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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09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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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8쪽 | 468g | 140*210*30mm |
ISBN13 | 9791160801491 |
ISBN10 | 1160801495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3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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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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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고 싶은 진실과 마주하는 사람들
- 오찬호,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결혼과 육아는 하나로 묶여 있다. 결혼이 제도이듯 육아 또한 제도이다. 오찬호는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휴머니스트, 2018)에서 제도로서 결혼과 육아를 이야기하고 있다. 결혼과 육아에 굳이 제도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결혼을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결혼은 결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혼 안 해?”라는 질문과 “결혼을 왜 해?”라는 질문은 다른 듯하지만 결국은 같은 상황을 전제한다. 결혼이 제도라는 인식이다. 결혼은 개인과 개인을 넘어 집단과 집단이 묶이는 제도이다. 결혼을 하는 사람들은 보다 큰 집단으로 이어져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결혼이 개인 문제라면 ‘시월드’라는 말이 왜 나오겠는가? 시월드는 ‘시가’를 표현하는 말이다. 시부모가 있는 곳은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이 세계에서는 오로지 며느리만 소외된다. 며느리는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시월드’가 강화되는 이유를 사회구조적으로 분석한다. 시월드라는 말이 나도는 사회적 배경에는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없는 세대의 비극이 자리하고 있다. 연애에서 자연스레 결혼으로 이어지는 낭만적인(?) 사랑은 더 이상 없다. 청년들은 결혼을 하면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잘 안다. 두 사람이 만나 파뿌리가 되도록 사는 삶은 이야기 속에나 있다. 결혼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청년들은 수없이 많은 제도들과 싸워야 한다. 지금 청년들은 청첩장을 돌리는 친구들에게 결혼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 결혼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니다. 결혼을 하면 짊어져야 할 의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들이 별다른 생각 없이 받아들인 일을 청년 세대는 고분고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성공하지 않으면 실패자가 되어버린다. 평범한 사람들은 없다는 얘기다. 성공하면 찬양을 받고, 실패하면 비난을 받는다. 성공과 실패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비혼자들은 솔직하게 고백한다. ‘지금은’ 스스로 결혼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지만 ‘직전까지’는 결혼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 허우적거렸음을 인정했다. 자신이 사회적 거세를 당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물론 나쁜 사회로부터의 거세다. 이들에게 주체적인 행위 의지가 보란 듯이 풍기는 ‘비혼’이라는 단어는 겹겹이 쌓인 자신의 상처를 봉합하는 마법의 언어였다. 그만큼 비혼자들은 연애-결혼-출산에 대해 가장 현실적으로 고민한 사람이다. 이들이 드러낸 공포, 그러니까 ‘그 부모’와 다른 레일로 들어선 결정적인 계기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존재를 미약하게 만드는 경제적 사정이고 둘째, 면역이 없기에 버티기가 힘들다고 판단한 인간관계의 문제, 마지막은 지금껏 배운 것이 너무나도 무용함을 인정해야 하는 빌어먹을 성 불평등의 세상이다. 이를 감수할 각오가 있어야 기혼자가 된다. (28쪽)
경제적 사정, 인간관계, 성 불평등은 사실 하나로 이어져 있다. 경제적 사정 때문에 청년 세대는 결혼을 해서도 부모에게 의존한다. 독립적인 인간관계가 될 수 없는 이유이다. 성 불평등은 가부장제 의식에 길들여진 남자와 거기서 벗어나려는 여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가리킨다. 지은이는 동갑내기 남자와 결혼한 여성을 사례로 제시한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출근 준비를 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밥 안 줘?”라고 이야기한다. 어머니가 해준 역할을 아내에게 요구한 것이다. 여자에게는 낯선 일이 남자에게는 아주 당연한 일이 된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길러졌기 때문이다. 남자가 해야 할 일, 여자가 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시어머니가 개입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제시된 사례 속 여성은 결혼할 때 시가에서 경제적 도움을 받았다. 신혼부부로서 자주권을 잃는 순간이다. 주말이 되면 남편은 시부모를 찾아 시가로 간다. 시부모 눈 밖에 나면 좋지 않다는 의미이다. 받은 게 있으니 며느리 또한 시부모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경제 문제로 뒤얽힌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가부장제 사회다 보니 지은이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처한 문제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가부장제 사회는 여자를 ‘모성’이라는 틀에 가두려고 한다. “단언컨대 ‘모성’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악질적으로 남용되는 단어다.”(75쪽)라는 말에 나타나는 대로, 지은이는 가부장제 사회가 모성을 어떤 식으로 이용하는지 철저히 분석한다. 모성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어머니의 마음’이란 무엇일까? 희생이다. 가정에서 엄마가 희생을 하면 가족들이 편하다. 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희생하지 않는 여자를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모성이 강한 여성은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극복한다. 문제는 모성이지 상황이 아니다. 남자들에게 이 말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어떤 상황도 부성만 강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을 남자들은 과연 인정할까? 모성과 부성은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무엇이 다른가? 여자는 희생하는 존재이고, 남자는 그 희생을 받는 존재라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신자유주의 사회는 모성 담론을 통해 여자들을 소비의 주체로 만든다. 아이를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엄마는 아이를 위한 물건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구입하려고 한다. 다른 아이보다 더 나은 아이로 기르기 위해 엄마들이 벌이는 눈물겨운 경쟁(?)을 자본은 모성 담론으로 정당화한다. 100만 원이 넘는 유모차를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는 엄마들은 뭇 엄마들의 부러움을 산다. 학원 정보를 꿰뚫고 있는 ‘돼지 엄마’들이 아이 교육에 목을 매는 엄마들의 부러움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아이에게 모유가 좋다고 하면 어떻게든 모유를 먹이려고 하는 엄마들의 심리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는 일도 경쟁이 된다. 엄마들은 다른 엄마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생각하며 자란 세대는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무한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일을 경쟁처럼 수행한다. 엄마들이 하는 생각은 당연히 아이들에게도 전달된다. 아이들은 엄마를 따라 모든 일을 무한경쟁 논리로 바라보게 되는 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소비는 전체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미덕임에는 분명하지만 문제는 소비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는 안타까움 아니겠는가. A는 백화점에, 대형 쇼핑몰에 가면서 느꼈던 박탈감을 극복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가지기에는 너무 비싼 것’들이 점점 열심히 노력하고 살았으니 당연히 가져야 하는 것이 되어갔다. 이런 식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버티는 자신을 치유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치유는 일시적일 뿐이다. 이 과정이 누적될수록 더 상위의 물건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가질 수 없는 박탈감은 자신이 무능력하게 느껴지는 모욕감으로 변해갔다. 그렇게 ‘돈 열심히 모아서’ 전에 갖지 못했던 그 물건을 사는 것 자체가 삶이 되어갔다. 이를 위해 자신에게 만족을 즉각적으로 주지 않는 도서 구입이나 시민단체 기부 등의 소비는 철저하게 줄였다. 김기림 시인이 말했던가. “갖고 싶은 것이 무수하게 번식하고 또 그 자극이 쉴 새 없이 연달아 오니까 거기 따라서 사람들의 욕망 창고에는 빈 구석만 늘어갈 수밖에 없다.” (184~185쪽)
무한경쟁 사회에는 언제나 승리자와 패배자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승리자는 당연히 돈이 많은 사람이다. 부모들이 왜 자식들을 ‘공부’라는 무한경쟁 속으로 집어넣겠는가? 공부를 잘 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좋은 대학에 가야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성공할 사람은 싹수부터 다르다는 생각으로 부모는 아이가 원하는 모든 걸 해주려고 한다. 어른이나 아이나 소비를 통해 자기만족감을 느낀다. 어른들은 돈을 벌어 전에 갖지 못한 물건을 가지려고 하고, 어른들 영향을 받은 아이들은 자신이 지닌 물건으로 친구들의 등급을 매긴다. 하지만 완전한 만족이란 없다. 누군가는 자기보다 더 좋은 물건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악순환이다. 김기림 시인의 말마따나 갖고 있는 게 많을수록 “사람들의 욕망 창고에는 빈 구석만 늘어갈 수밖에 없다.” 돈을 더 벌수록, 그 돈으로 더 많은 소비를 할수록 마음은 허해지는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가 과연 누구일까? ‘무한경쟁’은 언제나 무한욕망을 낳는다. 무한한 욕망은 한계를 정하지 않는다. 자기 기준에 맞추어 소비를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 기준에 맞추어 소비를 결정한다. 나를 움직이는 힘은 밖에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생존수영’에 빗대어 한국사회에 만연한 무한경쟁 논리를 비판한다. 생존수영은 배워두면 이롭다. 언제 어떤 상황에 처할지 모르지 않는가? 최근 생존수영 교육이 초등학생에게 의무화된 것도 이 때문이리라. “문제는 ‘모두가’ 생존수영을 하도록 하자는 취지가 ‘누가 더’ 잘하는지를 가려내는 식으로 변하면서 발생한다.”(225쪽) 생존수영을 할 줄 알면 되는 것인데, 사람들은 ‘누가 더’ 생존수영을 잘하는지 자꾸만 평가하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평가 기준도 높아진다. 처음에는 물에서 오래 버티기 기록만을 측정한다. 아이들이 웬만한 수준에 이르면 평가 방식은 수영 기법으로, 잠수로, 다이빙으로 진화한다. ‘평가’는 아이들을 비교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누구는 잘 하고, 누구는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좋은 평가를 받은 아이는 기분이 좋을 테고, 나쁜 평가를 받은 아이는 기분이 나쁠 테다. 수영 기법을 배우기 싫어도, 다이빙을 배우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배워야 하는 이유이다.
지은이는 “학교와 학원에서 평가가 많아지고 사람들이 이에 적응할수록 자신의 계급적 한계를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232쪽)라고 이야기한다. ‘계급적 한계’가 아이의 미래 희망을 결정한다. 임대사업자나 건물주가 아이들이 희망하는 직업군(?)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은 임대사업자나 건물주가 되어야 편안하게(?) 인생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모험을 하기보다 처음부터 안정된 생활을 하기 바란다는 말이다. 초등학교 때는 희망에 부풀어 공부하던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풀이 죽고, 고등학생이 되면 아예 공부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수준이 올라갈수록 자기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길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공부에서 밀린 아이를 이 사회는 인정하지 않는다. ‘문제아’가 된 아이들은 고등학교 졸업장이라도 얻기 위해 참고 학교를 다닐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밀리고, 관심에서 밀린 아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세상을 바라볼지 생각해 보라.
평가가 일상이 되는 사회는 개인의 취향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사회가 만든 기준이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질을 결정한다. 지은이는 ‘아빠 캠프’에 참여한 경험을 사례로 든다. 이 캠프의 주된 내용은 아빠가 아이들과 요리를 하며 가족애를 느끼는 것이다. 엄마와 아이는 요리하는 아빠를 응원한다. 주최 측은 가족들의 단란한 모습을 끌어내기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가족이 곧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퍼뜨린다. 행복한 가족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 이면을 생각하지 못하는 게 문제이다. 이 캠프는 일상에서 엄마가 하던 일을 아빠가 하는 것으로 대체한다. 아빠와 엄마의 역할을 정확히 나누고 있는 것이다. 가족들은 행복을 연출하지만 가족 내 성 불평등은 전혀 해소되지 않는 모순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지은이는 이런 식의 문제제기를 사람들이 낯설어하고,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어떻게 사회학을 공부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혼과 육아는 개인 문제가 아니다. 사회 문제다.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에 맞춰 살면 보이지 않는 진실을 지은이는 사회학이라는 시선을 경유하여 접근한다. 누구나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 있기 마련이다. 지은이는 어찌 보면 우리가 애써 외면하는 이 진실을 거침없이 주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행복을 강조하는 가족 캠프에서 지은이가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자신들과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할까?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쓸데없이 떠벌린다고 이야기할까? ‘대한민국 부모에게 던지는 불편한 메시지’라는 말이 책 표지에 나와 있다. ‘불편한 메시지’를 들으면 기분이 나쁘다. 그것이 진실일수록 더욱 그렇다. 익히 알면서도 눈 감고 있는 진실과 대면하고 싶은 사람은 그래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진실은 가린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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