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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2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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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6쪽 | 518g | 140*210*30mm |
ISBN13 | 9788954655088 |
ISBN10 | 89546550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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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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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타계한 문학평론가 김윤식 선생님이 단편소설에 대해 인터뷰한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인터뷰 하는 사람이 김윤식 선생에게 단편과 장편에 대해 묻자, 평생 단편만 쓴 보르헤스의 말에 의하면 '장편은 쓰레기통'이며, 단편은 군더더기가 필요없이 알맹이로 승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소장하고 있는 보르헤스의 <픽션들>을 펼쳐보니 서문에 '방대한 양의 책을 쓴다는 것은 쓸데없이 힘만 낭비하는 정신나간 짓이다.'라고 쓰여있다. 영상을 본 지는 꽤 되었는데, 엘리스 먼로의 <거지 소녀>를 다 읽고 난 후에 단편은 '알맹이로 승부하는 것'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앨리스 먼로의 연보를 보면 많은 작품들을 수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나, 얼마 전 읽었던 나다 이나다의 <권위와 권력>과 어슐러 K. 르 귄의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를 통해 상의 권위에 느낀 바가 많아서 따로 리뷰에는 쓰지 않으려고 한다. 단지 이 책 한 권에 실려있는 열 편의 작품만 보더라도 앨리스 먼로라는 작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 타운의 가난한 지역인 웨스트헨레티 출신 로즈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쓰여진 열 개의 글은 단편과 장편 모두를 아우르며 마치 시간이 흐름이 불연속적인 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앨리스 먼로의 글을 읽다보면 여타 작품들과 다른 느낌이 있다. 내가 읽었던 소설들은 보통 선악을 주제로 인간에 대한 이타심 또는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나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그러나 로즈의 삶을 읽고 있으면, 무의식에 깔려있던 나의 이기심, 허영, 질투와 시기, 오만, 쓸데없는 자존심, 자격지심, 무모한 사랑, 수치심, 충동 등 영원히 기억나지 않을 것 같았던 과거의 심정들이 오합지졸 마냥 수면 위에 떠오른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한편으로 이런 미숙한 심리를 나만 가진 것이 아닌 보편적인 감수성이라는 점에 안도하면서 향수에 젖어들기도 했다.
새엄마 플로와의 기싸움을 통해 아버지에게 매질을 당하면서 느끼는 둘 만의 신호, 어릴 적 학교에서 우상처럼 보였던 친구들을 따라하고 싶은 감정,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 결혼을 약속한 남자에게 저항하여 권력을 시험해보는 허영심, 결혼생활 이후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자신과 비슷한 환경의 다른 남자에게 느껴지는 호감,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하루를 보낸 후 연락을 기다리는 심경을 담은 「사이먼의 행운」은 개인적으로 최고였다. 전작 <소녀와 여성들의 삶>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먼로가 묘사한 여성의 심리는 잊고 있던 기억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한다.
책 속에서 로즈는 여러 직업을 갖는데 대표적인 일은 연기이다. 강의를 나가 학생들에게 연기지도도 하고, 극단에서 일하기도 했으며, 매체 등에 나와 작품을 소개하는 일도 한다. 이런 직업 덕분인지, 로즈의 삶은 어떤 면에서 연기와도 같다고 느껴졌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때로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체면을 세우기 위해 솔직하지 못한 모습에서 내 자신이 떠올랐다. 로즈를 통해 겹쳐진 나를 생각하면서 어쩌면 내 삶도 가면을 쓰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 책의 해설에는 <시녀 이야기>로 유명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 해석의 일부도 실려 있다. 서로 절친인지 몰랐는데, 이 책에서 애트우드의 글까지 보다니 반가웠다. 앨리스 먼로와 단편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이 리뷰는 예스24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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