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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1992년 03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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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9쪽 | 크기확인중 |
ISBN10 | XX00067350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1.
한국예술,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규교육 없이 전문 소리꾼, 전문 연주가로서 자리매김하는 분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는 소설입니다. 그분들 자신이 인맥?을 통해서 절대음의 경지에 다다르지만, 그와 동시에 현실적인 문제로 절망하게 되는 사회구조의 모순을 정명재와 최양수의 사랑으로, 그리고 정명재의 선대의 이야기로 형상화하고 있는 소설입니다. 좌중 담화(김송죽)가 삽화로 끼어 있어서 제가 좋아하는 담화구조라 재미있게, 그러나 슬프게 읽었습니다. <민꽃소리>는 이야기와 더불어 진양조, 추임새 등의 우리 소리의 다양한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장이 바뀔 때마다 화자가 바뀝니다. 넋놓고 이야기만 따라가다가는 화자가 누구인지 혼돈이 생기기는 하지만, 왜 그러한 서슬기법을 이용하는지 장수가 넘어갈수록 작가의 의도를 여실히 느끼실 겁니다.
2.
서두부터 정명재의 죽음이 거론됩니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어갈수록 가슴이 먹먹해옵니다. 그들의 운명이 이미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들의 현실이 결코 문문하지 않다는 것을 동시대 사람으로서 자각하고 있는 탓이기도 합니다. 자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병신의 죽음. <민꽃소리>에서는 거침없이 정명재를 병신으로 묘사하고, 서술합니다.
최양수는 자신이 음악에 소질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남보다 배로 노력해서 남보다 월등한 수준급의 음악가입니다. 가야금. 소리... 등 남보다 못하지 않은 실력을 지닌 대견한 인물이고, 그가 흘린 땀만큼이나 거만한 위인입니다. 그런 최양수가 정명재, 그 병신에게 빠져드는 것은 정명재의 대금소리에 매혹당하기 때문이죠. 안정되고 전도유망한 미래를 가진 최양수의 운명이 주위사람들의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근성과 천부적 자질은 천지차이죠. 갈수록 그 차이를 인정하게 됩니다. 아무리 애쓰고 노력하고, 시간을 깎아내도 닿지 못하는 경지가 있습니다. 최양수는 일찍이 그 한계를 인정하며 거만하게 노력을 해 왔는데, 정명재의 대금소리를 만나자 그의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져내립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최양수의 운명은 한순간에 구부러져버립니다. 국악과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학과이지만 그래도 그들은 정규교육으로 이전세대보다 많은 사회적 통로를 가졌습니다. 최양수 정도의 수준이면 무난히 삶을 누릴 수 있는데, 그는 정명재의 대금소리로 모든 것을 포기합니다. 최양수는 스스로 정명재의 밑거름이 되고자 자처합니다. 최양수의 극단적인 모습? 제가 극단적이라 표현하는 자체가 곡해겠지만요... 그의 그러한 선택에는 <민꽃소리>에서 자세하게 이유를 언급합니다. 똑똑한 최양수의 선택이 과연, 잘못이었나... 그런 생각을 소설을 읽는 동안, 계속계속 하게 됩니다.
3.
정명재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그랬습니다. 장애우죠. 그러나 소설에서는 병신으로 불립니다.
그의 천부적인 소리는 결코 저절로 생겨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비장애우와 다르다는 것, 사회에서, 한국음악을 하는 거물급 선생들 이외에는 그가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그의 삶에 있어서 내일이 없다는 것들... 그외에도 많은 것이 그의 성격을 형성하게 하고, 그의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최양수가 관심을 가지고 정명재를 대했을 때, 비로소 최양수의 정명재의 혐오증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인지 알게 됩니다. 최양수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정명재에게 마음이 쏠리기 시작합니다. 그에게는 여유가 없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지독한 외로움이고 힘든 운명인지를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정명재는 동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마땅히 인정해야 할 사람이죠. 아마 <민꽃소리>에서 그를 병신으로 둔 설정은, 작위적인 냄새까지 풍깁니다. 그러나, 이해하실 겁니다. 왜 그렇게 매몰차게 두 주인공 정명재와 최양수를 한데로 내몰아가는지.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국악이 과연 우리것인지를 <민꽃소리>는 묻습니다.
4.
정명재의 죽음은, 그리고 그와 동행한 최양수는,
"더 이상 갈 곳, 할 것(절대성)이 없다."
그러한 의미로 읽힙니다.
일면 그들이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예술인으로서 그러한 자부심, 그러나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제앞가림을 천날만날 휘청이는 행인으로서는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속물적인 관점으로 그들을 보죠.
'좀 더 살지, 그 실력이면, 조금만 굽실대면 편하게 살 텐데.'
보기에 안타깝지만, 비운의 운명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겠죠. 왜 편하게 쉽게 살지 못하나, 안타까워하지만, 그것은 그들에게 오히려 더 가혹한 요구일 것 같습니다.
정명재보다 최양수가 더 안쓰러운 것은, 그의 선택이 자의에서 비롯된 탓이기도 합니다. 최양수의 선택은 운명이었겠지만, 주위에서 그를 보는 시선에는 정명재에게 보내는 동정만큼이나 값싼 아쉬움에 지나지 않습니다.
5.
유익서 씨의 소설에 평론가 김현 님의 소설 설명이 곁들여져 있더군요. 2001년 소설을 읽었을 때 한 생각이 납니다. 나도 정명재처럼 살아야겠다. 얼토당토않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2001년 단소를 샀다가 일주일도 채 못 되어 골방에 던져두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늘은 저마다에게 맞는 소질 하나를 내려주시죠. 저는, 빈둥대기입니다. ^^
소설의 파급효과가 큰 이유가 서술자의 역할이 아닐까 싶네요. 소설을 읽는 동안 몰두하고 인물들에게 동화가 되었다가, 책을 덮는 순간 저만 튕겨져 나옵니다. 그래서인지 자못 불안해합니다ㅏ. 2007년 <민꽃소리>는 민꽃이 뜻하듯이, 꽃이 없는 식물. 개화를 하지 못하는 그들과 아직 개화하지 못한 저 사이의 거리를 생각하게 합니다. 아마, 이렇게 나태하고 의심과 불안으로 산다면 민꽃식물로 남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들은 책을 덮는 순간, 그들의 세계로 가고, 저는 저의 세계로 돌아오는 순간... 괴리감. 그러면서도 다시 그들을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언제가 될지. 그래서 저는 책에 밑줄을 긋고, 그들과의 만남에 대해서 짧은 욕설과 동정, 칭찬, 감탄을 연필로 적어둡니다.
'민꽃식물', '민꽃소리'...
6.
2001년 7월 24일에 읽기를 마쳤나 봅니다.
마침표가 없는 종이에 그렇게 낯익은 글씨체가 거칠게 씌어져 있네요. 그리고 그 아래에다 저는 2007년 4월이라 적어놓습니다. 날짜만 다른 것이 아니라 글씨체도 다르네요. 사람 역시 같은 사람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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