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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1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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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55.13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88932966410 |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1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이민자 센터와 난민 수용소를 방문해 보지 않고는, 이민자를 반대하는 일부 미국인의 악담이 어떤 뜻인지 온전히 해석할 수 없다. 분별 있는 총기 법으로 강력 범죄를 억제하는 다른 나라에서 머물러 보지 않고는(사실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은 그렇다), 전미 총기 협회의 괴이한 전횡을 이해할 수 없다. 경제 정의를 지향하여 변화하는 사회를 접해 보지 않고는, 미국 사회의 유동성이 몹시 지체되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달을 수 없다. 여행은 흐릿해 보이는 지구의 현실에 초점을 또렷이 맞춰 주는 교정 렌즈다. p.45
앤드루 솔로몬의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라는 책을 몇 해전에 굉장히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방대한 분량으로 두 권이나 되는 책이었지만, 평범한 부모, 자식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예외적인 정체성을 가진 자식을 두 가족들의 이야기로 장애와 비정상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겨 주었었다. 그래서 이번에 신간이 나온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특별하게도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했던 여행기라고 해서 굉장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평범한 여행 기록이나 에세이가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던 정치, 문화적 변동을 고스란히 담아서 연대기적으로 묶은 여행기라고 하니 더 기대가 되었다. 여행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경험을 수집하는 것을 권한다'는 저자의 말이 너무도 매혹적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책으로 배웠던 것과 실전이 얼마나 다른지, 영상으로 보았던 것과 직접 가서 느꼈던 현실이 어떻게 다른지, 누군가의 충고로 이미 다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그 입장이 되어 보니 예상했던 것과 굉장한 차이가 있었던 적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를 '경험 수집가'라 칭하는 앤드루 솔로몬에게 여행이란 바로 그런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여행이 시간을 멈추게 하고, 자신을 현재에 머물도록 만든다'고 말한다. 익숙한 곳에서의 하루하루는 경계 없이 흐릿하게 이어지기 쉽지만, 낯선 환경에서는 하루하루가 삶을 또렷하게 만들어 준다는 그는 그래서 길을 나선다. 이 세상에 벌어진다면 좋을 것 같은 변화들을 목격하고자. 그에게 여행이란 관광지를 들르고, 쇼핑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지리적 모험을 좀 더 폭넓은 서사와 연결 지어 생각하도록 만드는 경험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장소와 시간을 넘어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쾌락에는 대가가 따른다. 나는 한 달의 중국 미식 여행으로 5킬로그램이 쪘다. 쾌락적 체류가 끝나 갈 무렵, 파트너 존과 나는 내 예술가 친구들이 작업실을 많이 갖고 있는 베이징의 세련된 798 구역을 구경하다가 우아한 만다린 재킷을 쇼윈도에 걸어 둔 부티크를 발견했다. 나는 여성 판매원에게 물었다. "저 재킷, 제 사이즈가 있을까요?" 그녀는 예의 바른 눈길로 나를 보고는 극도로 정중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죄송합니다. 우리는 날씬한 분들을 위한 옷을 만듭니다. p.501
아우구스티누스는 <세상은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한 쪽만 읽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앤드루 솔로몬은 이 말을 인용하며, 자신은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다 읽고 싶어 길을 나섰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20대 중반 모스크바를 첫 여행지로, 50대 초반 호주 대보초의 마지막 여행까지 25년간 7대륙을 누빈다. 그는 말한다. '여행은 자신을 넓히는 연습인 동시에 자신의 한계를 알아보는 연습이라고. 완전히 낯선 장소에 몸을 담갔을 때만큼 자신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경우는 또 없다'고 말이다. 세상에는 어디서나 보편적인 현상이 있지만, 문화마다 너무도 다른 현상도 있다는 걸,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앤드루 솔로몬은 세상에는 다른 장소들이 있고, 그곳 사람들은 완전히 다르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체험한다. 바리케이드까지 진군해 온 탱크를 내려다보며 소련의 해체를 가져온 쿠테타를 겪고, 캄보디아에서 내전 생존자를 만나고, 러시아의 마피아와 오싹한 상황에서 농담을 나누고, 아마추어 예술가들과 비잔티움으로의 항해를 경험하며 그림을 배우기도 하고, 캄보디아에 가서 잔혹한 체제가 가한 고난과 공포를 겪은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겪게 되는 지를 깨닫기도 한다. 캄보디아에서의 경험은 그의 또 다른 저서인 <한낮의 우울>에 수록된 글이기도 하다. 그는 예전에 오랫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던 적이 있고, 회복이 된 다음 다양한 우울증 치료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가 세네갈에서 우울증 치료용 의식인 은데웁을 경험하기도 한다. 발가벗고, 온몸에 숫양의 피를 덮어쓰고, 온몸에 바글바글 달라붙는 파리들 속에서 콜라를 마시는 경험이란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해보지 못할 그것이었다. 그렇게 그는 전 세계를 누비며 남아공 예술가, 캄보디아 학살 생존자, 그린란드 토박이 등을 만나 가슴 벅찬 경험들은 한다. 이 책은 내가 그 동안 알아왔던 여행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 자체를 바꾸어 주었다. 한 인물의 내면적 성장 스토리인 동시에, 우리 세계가 변화해 온 기록으로서의 여행이라는 것은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지난 한 세대 동안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던 정치·문화적 변동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특별한 여행기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당신의 세계가 넓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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