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것이 세상 이치다. 고환율로 실질소득이 감소한 가계들이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부동산 투자를 위해 앞다투어 대출을 받았으니, 대출을 상환할 능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 직전의 활화산처럼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수 침체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른바 고환율의 역습이 시작되고, 한국경제와 주식시장에 회오리가 몰아칠 기세다. 이 살인적인 회오리를 대비하기 위한 각 경제주체간 현명한 노력들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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