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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12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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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32.21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4.8만자, 약 1.6만 단어, A4 약 30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54439282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3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상상력과 창조력이 개입할 수 있는 단순한 놀이의 중요성
유아용/교육용 장난감, 오히려 아이들 상상력 저해해
우리는 흔히 아이들의 ‘놀이’와 어른들의 ‘놀이’에 쓰인 ‘놀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놀이는 (물론) 어른들의 일과도 다르지만 어른들의 놀이와도 다르다. 아이들의 놀이는 어른들이 일과 달리 자발적이며, 아이들의 놀이는 어른들의 놀이와 달리 창조적이다. 아이들의 놀이에는 고유한 세계가 있다. 그 본질적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자칫 놀이를 안내해준답시고 아이들이 상상력과 창조력을 무참히 파괴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아이들의 놀이가 단순히 어른들의 놀이와 같은 유희적인 ‘활동’이 아니라, 세상을 탐색하고 그려나가는 총체적인 창조 ‘행위’이라는 점을 일깨워줌으로써 제대로 된 놀이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책이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본질에 맞닿아 있는 철학이 잘 녹아 있는 놀라운 책이다.
아이들의 의식은 반쯤 꿈을 꾸는 사람과 같아서 현실 세계를 직접 인식하거나 배우지 않는다. 현실 세계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에는 공백이 많아서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를 채워나간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현실 세계와 다른 자기만의 세계(World)를 창조해 나가고 자유자재로 현실 세계와 창조된 세계를 드나든다. 아이들의 일상은 현실과 판타지의 콜라주인 셈이다.
상상이란 철저하게 자발적이며 창조적인 활동이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인간을 주체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를 사유하는 능력에서 찾았는데, 상상이야말로 가장 주체적인 사유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상상하며 놀고, 놀이를 통해 세계를 창조하며, 창조한 세계 안에서 주체가 된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기만의 호흡과 속도로 성장해 나간다.
그렇다면 어른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안전하게, 안심하며, 방해받지 않고 놀 수 있도록, 아니 상상할 수 있도록 곁에 있는 것으로 족하다. 부모와 함께하는 일상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겐 일상이 장난감이며, 일상이 작업실이다.
어른들이 실수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너무 바쁘거나 조급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더 빨리 현실 세계에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현실을 고스란히 축소한 각종 유아용, 교육용 완구들을 제공한다. 현실을 지나치게 ‘정확하게’ 묘사한 이미지들은 상상을 저해하고 창조를 방해한다. 현실의 이미지를 지나치게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은, 왜곡해서 묘사하는 것 못지않게 해가된다는 것이다. 제품이 제공하는 이미지가 아이들이 창조한 세계(World)를 밀어낸다. 아이들은 고유한 이미지를 창조하는 예술가에서, 고정된 이미지를 소비하는 소비자로 전락하게 된다.
저자는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 이를 설명한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담아 인물을 묘사하고 있는 화가에게 사진이 더 정밀하다며, 이걸 가지라고 건넨다면 화가의 기분이 어떻겠는가? 신발을 전화기 삼고 신발 끈을 전화선 삼아 놀이에 열중하던 아이가 정교한 플라스틱 전화기를 받았을 때의 기분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 외에도 어른들의 선의에 의해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해 나가려던 아이들의 상상력이 무참하게 난도질당하는 여러 장면이 묘사된다. 대체로 블랙코미디지만 어떤 장면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동심파괴가 따로 없다. 선한 의도가 항상 선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이렇듯 이 책은 아이들과 어른들의 시선이 어긋나는 지점을 날카롭게 짚어내고 분석해나가며 어른들 스스로 성찰할 수 있도록 돕고 아이들을 진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는 꼭 놀이에만 국한되는 설명이 아니다. 대화든 그림이든 교육이든 요지는 아이들의 상상과 창조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개략적인 밑그림 정도만 제공해야한다는 것이다. 비싼 돈을 들여 부모가 사준 장난감을 제쳐두고 숟가락을 갖고 논다거나, 모처럼 시간을 내서 동물원에 갔는데 땅에 기어 다니는 개미만 쫓아다니는 건 엄마, 아빠의 영향력에 저항할 정도로 아이들의 상상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외양적으로 이 책은 아이들의 연령대에 맞는 적절한 ‘놀이’를 단순하게 안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보이게 만드는 편집과 구성이 다소 아쉽다. 하지만 첫 페이지만 넘겨봐도 저자가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탐색하고 창조해나가는 세상이 무엇인지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필치를 통해 담아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쉽고 간결하지만 정확하고 날카롭다. 대단히 실용적이지만 동시에 철학적인 깊이를 갖추고 있다.
ps. 본 리뷰를 토대로 만든 영상 리뷰입니다. (https://youtu.be/RbcMRie57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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