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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12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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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48.51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91187890133 |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01일
상시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2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정말 좋은 책이라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수도 없이 많은 책들이 있다. 그 중에선 이미 내가 알고 있는 교훈들을 담고 있거나, 굳이 읽지 않아도 되는 말들을 짜집기하거나, 아기자기한 이미지에 기대어 판매부수를 올리는 책들도 많다. 그렇게 많은 책들을 접하다보면 언젠가 책이라는 장르마저 SNS나, 댓글창에 흘러가는 말들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고민할 때도 있다.
어쨌든 각설하고,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작가는 고통 그 자체를 이야기한다.
여러 사람의 사례를 통해 고통 이전과 이후의 과정 자체를 여러 결로 나눈다.
사실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에 대한 고민을 안고 심리학과로 진학했었다. 처음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분리'라는 단어의 새로운 의미를 알게 되었고, 작가의 말처럼 그것은 정말 매직 워드가 되었다. 단어를 배우고 나를 나로부터 분리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이 고통이 해결되는 완성점이자,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데 어떤 고통이 닥쳐와도 이겨낼 수 있는 교훈이 될 것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고통은 여전히 지속되었고, 나는 사회학을 복수전공하면서 심리학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의 맥락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것은 또다른 교훈이 되었다. 그리고 졸업 후 상담사로 학교 현장에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태석이라는 선생님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무기력함을 느꼈고, 다시는 교육현장에 발을 들이지 않겠노라 다짐을 했었다. 태석의 사례와 다른점이 있다면 이미 사회학을 접한 뒤 학교로 파견되었기에 아이들이 아무리 평안을 얻어도 사회가 바뀌지 않는 이상, 그들이 속한 집단 사회가 변하지 않는 이상 나와 그들은 서로 다른 '소리'를 내며 어떤 집을 지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상담은 내가 배운 이론을 확인하는 사례들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후, 대학원으로 돌아와 사회구조를 바꾸는 일에 골몰하고 또 골몰했다.
그러다 친한 친구가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고, 죽음 앞에 모든 것이 허무해지는 경험을 했다.
유학을 가려던 노력에 실패했고, 취업도 실패했다.
사건들 앞에서 심리학이건 사회학이건 그 어떤 단어도 힘이 되어주질 않았다.
종교에 의지해보려고 했으나 이전에 가지고 있던 지식들은 완전한 의존을 방해했다.
그것은 오히려 나를 더욱 고립시켰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며 20대가 지나갔고, 나는 고통에 대해 생각했다.
고통은 작가의 말대로 교훈이 없다.
우리의 삶 자체는 사실 그 어떤 교훈도 없는 것이었다.
그냥 우리는 살아가는 것 뿐이다.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 교류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잠에 든다.
고통은 실존이었으며 단순히 소통을 위해 여러 장에서 다른 언어로 묘사되고, 불리우고, 설명된다.
마음은 아프지만, 앞은 보이지 않지만, 미래가 불안하지만, 그러한 고통을 다루려고 말을 찾으면 찾을 수록 나는 더욱 고통스러운 결과를 갖게 되는 것 같았다.
이 책의 리뷰를 신청할 때 임용시험에 도전하고 2차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예전에 내가 아닌 나는 어느 정도 삶의 기복을 겪은 후였고, 아이들의 고통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결심이 선 후 도전한 첫 시험이었다. 그리고 책을 받기 전 1차 시험에서 탈락한 것을 알게 되었다.
드라마틱한 성공담은 미디어에서만 존재한다. 삶은 계속해서 실패로 누적될 수도 있고, 기쁜 일은 가끔 일어난다. 많은 고통스러운 일을 겪었다고 해서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진 것도 아니었다.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진다는 등의 미사여구조차 사람을 괴롭게 할 때가 있다.
책이 택배로 도착했고 나는 한동안 책을 읽을 수 없어 밀어두었다. 저 책을 읽으려고 한 이유가 무너진 까닭도 있었고, 자꾸만 실패라는 단어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난 후, 책을 읽으며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되지 않을수도 있으나 심리학과 사회학, 실존적 측면까지 모두 고통에 대한 언어를 경험한 나로썬 이 책을 읽는 자체로 마음이 명료해지는 경험이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연구, 쓰고 싶었던 주제와 글들이었다.
실로 세상의 많은 단어들이 존재한다. 그 단어들을 통해 사람들은 소통하고 없는 것들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러한 언어가 가진 미묘한 힘들의 결을 구분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리고 나의 시험 경험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기로 결심했다. 시험을 쳤고, 점수가 부족했고, 또 다시 도전해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어떤 감정을 느낀다. 그것을 거부할 생각도 없다.
나는 그냥 살기 원할 뿐이다.
고통없는 사람은 없고, 고통만 존재하는 사람도 없다. 어쩌면 우리는 고통이라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경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나는 고통이라는 단어 하나에 개개인의 세세한 아픔을 뭉뚱그려서 표현하는 것에 미안한 마음도 든다. 나의 아픔은 나의 아픔대로, 너의 아픔은 아픔대로 괴로운 것이니 누구의 아픔이 더 큰지 비교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너무나 많이 고민하는 세대가 아닐까 싶다. 교훈을 끊임없이 찾고, 허무를 경험하는 세대. 고통을 다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단 생각이 들곤 한다. 어떤 해결책을 찾고 나면 또 다른 괴로움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또 다른 결의 해결책을 찾으면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고통이 불쑥 튀어나온다.
고통은 결국 미세한 결들과 투쟁하는 과정, 시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행위에 집중하고 결국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묘사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작가는 언어로 마음의 집을 짓는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고통의 공간화 역시 시간안에 존재한다. 집이 낡은 것은 집을 이루는 부속품들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녹슬어가기 때문이다. 물질의 한계성이다. 그렇다면 집을 이루는 고통 또한 시간 안에 결국 낡게 되고, 녹슬어가는 것 아닐까.
끝으로 이렇게 많은 생각과 삶을 반추하도록 만드는 책은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가독성도 좋아 술술 책장이 잘 넘어간다. 아직 1월이지만 아마 올해 최고의 책은 이 책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고통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며 이 글을 쓸 때 어떤 단어를 고를것인가 작가선생님께서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 과정도 고통이었을 수 있겠으나 한 사람의 독자로써 이런 글을 써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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