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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2년 04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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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8쪽 | 416g | 128*188*20mm |
ISBN13 | 9788954617772 |
ISBN10 | 8954617778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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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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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강력추천!
악마와 눈이 마주친 느낌 『좀비』
<올드 보이> <박쥐> <복수는 나의 것>에 이어 개봉 예정작 <스토커>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어두운 면을 다루는 데 일가견이 있는 세계적인 영화감독 박찬욱. 그가 최근에 출간된 소설 『좀비』에 명징하고 인상적인, 긴 추천사를 남겼다.
소설 『좀비』
조이스 캐럴 오츠의 『좀비』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단편영화 <좀비>
『좀비』는 악인의 입장에서 서술된 일지다. 그렇다고 독자에게 악덕을 설득하거나 악행에 대해 변명하지는 않는다. 악을 권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러니까 보기보다 위험한 책은 아니다. 차라리 『좀비』는 독자로 하여금 잠시 그 악인이 되어보도록 한다. 이건 추천장도 아니고 사용설명서도 아니고 초대 편지도 아니다. 입체영상을 보게 해주는 안경 같은 것이다. 이걸 쓰면 사이코패스의 눈으로 세상과 사람들, 그리고 자기 내면을 관찰할 수 있다.
어쩌면 반대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입체로 존재하는 세상이 이 안경을 끼면 평면으로 보인다. 사이코패스의 시선은 매우 폭력적으로 세계를 단순화하니까. 조이스 캐럴 오츠의 짧고 멋 안 부리는 문장 덕에 우리는 너무나 손쉽게 연쇄강간살인범이 될 수 있다. 그냥 미끄럼 타고 내려가듯 악의 심연에 뚝 떨어진다. 악은 이토록 쉽고 간결하고 명쾌한 것이던가, 어리둥절해질 지경이다.
악의 화신이 된다는 건 전혀 어렵지 않더라. 타인들을 입체로 보지 않는 것, 오로지 자기만 들여다보는 것, 제 욕망만을 보는 것. 단순화, 평면화, 내면화, 그리고 단절.
―박찬욱(영화감독)
보통 유명인사의 추천사는 길어봐야 몇 문장 안 되고 끝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 박 감독님의 뇌리에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겼나 보다. 박찬욱 감독의 이름으로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는 소설 『좀비』. 대체 어떤 내용일까?
『좀비―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이자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조이스 캐럴 오츠가 실존했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제프리 다머의 이야기를 소재로 살인자의 내면을 탐구한 공포소설이다. (예스24 책 소개)
이 책의 실제 모델 밀워키의 식인귀 제프리 다머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된다. 서른한 살의 주인공 쿠엔틴은 오직 자신에게만 복종하는 착한 노예를 만들고자 아무런 죄의식도 불안감도 없이 살아 있는 인간을 납치해 ‘나만을 위한’ 좀비로 만들려 한다. 심리학과 신경학 서적을 탐독하여 알아낸 전두엽 절제술이라는 정신외과 수술을 직접 시도하면서,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사랑해줄 노예를 만든다는 황홀한 꿈에 젖은 채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천진난만하기까지 한 이 악인의 일기장을 읽으며 독자는 입을 다물지 못할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좀비로 안전한 대상은 타지 사람이다. 히치하이커, 부랑자, 쓰레기 같은 부류. (비쩍 마르거나 마약 중독자나 에이즈 환자만 아니라면.)
또는 시내에서 얼쩡대는 집도 절도 없는 흑인.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인간.
태어나지 말았어야 될 인간.(p.45)
주인공 쿠엔틴에게는 판단의 기준이란 것이 없어 보인다. 그에게 ‘좋은 것’ ‘옳은 것’이란 그저 그가 ‘원하는 것’일 뿐이다. 작가는 놀랍게도, 책 안에서 어떤 종류의 윤리적 개입도 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머리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처음엔 눈살을 찌푸리고 책장을 넘기다가, 어느 순간 이 책에 작가의 개인적 견해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마치 어두운 밤에 악인과 둘만 마주한 것처럼, 그의 일기를 남몰래 읽다가 걸린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라게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사소한 악도 옳고 그름의 판단을 잠깐이라도 유보하거나 무시했을 때 발생한다. 그것은 조금 덜 생각하는 것, 세상의 많은 관계들보다 나의 목적, 욕망만을 먼저 생각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가장 문학적 공포소설이라 불리는 『좀비』.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진짜 공포는 이런 것 아닐까, 악은 의외로 아주 쉽고 단순한 인간의 욕망이라는 사실.
조이스 캐럴 오츠
이쯤 되면 조이스 캐럴 오츠가 어떤 작가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박찬욱 감독이 자신이 아주 좋아하는 작가이고 스스로 팬임을 자청했던 바로 그 여성작가. 영미권 노벨문학상의 강력한 후보 조이스 캐럴 오츠의 놀라운 문제작을 긴 여름을 맞이하기 전의 당신에게 권한다. 뼛속까지 차가워지는 공포는 물론, 인간의 본성에 관한 또 한 차례의 아찔한 깨달음이 찾아들 것임을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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