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제안하는 이미지 외교
첫째, 이미지 외교의 지평을 획기적으로 넓혀라. 냉전 종식과 세계화로 이미지 외교에 대한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민주주의 확산,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폭발, 다원화와 개방, 글로벌 NGO의 부상은 사회 권력의 특성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우리는 이제 공중public의 태도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한 세계 각국의 치열한 전쟁이 이미 시작되었다. 이는 정부와 외교 기능에도 심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공중의 지지를 얻기 위한 ‘설득과 매력’의 새로운 외교 환경이 형성되면서 이미지 외교의 역할이 무한대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미지 외교는 더 이상 외교의 부차적 분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세계인들의 마음을 훔치고 상상력을 사로잡아야 한다. 성공적인 이미지 외교는 교감과 설득이며 이것은 귀를 기울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세계를 향해 무엇을 얘기하느냐 보다 무엇을 듣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성적 설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감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책은 모든 싱크 탱크의 연구를 다 합친 것보다 잘 만들어진 TV 드라마 한 편이 더 영향력이 클 수 있다는 생생한 사례들을 보여 준다.
셋째, 스텔스기처럼 보이지 않는 이미지 외교를 펼쳐라. ‘대사의 몇 마디 발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해외에서의 홍보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에, NGO, 기업 브랜드, 정당의 교류, 디아스포라 등 다양한 주체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은 스텔스기처럼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넷째, 이미지 외교의 무게 중심을 ‘사후 대응’에서 ‘선행적 예방 내지 선행적 가치 전달’로 옮겨라. 세계화와 인터넷의 시대에는 언론에 대한 사후 대응보다 선행적인 전략적 메시지 전달 그리고 장기적인 관계 구축이 훨씬 효과적이다.
다섯째, 이미지 외교 분야에 대한 예산과 인력을 충분히 투입해야 한다. 아울러 이미지 외교 담당 기관들도 문제에 대해 사후적으로 보고하고 로비하는 데서 탈피해 국제사회에서 주요 이슈를 공론화 시키는 역할자로 변신해야 한다.
주요 내용
이미지 외교란 관계 구축에 관한 것이다. 다른 국가, 문화, 국민들의 필요를 이해하는 것, 우리의 관점을 전달하는 것, 오해를 바로잡고 공동의 대의common cause를 발견할 수 있는 영역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미지 외교와 전통 외교의 차이점은 이미지 외교는 당사국과 상대국 모두에 있어 훨씬 더 넓은 그룹의 사람들, 그리고 당장의 정부 이익을 뛰어넘어 보다 더 광범위한 일련의 이익들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미지 외교는 한 국가의 이미지와 명성이 개인 간의 거래 환경을 활성화 또는 무력화할 수 있는 공공재public goods라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특정 이슈와 관련해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국가 이미지를 이용하기도 하고 이에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모든 정부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 부상, 민주주의 확산, 글로벌 NGO 및 강력한 다국적 조직들의 성장이 사회 속의 권력 특성을 변화시켰으며, 정부와 외교의 역할에서 변화를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자원을 배분하고, 활동을 조직하며, 핵심적인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 그것을 적절히 반영하는 정부는 매우 적다. 상호 의존이 증가하면서 전 세계와의 관계 구축을 위한 투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은 역설적인 현상이다.
직면한 최대의 과제는 문화와 해외 서비스의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이미지 외교는 더 이상 외교의 부차적 분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지 외교는 다양한 차원에서 다수의 파트너들과 함께 전개하는 중심적 활동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것은 이미지 외교 자원이 배분되는 방식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예산의 상당 부분은 인력과 건물에 묶여 있다. 이에 따라 이미지 외교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충당할 예산의 여유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가장 중요한 대상이 되어야 하는 선진국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이미지 외교가 더 용이하다는 이유에서, 보다 수월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이미지 외교에 자원을 배분하는 경향도 보인다. 핵심적인 과제는 최대의 전략적 중요성을 가진 국가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미지 외교 모델을 개발하고, 이러한 우선 순위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이미지 외교에 관한 그리고 이미지 외교의 가능성에 대한 훨씬 포괄적이고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다.
이 책의 주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는 외교 및 국내 정책에 대한 영향력의 수단으로서 갈수록 중요성이 높아지는 이미지 외교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미지 외교 노력의 주안점을 영향력을 미치기 가장 쉬운 것으로 인식되는 국가가 아니라 이해 관계에 가장 중요한 국가들에 두어야 한다. 둘째, 이 같은 자원의 추가 비용은 사후 대응적이며 논쟁적인 반박보다 선행적인 메시지 확산과 장기적인 정치적 관계 구축에 집중되어야 한다. 셋째, 조직들은 단기적인 위기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예산, 물질, 인력 면에서) 훨씬 큰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넷째, 각 국가에 따라 이해 관계가 경쟁적인지, 협력적인지를 파악해서 이미지 외교 전략을 차별화하고, 경쟁적 이해 관계의 중요도에 따라 양자적 관계에 사용되는 지출에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
부록에서는 우선 영국이 미국, 프랑스, 폴란드,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랍에미레이트연합 등을 대상으로 한 이미지 외교 사례를 실고 있다. 각 국가별로 실제로 영국이 적용한 구체적인 사례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 또한 틈새 외교의 사례로 노르웨이의 희소 자원 활용법을 소개하고 있다. 국제적인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은 노르웨이가 어떠한 방법으로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지닌 국가의 위상을 얻게 되는지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