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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12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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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704쪽 | 1,036g | 140*210*40mm |
ISBN13 | 9791155401415 |
ISBN10 | 1155401417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9월의 굿즈 : 디즈니 캐릭터 태블릿&노트북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1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그렇고 그런 날들이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 또한 오늘 같다. 매사 심드렁하게 되고 취미처럼 권태에 젖는 건, 늘 쳇바퀴 도는 것만 같은 일상의 시간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의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그런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겐 경험이 없다고 말했다. 경험은, 아감벤에 의하면, 일상의 시간에 균열을 일으켜 그 틈으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유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일종의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모험과도 같이 남에게 들려줄만한 나만의 이야기 같은 걸 만드는 것. 갈수록 인생이 규격화되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은 기성품처럼 되어 남들이 원하는 걸 원하고 남들이 갖는 걸 갖게되어 별 반 다를 바 없어 그런 경험을 가질 수 없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도 이것을 무의식적으로 잘 알아 그리도 지금의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일상의 시간을 좀 더 다르게 보게 하는 책이 있으면 어떨까? 그런 책이 있다면 조금은 아감벤이 말한 경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책이 하나 있어 여기에 소개하려 한다. 그것이 바로 주로 역사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일들을 파헤치는 걸 즐겨하는 미국의 논픽션 작가인 마이클 파쿼가 쓴, '지독하게 인간적인 하루들'이란 책이다.
일단 이 책은 꽤 두툼하다. 703 페이지다. 이런 중량감은 이 책이 우리의 365일을 다 담고 있기 때문이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중 어느 날이라도 그날 어떤 일이 역사적으로 일어났는지 알려주는 형식으로 된 책이다. 그것도 죽거나 다치거나 망하거나 수치를 당하거나 하는 불행한 일들을. 신문 같은 것에서 빈 지면을 이렇게라도 채우고 싶다는 듯, 오늘 역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간단하게 알려주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그와 같다. 그러나 불행한 일을 하루에 딱 하나만 소개하고 그렇기에 신문의 것과는 비교가 안 되게 자세하다. 거기다 논픽션 작가답게 그걸 아주 재치있고 재밌게 묘사하고 있으니, 1월 8일에 일어난 미국 부시 대통령이 일본 총리의 자택을 방문하여 만찬을 나눌 때 독감 때문에 구토를 하게 된 장면이 그러하듯 읽다보면 절로 과거에 일어난 불행한 하루가 눈 앞에 있는듯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렇게 날마다 하루에 한 페이지씩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주로 6월 1일의 하이든 머리 유골이 도난된 사건이나 9월 6일 타지마할을 세웠던 인도 무굴제국의 황제 사쟈한이 실은 아내만 사랑했던 지고지순한 남편이 아니라 젊은 여인에 대한 계속된 욕정으로 정력제를 하도 많이 복용해 배뇨 곤란을 겪었다는 것과 같은 다른 어디서 잘 들어볼 수 없는 희귀한 정보들로 가득해 그 색다름 때문에 지면을 읽는 눈을 반짝이게 만든다.
때문에 '지독하게 인간적인 하루들'을 읽고 있으면 인생사 요지경이라지만 삶은 정말 별의별 일들이 다 벌어지는 장소라는 걸 다시 한 번 강하게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어느덧 나의 하루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바뀌는 것이다. 아무래도 오늘 내 시간을 무심하게 바라보게 되는 건, 앞서 말했듯 그런 시간들을 수면을 튕기는 햇살처럼 반짝반짝하게 만들어 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의 핵심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늘 똑같았으므로 어느새 갇혀버린 내 시야가 그런 시간에 잠재된 모든 가능성을 묵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지 않아서 새롭게 안 본 게 아니라, 새로운 게 있을 수 없다는 우리의 단정이 새로울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 차버린 것이다. 김훈이었던가? 바라보는 풍경은 내면의 반영이라고. 그와 같은 것이다.
'지독하게 인간적인 하루들'은 그런 우리의 초상을 은연 중 확인하게 한다. 오늘 이 하루에 중첩된 과거에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오늘 이 하루가 그저 하나의 표정만 갖는 게 아니라 갖가지 표정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가 이 책을 쓴 진짜 목적은 어린 시절 늘 내 위 보다는 아래를 보고 살아라고 하셨던 어머니 말씀처럼 불행으로 나보다 못한 이의 삶을 보면서 내가 가진 불행을 좀 더 견딜만하게 만들어주는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 막장 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들이 내 팔자가 아무리 드세도 저 사람만큼은 아니라는 걸로 위안받듯이, 사람은 나보다 나은 사람을 보면 살맛이 안 나지만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 살맛이 나는 존재이니까. 그러나 나는 더 깊은 곳을, 그러니까 남의 불행으로 위안 받고자 하는 의도를 넘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하루가 실은 아주 다채로운 것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려 한없이 익숙한 시간을 한없이 낯선 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책으로 보인다. 먼 이국의 나라로 여행갔듯, 색다른 풍경으로 색다른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그렇기에 이 책을 주저없이 추천한다. 아감벤이 말했던 새로운 사유를 할 수 있는 경험을 이 책은 우리에게 분여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일상을 시작하기 전에, 오늘 내게 있을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1년 동안 곁에 두고 하루에 하나씩 읽어보면 어떨까?
그러나 어떤 하루는 딱 하나의 얼굴만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저자에겐 9월 11일이 그렇다. 이러 날은 우리에게도 있다. 바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4월 16일이다. 다시는 그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날은 늘 하나의 얼굴로 기억되어야 하리라.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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