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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2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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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89.79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91164130559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5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나는 공간을 감정과 연관시켜 기억한다. 다양한 공간과 그 공간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한의원 약초 서랍처럼 여러 개 있다. 디자인을 할 때는 내가 그 공간에서 어떠한 느낌을 받기 원하는지를 먼저 생각한 후 그 서랍에서 필요한 공간을 찾아 대입하는 식으로 작업한다.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기억들이 나를 먹고살게 한다. (87쪽)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공간이 다르게 다가올 때가 있다.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었지만 나만의 특별한 공간이 될 때, 아련하게 어떤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공간이 그렇다. 같은 공간도 시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를 맞는다. 아프면 찾게 되는 병원이라는 공간도 입원이라는 특정 기간을 보내고 나오면 병원은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한다. 유현준의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는 저마다의 공간으로 데려다 놓는다. 책의 처음에 등장하는 마루와 마당은 그가 들려주는 유년시절의 기억이자 추억이면서 동시에 나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먼 기억의 여행을 시작한다. 가물가물한 유년시절을 시작으로 이곳을 떠나 그곳에서 보고 느낀 것들, 도시에서만 만날 수 있는 공간과 건축가의 시선으로 우리가 모르는 숨겨진 부분까지, 내밀하면서도 사적인 이야기를 만난다.
계단은 관계를 쌓는다. 자동차가 다닐 수 없고, 특히 긴 끝에 계단이 있는 길은 차가 없어 천천히 걸을 수 있다. 내 논현동 사무실 앞 골목길이 그렇고, 경리단 길 뒤쪽 길들도 그런 곳이 많다. 원룸을 얻으려면 이런 계단이 있는 길에 접한 곳이 좋다. 조용한 골목길을 내 마당처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계단의 한 단은 28센티미터 깊이와 18센티미터 높이 차로 나누어진 공간이다. 미묘하게 나뉘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세심한 사람 관계가 관찰된다. (204쪽)
계단에 대한 글은 드라마의 장면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아련한 추억을 떠올려 옅은 미소를 번지게도 만든다. 계단을 오르며 장난을 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 말이다. 엘리베이터의 등장으로 계단을 이용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 학창시절에는 계단에 앉아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계단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그만큼 관계의 단절도 생겼겠지 싶다. 계단에 이어 나는 벤치에 대한 부분도 무척 좋았다. 경계가 없는 의자, 낯선 사람과도 같이 앉아 기다리는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의자.
내가 지금 앉지 않더라도 비어 있는 벤치는 기분을 좋게 한다. 그런 빈 벤치는 나중에 수 있게 저금해놓은 통장을 보는 듯하다. 벤치가 좋은 또 다른 이유는 다른 사람과 함께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 개의 의자를 둔 것과는 달리 벤치는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게 의자 상판에 경계가 없다. 그래서 두 사람이 가깝게 앉을 수 있다. (257쪽)
책에는 서울의 곳곳의 공간, 저자가 즐겨 찾던 공간을 소개한다. 서울에 살고 있다면 그곳에 대한 자신만의 기억과 저자의 그것을 비교하면 읽어도 좋을 듯하다. 물론 나 같은 지방에 사는 독자라면 서울에 갈 때 그곳을 기억하고 한 번쯤 찾아보는 일도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이제는 서울과는 인연이 없지만 서울의 공간을 마주하니 많은 이들이 서울을 찾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사진의 감성도 빼놓을 수 없다. 무심한 듯 담은 한 컷 한 컷이 참 좋았다. 알고 보니 무심한 사진이 아니라 사진가의 작품이었다. 거기다 일상의 공간 연출 팁까지 얻을 수 있다.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책에서 언급한 듯 침대를 거실에 두고 살아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보기 싫어지면 다시 옮기면 되니까. 식탁의 유리가 식탁에 모이는 시간을 줄이니 가족 간의 거리를 좁히는 나무 식탁을 권하는 부분도 기억하고 싶다.
단골 식당, 단골 카페, 단골 매장이 있는 것처럼 어디에 살든 좋아하는 공간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와 다르게 건축가에게 공간과 장소는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내가 발견하지 못한 의미를 탐색하고 만드는 즐거움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내가 사는 이곳, 나만이 알고 있는 공간을 나만의 시선으로 마주하는 기쁨을 알려준다. 그 기쁨이 모여 나의 별자리가 될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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