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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3년 12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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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8쪽 | 크기확인중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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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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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신작 만화 『오늘의 인생』은 아버지와 물건을 던지며 싸웠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서랍장 위의 텔레비전을 피해 물건들을 던집니다. 복숭아도 그중 하나인데 던진 복숭아를 찾아 먹습니다. 그 길로 그녀는 신칸센을 타고 올라와 혼자만의 여름방학을 즐기기 위해 호텔에 머무릅니다. 룸서비스로 시킨 음식은 짰고 그녀는 이 여름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만화의 마지막을 읽으며 마스다 미리가 왜 아버지의 이야기로 『오늘의 인생』을 시작했는지 알았습니다.
인터뷰 기자와 만나는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자신보다 모든 사람을 웃기고 즐겁게 해줘야 한다는 강박에 걸린 것 같은 스스로가 안쓰러워집니다. 만화를 그리기 위해 카페에 가고 옷을 고르고 백화점 식품 매장에 들러 먹을거리를 삽니다. 이 모든 일들이 그녀의 『오늘의 인생』 안에서 펼쳐집니다. 2박 3일 러시아 패키지여행에 마음 반을 줬다가 힘든 여정 때문에 마음을 다시 거두어 옵니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읽으며 공책을 꺼내어 적습니다. 나만의 '오늘의 인생'을 찾습니다. 어제는 지나가 버렸고 내일은 다가올지 말지 모른 채 맞게 되는 오늘, 그 안에는 나만의 생활과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마트에 들러 먹을 것을 사고 늦게 일어난 토요일 오후를 맞이하는 감사한 그녀의 오늘에서 나는 무사히 보내고 있는 오늘과 지나가버린 어제를 떠올립니다.
스타벅스에 가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오늘의 인생'에는 음료를 제대로 주문하지 못할 것 같아 사이렌 오더로 메뉴를 고르는 내가 있습니다.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이야기 속에는 누군가의 불평과 한탄이 섞여 있기도 합니다. 좋은 말들만 듣고 싶다가도 들리는 모든 대화에 마음을 열어둡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메뉴를 선택하고 사람들 속에서 음료와 빵이 나오기 만을 기다립니다.
『오늘의 인생』의 그녀는 소이 라테를 좋아하고 음료와 먹을 빵을 신중히 고릅니다. 집에 들어갈 때는 빵집에 들러 귀여운 모양의 빵들을 잔뜩 사 갑니다. 카페에서 생일인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그녀는 속으로 축하드려요라는 말을 합니다. 애플파이를 맘에 두고 있을 때 주변 사람이 애플파이가 맛있다는 말에 혼자 좋아합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 험담하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집에 가는 길 고양이가 그녀를 노려본 채 할 일을 하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그녀가 사람들의 말과 마음을 신경 쓰는 것은 사람들 역시 각자의 오늘의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오늘과 당신의 오늘이 만나 우리의 오늘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 만찬으로 무엇이 좋을까라는 대화 끝에 부모님의 카레라는 대답이 나왔을 때 얼마나 맛있을지 상상하는 오늘의 인생. 나의 오늘을 한 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화장은 하지 않습니다. 스킨과 로션, 크림을 바르고 선크림으로 끝입니다. 색조 화장을 해도 더 나아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끝에 나온 화장법입니다. 희미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 색을 칠해도 얼룩덜룩한 느낌만 더할 뿐입니다. 토요일 오후, 낮잠을 자고 일어나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갑니다. 크림이 떨어지고 있어 불안한 며칠이었습니다. 백화점으로 갑니다. 화장품 매장으로만 향합니다. 눈부신 조명 아래 반짝이는 물건들이 나를 유혹하지만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갑니다. 화장품 테스트는 하지 않습니다. 전에 어떤 제품을 샀는지 검색을 하고 같은 것으로 달라고 합니다.
20만 원 이상 사면 상품권을 준다는 말에도 나이가 들면 안티에이징 제품을 써야 한다는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브랜드의 저렴한 제품을 삽니다. 집에 돌아와 상자 뚜껑을 벗기기 전 워터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분명 로션을 달라고 했는데... 쓰지 않은 스킨이 있으니 같은 제품으로 로션을 달라고 또박또박 말했는데, 이런 낭패입니다. 주말에는 외출을 해도 하루만 나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일요일인 내일의 외출이 예약됐습니다.
버스를 타고 갑니다. 버스 안에서는 사탕가루가 떨어질까 봐 조심히 빵을 먹는 학생이 버스를 놓칠까 봐 뛰어와 숨을 급히 몰아쉬는 학생이 있습니다. 창밖을 보면서 소리 내지 않고 웃습니다. 어제와 다른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물건을 새로 받습니다. 죄송하다면서 샘플을 챙겨주는 직원. 내심 바랐던 것이라 얼른 쇼핑백 안으로 집어넣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기초 3종 세트. 겨울철 나의 피부를 지켜줄 소중한 친구들을 만난 오늘의 인생입니다.
깔끔한 성격은 아닙니다. 깔끔하고 싶을 뿐이죠. 책상과 책꽂이의 위치를 바꾸는 걸 좋아합니다. 멍하니 있을 때 주로 머릿속에서 가구들을 배치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땐 얼른 집에 들어가 정리를 할 생각에 흥분됩니다. 일찍 일어났습니다. 어수선한 책상을 보는 순간 정리를 하자, 넓은 책상인데 좁게 쓰는 건 말이 안돼라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책의 높이를 맞춥니다. 읽지 않은 책이 대부분입니다. 거실 책꽂이 하나에는 대부분 읽지 않는 책입니다. 책이란, 음, 책이란, 쌓아두면서 제목을 훑고 한 번 펼쳤다가 이제 곧 읽어야지, 갑자기 부지런함을 떨고 싶을 때 필요한 것이죠.
극세사 걸레로 먼지를 닦아 냅니다. 걸레를 빨기 귀찮아 물티슈를 가져와 쓱 훔칩니다. 검은 게 묻어났는데 기분 탓이겠죠. 좋아하는 캐릭터를 곳곳에 배치하고 청소의 증거로 사진을 찍습니다. 주말에 읽을 책 몇 권도 따로 챙겨둡니다. 자주 가는 인터넷 카페에 '책상 정리'라는 게시물을 올립니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하던데 낭비 좀 하면 어떤가요. 『오늘의 인생』에는 낭비라는 항목에도 동그라미를 그려주는 마스다 미리의 응원이 있습니다.
허리를 펴고 앉아 책을 읽, 으려고 하다가 잠이 옵니다. 너무 일찍 일어나 움직였네요. 암막 커튼을 닫고 낮잠에 빠집니다. 꿈을 꿨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오늘의 인생입니다.
『오늘의 인생』을 읽다 보니 빈칸이 눈에 띄었습니다. 좋은 책은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스다 미리의 『오늘의 인생』을 읽으며 내가 살아가는 오늘의 인생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잘못 받아온 화장품, 책상 정리하고 쓰러져 잠들고, 밥 먹자마자 과자를 먹으며 무한도전을 보면서 깔깔거리는 나만의 오늘의 인생.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는 이유는 어쩌면 나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마스다 미리는 나에게 나의 오늘이 어땠는지 물어옵니다. 내가 가진 오늘의 인생. 그림을 잘 그리지 못했지만 빈칸에 나의 오늘을 그려보았습니다.
주말의 스타벅스 안은 혼잡했습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걸 보고 이층으로 올라갑니다. 어떤 사람의 말이 들려옵니다. 애들 없는 데로 가자, 너무 시끄럽다. 날카로운 그 소리가 아이와 아이의 부모에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층으로 올라가서 사이렌 오더로 주문을 합니다. 아무리 또박또박 말해도 가끔 주문이 잘못 들어간 음료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 이후로 앱을 깔아서 원하는 메뉴를 신나게 클릭합니다. 중국집에 전화 걸어 짜장 하나와 짬뽕 하나를 가져다 달라고 했더니 짬뽕 두 개가 배달되어 온 적도 있기 때문에 사이렌 오더는 편리합니다. (전 정말 로션이라고 말했습니다. 제 잘못 아닙니다.)
일층으로 내려가 메뉴를 기다립니다. 그 사이에 컵과 보온병 구경을 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빨갛고 귀여운 접시와 머그들이 눈에 띕니다. 그중에 단단하고 사이즈가 적당한 컵을 발견했습니다. 어떡하지, 사야 할까 고민하는데 메뉴가 나왔습니다. 다시 이층으로 가기 위해 조심히 쟁반을 들고 문을 열려고 했을 때 반대쪽에 꼬마 아이가 나타났습니다.
부딪히면 안돼라는 생각에 인상을 썼습니다. 애들 없는 데로 가자는 말에 신경을 쓰던 나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아이와 잠깐 눈을 맞췄습니다. 아이는 나를 보더니 작은 손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렸습니다. 쭈뼛쭈뼛 내가 나갈 때까지 아이는 문을 잡고 있었습니다. 고마워,라고 한 마디만 해도 좋았을 텐데. 아이에게 인상을 썼던 나를 반성하는 오늘의 인생이었습니다.
안 사 오면 자꾸 눈에 밟힐 것 같아 컵을 샀습니다. 스타벅스는 제가 사는 곳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갈 수 없고 이왕 온 김에 사가지고 가면 좋을 것 같고 집에 가서 책상 위에 두고 두유를 마시면 좋을 사이즈고, 사야 할 이유를 생각하느라 카드 리더기에 카드를 잘못 꽂은 오늘의 인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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