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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11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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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472쪽 | 494g | 128*188*30mm |
ISBN13 | 9788930009201 |
ISBN10 | 8930009204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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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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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1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일본과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여기에 이제 중국도 참여하고 있다.
나는 사실 사립 학교에 대해선 잘 몰라서 간간히 예고나 과고 입시 경쟁률이 높다는 말 정도만 들었는데, 이 소설을 읽어보니 일본은 초등학교 들어갈 때부터 우리나라 대학 입시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입시 전쟁이 벌어지는 것 같다. '종이달'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인상 깊게 각인시킨 가쿠다 미쓰요의 '숲속에 잠든 물고기'는 바로 그런 상황을 다룬다.
소설은 1999년에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난, '수험 살인'으로 불리기도 하는 유아 살해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범인은 30대의 평범한 엄마로, 그녀는 아들과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의 여동생을 유괴해 화장실에서 살해하고는 그 시신을 그 날 신칸센을 타고 자신의 고향집으로 가져가 뒷마당에 묻은 뒤, 사흘이 지나 절의 부주지인 남편의 설득으로 자수했다. 동기는 질투였다. 자신의 아들은 유명 초등 사립학교에 붙지 못했는데, 유괴한 아이의 오빠는 붙었던 것이다. 또 자기 딸은 원하는 유치원에 떨어졌는데, 자신이 유괴한 아이는 그 유치원에 붙었던 것이다. 이렇게 연거푸 당한 두 번의 좌절이 그녀를 끝내 아이의 목숨을 빼앗는 엄청난 잘못으로 이끌고 말았다. 입시에 모두 성공한 엄마에 대한 질투로, 아이의 목숨을 빼앗아 그 엄마도 자신처럼 아프도록 하여 심리적 보상을 얻으려 한 것이었다.
이토록 일본은 유치원 입학 때부터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강한데, 일본에선 이를 두고 기모노 바람이라 부르기도 한다. 특히 사건의 범인이 살던 도쿄 분쿄구는 우리나라 강남 이상으로 기모노 바람이 심해서 엄마와 아이 할 것없이 아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라 한다.
소설도 바로 그 지역을 배경으로 하여 범인과 그리 다르지 않은 엄마들을 다섯 빚어내어 자신도 모르게 그런 경쟁 속에 빠져들게 된 이들의 내면을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다. '종이달'이 잘 보여주었듯이, 가쿠다 미쓰요는 점점 파국으로 떠밀려 가는 마음의 풍경을 손에 잡힐 듯 잘 그려내는데 이러한 그녀의 장기는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이야기를 가볍게 소개해 본다면, 같은 곳에 살고 같은 유치원에 아이들이 다닌다는 이유로 가까워진 다섯 명의 엄마가 있다. 소설에 소개된 순서대로 이름을 말하자면, 마유코, 요코, 치카, 히토미 그리고 가오리가 그들이다. 처음에 그들은 의기 투합하여 더없이 따뜻한 모임을 만들었으나 그 중 몇몇이 초등학교 입시 전쟁에 뛰어들면서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 번 선이 그어지자, 별 거 아닌 것들이 빌미가 되어 의심과 질투를 부르게 되고 호의와 선의는 악의로 돌변하며 끝내 서로가 서로를 멀리하고 일부러 피해 다니게 되는 관계가 되어 버린다. 그런 과정을 가쿠다 미쓰요는 커다란 감정의 기복 없이 냉정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마치 작은 블록 하나를 천천히 끼워 맞추듯 잔잔하지만 집요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그런 해부학적 시선을 통해 독자에게 보게 한다. 무엇이 그녀들 스스로 붕괴를 초래하도록 만들었는지.
그건 한 마디로 상상의 눈이었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자신을 폄하하고 비하하며 조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막연한 의심의 눈이 방아쇠가 되어 모두의 관계를 파국으로 이끈 것이었다. 이렇게.
그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못 하는지, 얼마나 잘못된 일을 하는지, 얼마나 곤란한 사태에 이르는지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 보고 있는 거다. 그 사람들은. 웃음 거리로 삼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들이 나보다 얼마나 좋은 곳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자기 양육 방식이 나보다 얼마나 바르고, 자기 아이가 우리 아이보다 얼마나 뛰어난지, 납득하기 위해서 보고 있다. 그래서 나는 기를 쓰고 그 아이를 제대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p. 404)
어디지, 어디에 있지, 어디서 나를 비웃고 있지.(p. 413)
그들을 최악의 선택으로 이끈 고통들은 모두 이처럼 상상의 비교가 불러 일으킨 결과였다. 진짜로 존재하는 눈이 아닌 자신이 만든 눈 앞에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에 집착하다 자기 스스로 제 삶을 불행의 구렁텅이로 던져버렸던 것이다. 그들은 오직 그 눈에게 자신이 그리 못난 존재가 아님을, 경쟁에서 뒤쳐진 존재가 아님을, 여전히 잘난 존재임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을 봐줄 눈들은 실제론 없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정작 자기 눈으로 봐야 할 곳을 보지 않았다. 바로 자신의 아이를 말이다. 그녀들 모두 아이를 사랑하며 지금 이토록 치열하게 자신이 노력하는 것이 모두 아이를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그들이 신경쓰고 하는 일 모두는 아이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였다. 아이는 다만 상상의 눈 앞에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포장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하여, 고통의 원인이 아이가 아니라 자신에게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이 아이 때문이라는 어리석은 판단마저 범해 버렸다.
이 아이가 사라진다. 그러면 끝난다. 이 아이만 없다면 그 아이는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는다. 이 아이만 없다면 우리가 이제 만날 일도 없어진다.(p. 418)
동화 '백설공주'에서 여왕이 오직 거울에게 자신이 최고의 미녀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된 것처럼, 실제 '수험 살인'을 저지른 엄마도, 소설 속의 다섯 엄마들도 있지도 않은 가상의 눈에게 자기 존재를 인정받고자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추악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아이를 위한 진정한 사랑으로 채워야 했을 자신의 눈을 애오라지 남이 자신보다 못난 것을 꼬집어내고 자신보다 불행한 걸 찾아내는 비교와 질시에 물들여 버렸다. 그 뜨거운 교육열의 이면엔 이렇게 상상의 비교 속에서 스스로 자신의 목을 죄고 있는 어리석음이 있었다.
'숲속에 잠든 물고기'는 바로 이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 역시 결코 자유롭지 못할, 어쩌면 당신의 모습이기도 할 그것을. 소설에서 한 엄마는 잠든 아이의 얼굴을 천천히 내려다 보며 그동안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만 신경쓰느라 정작 자신의 아들은 한 번도 제대로 봐주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소설을 읽고 나는 지금 어떤 눈으로 아이를 보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섯 엄마처럼 상상의 비교 속에서 질식해 버리기 전에...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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