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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10년 02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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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320쪽 | 1,857g | 153*224mm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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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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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저술보다는 블로그를 통한 폭로에 주력한다는 느낌이었던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가 자신의 보도 탐사 경험을 집대성해서 방대한 분량의 책을 내놓았다.
일단 읽고 난 첫번째 느낌은, 정말 대단하다!!! 무미건조한 듯한 문체와 확인한 사실 이외의 추측을 최소화한 짧은 단락들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마치 추리소설을 읽어가는 듯한 흥미진진함의 연속이다.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은 저자 스스로가 수많은 팩트들을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팩트들 사이에 있는 연결고리들을 끈질지게 찾아내서 팩트들을 촘촘히 배열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자꾸 나꼼수가 겹치는 느낌이 들었다. 나꼼수는 "쫄지마 시-바"로 대표되는 시원함으로 청중들을 즐겁게 한 반면, 무언가 과도한 해석이나 팩트와 팩트사이를 건너뛰거나 희화화에서 그치고 마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 간격 2%를 저자의 엄청난 공력을 메운 듯한 느낌의 책이다.
책에서 언급하는 새로운 사실들을 리뷰에 쓰는 것은 오히려 저자의 수고를 훼손할 수 있을 것 같아 쓰지 않지만, 500쪽에 달하는 두께, 그 엄청난 분량의 대부분이 확인한 사실과 증거로 채워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책에 들인 노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증거가 없는 것들은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저널리스트로서의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한다. 그래서 덧댄 추정 같은 부분들이 극히 적고 이야기는 작은 단락들로 전개된다. 작은 단락들마다 자신이 직접 확인한 자료들이 사진이나 문서의 공식 번호 등으로 제시되고 있어 자료의 신뢰성은 매우 높다.
작은 단락들로 이 두께의 책을 쓰고, 또 그 두께가 어느새 금새 읽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단락들 사이의 배열이 아주 훌륭하다.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불필요한 상상력을 덧대지 않고도 팩트들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는 것 만으로도 그 팩트들이 하나의 큰 이야기를 스스로 풀어가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만큼 저자가 진실에 달하기 위해 수없이 생각하고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의 계절이 오면서 수많은 말과 설들이 증폭되는 요즘,
진실에 대한 열정과 사실에 기반한 보도와 주장의 교과서적인 이 책은
대한민국, 특히 정치와 경제 권력자들의 이면이 얼마나 탐욕으로 얼룩졌는지 씁쓸함을 주는 동시에
올바른 정치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키는 근래 보기드문 대작, 수작이다.
삼성이라는 이름의 리바이어던
영국의 정치철학자 홉스의 저서 중에 <리바이어던>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 홉스는 절대권력을 가진 전체주의 국가를 ‘리바이어던’이라는 괴물에 비유하였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나타나는 무질서한 자연상태를 질서있는 상태로 해소하기 위해 만인 위에 군림하는 절대권력집단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하여 도입한 비유이다.
< 리바이어던 >
현재에도 국가권력은 그 지배하에 있는 우리들 국민의 생활에 깊숙하게 관여되어 국민 개개인의 생활을 가시적으로 또는 비가시적으로 통제하고 지배한다. 이러한 국가의 지배와 통제는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과 같은 조직체에도 두루두루 미친다. 다만, 국가의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 지역이 ‘삼성’이라는 사실이 이 책에 의하여 드러난다. 국가의 공권력에 의하여 통제받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삼성’은 국가 위에 군림하며 공권력을 사유화하는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죽지 않는 권력’인 초국가적 ‘리바이어던’이 되었다.
‘삼성’이라는 이름은 특정한 기업체나 재벌그룹의 고유명칭을 넘어서서, 재벌친화적인 한국 사회에서 시장권력 자체를 나타내는 대명사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 싶다.
‘돈은 귀신도 부린다’라는 속담이 있다. 돈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면, 산 사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돈을 무기로 정관계와, 언론계, 법조계에 융단폭격식의 로비를 한 결과, 삼성의 비자금 조성, 경영권 불법승계 등과 같은 위법, 불법행위는 더 이상 단죄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기업의 이익이 국가의 이익’이라는 전제하에서 정당화 되고 말았다.
경제 지상주의 판옵티콘
<판옵티콘>이라는 단어가 있다. 영국의 철학자 벤담이 고안해낸 원형감옥을 말하는데, 그 중앙에는 감시탑이 있고, 감시탑의 주위에는 여러 개의 감옥이 마련되는데, 감옥에 갇힌 죄수는 감시탑에서 항상 자신을 주시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실제 감시탑에 감시자가 없을지라도 죄수는 감시자의 시선을 내면화하여 감시자를 항상 의식하게 된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도 지금 경제 지상주의라는 판옵티콘에 갇혀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경제 지상주의의 감시탑에는 시장경제권력에 정점에 있는 재벌들과 이들과 유착한 언론과 사법권력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이들에 반기를 든 사람들에게는 ‘반기업’적이라는 낙인을 찍어 사회적으로 매장하려고 하고, 이들의 적극적인 행위가 없을지라도 그 판옵티콘 안에 갇힌 우리들은 “반기업적인 태도나 성향은 죄”라는 죄의식을 내면화한다.
그리고, 이러한 죄의식의 내면화는 ‘기업의 이익은 국가의 이익에 직결된다’라는 언론의 호도에 의하여 ‘반기업적인 행위=좌익 빨갱이’이라는 등식으로 구체화되어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한다. 저자가 말하는 바와 같이 특히, 우리나라 시장경제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 대한 입장은 재벌 친화주의적인 우리 사회 주류의 가치관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통하고, 삼성의 잘못된 잘못된 행위에 반기를 드는 것 마저도 우리 사회 자체의 가치관에 도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죽은 권력과 죽지 않을 권력
2009년 5월 23일, 공정한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노라고 평생을 노력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의 무자비한 수사에 못이겨 자살로 인생을 마감했다. 검찰은 그 칼날을 예리하게 갈아 힘을 잃은 권력, 죽은 권력인 ‘전직 대통령’을 향해 휘둘러댔고,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베어져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렇게 예리한 검찰의 칼날은 삼성을 비롯한 재벌가의 비리에 대해서는 무디어질대로 무디어졌고, 법원 또한 삼성 측의 여러가지 불법행위를 법의 이름으로 단죄하기는 커녕, 그들이 도망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주었고, 그들의 불법행위를 정당한 행위로 포장해주는 데 큰 일조를 했다.
검찰권력과 사법권력은 자본주의 한국사회에서 영원히 죽지 않을 권력에 대해서는 한없이 비굴했고, 이미 죽은 권력에 대해서는 한없이 고압적이고 당당했던 아이러니 앞에서 이나라의 권력층이 “공정한 사회”를 꿈꾸고 있다고, “국격”에 맞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누가 진정한 좌빨인가
“좌빨’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좌익 빨갱이의 준말이며, 우리사회의 존재를 부인하고 우리사회의 안보를 위협하는 친북세력의 다른 말이다. 좌빨은 대한민국의 경제 체제인 시장경제를 부인한다. 따라서 시장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막는 모든 행동과 생각은 좌빨의 행동과 생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언론권력과 사법권력은 삼성을 포함하나 재벌의 불법행위를 비난하고 반대하는 세력에게 ‘좌빨’이라는 낙인을 찍고 자본주의 한국사회를 전복하려는 세력으로 매도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공정한 경쟁을 기반으로 해서 돌아가는 것이고, 그 아래에서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과 윤리적 원칙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떠받치고 있어야 한다. 재벌과 위정자들이 똘똘 뭉쳐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불법적인 이득을 취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시장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 까?
자기들만의 카르텔로 이너서클을 형성하고, 기득권을 두 손에 움켜잡은 채로 그 기득권의 외부에 서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눈물과 절망을 주고 시장경제를 돌아가게 하는데 방해가 되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좌빨이 아닐까?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비즈니스 크라임(crime) 프렌들리”로 변질된 지 오래고,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의 화이트 칼라 범죄에게는 “국가경제에 기여”라는 명분으로 면죄부가 자동적으로 발급되는 현실을 보며 ‘공정한 사회’담론은 공허한 한갓 말장난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승리하는 불의, 패배하는 정의
김용철 변호사는 이 책을 아래와 같은 글로 마무리 하고 있다.
정의가 패배했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의가 이긴다”는 말이 늘 성립하는 게 아니라고 해서, 정의가 패배하도록 방치하는 게 옳은 일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서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썩은 현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현실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도 잘 알고 있다. 이 때새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 체념하거나 포기하고 현실에 순응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저자는 “썩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과 현실앞에서 체념하고 냉소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현실이 절망적이라는 게 희망을 포기하는 이유는 될 수 없다. 체념과 냉소를 전염시키는 일 역시 부패의 공범이다.”라고 주장한다.
불의한 이들이 승리하고, 정의가 패배한다고 해서, 불의가 승리하는 현실을 정당화 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가 할 것은 우리가 처한 차갑고 비정한 현실을 우리 후손들이 겪지 않도록, 좀더 따뜻한 세상이 도래할 수 있도록, 현실에 손 놓고 체념하는 것만은 피해야 할 것이다. 몇 십년 간의 군부독재도, 성공한 쿠데타도 ‘정의’를 꿈꾸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의 힘에 의하여 종식되고 단죄되었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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