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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08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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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62.24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33.7만자, 약 10만 단어, A4 약 211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54652834 |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2023년 08월 08일 ~ 2025년 09월 08일
상시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할 책을 다 읽을 수 있는 시간과 능력이 있다면 서평은 필요하지 않다. 읽으면 되니깐.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면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서평은 그 대책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p.5)
《책에 빠져 죽지 않기》는 인터넷 서점 블로그에서 ‘로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이현우 작가의 서평집이다.
위의 인용대로 이 책의 서평들은 개인적인 감상보다 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관련된 다른 책 소개, 그리고 책의 장, 단점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잡지와 신문에 기고한 173편의 서평을 소개한다. 본문을 보면 173편의 서평이 책, 인문, 역사, 정치, 사회, 문화, 과학의 일곱 분야로 나뉘어져 각 챕터마다 20~30편씩 실려 있다. 참고로 《책에 빠져 죽지 않기》에는 비문학 파트만 실려 있는데 문학파트는 분량이 많아 따로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조만간 그 책도 읽어보고 싶다.
모든 챕터가 뛰어난 서평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1부 책의 바다 편이다. 이 챕터에서는 책과 독서, 그리고 서평에 대한 전문서평가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독서력을 갖추는 일이 대단한 수고를 요하는 힘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유컨대 그것은 반복적인 독서를 통해서 우리 뇌에 ‘독서 근육’을 만드는 일에 해당한다. 꾸준한 운동이 우리의 근력을 키워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독서는 우리의 독서 근육을 발달시킨다. 책은 기분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근육으로 읽는 것이다. 얼마만큼의 독서량이 있어서 독서 근육이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는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대략 150권의 독서가 권장된다. 1,2년, 또는 길게 잡아도 3,4년에 걸쳐서 그 정도 분량의 책을 읽는다면 자연스레 독서 근육이 길러질 수 있다. 그리고 한 번 독서 근육이 만들어지면 독서는 한결 수월하고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 경우에도 선후관계는 바뀔 수 있다. 책은 재미있어서 읽는다기보다는 읽다보면 재미있어진다.
(p.46)
저자는 글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인 ‘문해력’과 책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독서력’을 구분한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이 ‘문해력’은 있지만 제대로 된 ‘독서력’이 없어서 독서량이 적다고 지적한다. 독서력은 독서 근육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위해 특별히 읽어야할 책을 지정하지는 않고 150권을 읽어야 한다고 양만 정해준다. 책 종류 상관없이 굳이 150권인 이유가 궁금하지만 따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나는 예전에도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많이 읽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7년 전부터 시간 여유가 생겨 매주 도서관에 가서 대여섯 권의 책을 대출해서 읽었다.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한 적도 많았지만 매주 한 권씩만 계산해도 일 년에 50권 이상은 읽은 셈이다. 그리고 3년 전부터는 매달 열권 이상 구매해서 읽었다.
독서 노트를 쓴지는 2년 정도 되었다. 독서 노트를 쓰면서 처음엔 '천권 읽기'를 해보고 싶은 욕심에 제대로 소화도 하지 않고, 이해하기 쉬운 책 위주로 읽은 적도 있다. 그러다가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적게 읽어도 좋은 책을 읽고 제대로 이해하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저자의 말마따나 150권 이상 읽으면 독서 근육이 생기는지, 좋다고 해서 사놨지만 읽기 힘들었던 책을 요즘 다시 펼쳐보면 전과 다르게 재미있게 읽힐 때가 있다.
비평은 어떤 책을 이미 읽은 독자를 상대한다. 반면에 서평은 아직 읽지 않은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 아직 읽지 않은 독자에게라면 비평은 서평으로 읽히고, 한 번 읽은 독자에게 서평은 비평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뜻도 된다.
.....
서평의 부상은 비평의 쇠퇴의 이면이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 독자라 하더라도 해마다 읽은 책보다 읽지 않은 책의 수가 휠씬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독서 현실이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최대한 가려서 읽되,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가늠해두는 편이 최선일 것이다. 서평은 바로 그런 필요에 대응한다.
(p.91)
서평도 비평의 한 갈래라고만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비평과 서평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둘 다 책에 대한 평가 글이지만 비평과 서평은 대상과 목적이 다르다고 한다.
저자의 말대로 서평은 책을 구입할 때 참고자료로 유용하다. 인터넷 서점에서 독자들이 좋게 평가하는 책을 선택하면 거의 실패가 없다. 하지만 리뷰만 보고 책을 고르는 게 좋지 않을 때도 있다. 서평으로 책의 정보를 얻으려면 일단 리뷰 개수가 어느 정도 되어야하는데 후기 많은 책이 꼭 좋은 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리뷰가 많은 책은 베스트셀러이거나 상대적으로 서평쓰기 편한 쉬운 책들이다. 또한 독자가 책을 읽고 리뷰까지 썼다면 책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미없거나 도움이 안 된다고 여길 때에는 굳이 시간 들여 리뷰를 남기지 않을 테니 말이다. 《책에 빠져 죽지 않기》도 좋은 책이지만 yes24리뷰를 찾아보니 2개 밖에 안 된다. 특히 읽기 어렵고 분량 많은 고전일수록 도움이 되는 서평이 많기를 바라지만 상대적으로 좋은 리뷰가 적다.
서평의 기능은 이런 필요에 의해 도출된다. 어떤 책을 읽고 싶게 하거나, 읽은 척하게 하거나, 안 읽어도 되게 해주는 것이다.
(p.91)
우리에게는 늘 읽어야 할 또다른 책이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서평은 독자로서 우리가 책의 바다에서 익사하지 않기 위해 벌이는 생존 투쟁이다.
(p.95)
여기서 말하는 서평의 기능을 염두에 둔다면 좋은 서평을 쓰는 기준도 만들 수 있다.
핵심을 요약하되, 책에 대한 흥미는 잃지 않도록 하며,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라면 독서의 필요를 없애줄 것.
저자는 비평과 달리 서평은 예술적인 글이 아니고, 한두 사람의 몫이 아닌 품앗이 글이기 때문에 굳이 잘 쓰지 않아도 되고, 형식에 매일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 편의 공들인 서평보다 덜 공들인 여러 편의 서평이 더 낫다며 서평을 많이 쓸 것을 권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여러 책을 통해 평소에 많이 생각해 본적이 없는 페미니즘, 입시, 여행, 음식, 음악, 사진 등 방대한 분야의 지식을 알려준다. 이번에 새로 배운 개념들도 있다. 5부 사회의 바다 편에서 알게 된 다자간의 사랑을 뜻하는 ‘폴리아모리’와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에 이어 제4의 성적취향을 말하는 ‘무성애’라는 단어는 생소하지만 흥미로웠다. 다만 7부 과학의 바다 편에서는 자연과학서적을 예상했는데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책이 대부분이라 의외였다.
《책에 빠져 죽지 않기》를 다 읽고 나니 ‘로쟈의 서평’이라는 배를 빌려 책의 바다를 밤낮으로 항해하다가 이제야 육지에 발을 디딘 기분이다. 읽어본 책이 나오면 반가워도 하고, 전혀 모르는 분야가 나오면 멀미도 하며 며칠을 보냈다.
두껍긴 해도 서평집 한권으로 얻은 얕은 지식으로 그 분야를 안다고 할 수는 없다. 그저 ‘나는 모르는 게 많구나.’하는 사실만 깨달았을 뿐이다. 그래도 파도는 몇 번 맞아봤으니 앞으로 알고 싶은 게 생겼을 때 망망한 책의 바다에서 떠돌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때는 이 책을 부표 삼아 필요한 책을 찾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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