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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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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철학

[ EPUB ]
송수진 | 한빛비즈 | 2019년 03월 15일 리뷰 총점9.4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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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년 0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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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13 979115784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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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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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30대 중반. 비정규직 노동자. 학부 시절 행정을 전공했지만 제대로 써먹은 적은 없다. 대학 졸업 후 알 만한 중소기업을 전전하며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서른 즈음 무역회사에 들어갔지만 금융사기를 당해 모은 돈을 다 날렸다. 이후 틈틈이 알바를 하며 세무사 준비를 하다가 도서관에서 해야 할 공부는 안 하고 철학책을 붙잡기 시작해 사회복지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현재는 사회복지사, 특히 청소년 상담사로 활동 중이... 30대 중반. 비정규직 노동자. 학부 시절 행정을 전공했지만 제대로 써먹은 적은 없다. 대학 졸업 후 알 만한 중소기업을 전전하며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서른 즈음 무역회사에 들어갔지만 금융사기를 당해 모은 돈을 다 날렸다. 이후 틈틈이 알바를 하며 세무사 준비를 하다가 도서관에서 해야 할 공부는 안 하고 철학책을 붙잡기 시작해 사회복지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현재는 사회복지사, 특히 청소년 상담사로 활동 중이다.

20대 내내 좌표 없이 표류하듯 살다 서른 넘어 우연히 철학을 만났다. 그 이후로 그동안 분리되었던 철학의 언어를 삶에 붙이려 계속 고군분투 중이다. 이제는 삶의 항을 재배치하고 일상을 재해석하며 살아가려 한다. 새벽에 청소년들의 고민을 듣고 답하는 날들을 보냈고, 지금은 잠시 꿈이었던 바닷가 도시에서 지내고 있다.

명지대 철학상담치료학 석사
청소년 모바일 상담사
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 교사
저서: 〈을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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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내 삶이 이해되지 않는 순간 : 철학을 들여다 볼 시간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e | 2019-03-21 | 신고

 

 
 
 
 
서평단 활동을 꾸준히 하다가 2년 정도 쉬었다. 바쁜 일도 있었고, 여가 시간에는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많이 한 탓에 책을 거의 읽지 않고 지냈다. 가벼운 일본 추리소설만 간간히 읽으며 보냈더니, 빈약해 가는 독서력이 드디어 신호를 보냈다.

 

 

다시 책을 들라.”

 

 

 

 

 

읽을 만한 책이 있나 찾아보았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신뢰하지 않는 데다가 최신 트렌드를 놓치고 있는 상태여서, 서평단에서 추천하는 책을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책이 마음을 잡았다.

 

 

을의 철학’. 뒤늦게 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책.

 

젊은 비정규직의 철학 에세이정도로 이해하고 책을 들었다. 혹시 아프니까 청춘이다식의 비현실 감성 판타지가 아닐까 했지만, 기우였다. 사실, 책을 신청해 놓고 젊은 우파의 궤변서가 아닐까 걱정도 했다.

 

 

 

출판사가 지대넓얕을 편낸 곳임을 확인하고 나서야 조금 안심했고, 최소한 재미 없지는 않겠다고 안도했다.

 

 

 

철학 입문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수필이나 산문집은 이미 넘친다. 그리고 대부분이 비슷한 내용이다. 철학자들을 연대기별로 나열하거나, 주제별로 묶어서 철학 이론을 설명하는 식이다.

그런데 을의 철학은 조금 다르다. 저자의 노동현장과 평범한 일상이 철학 해석의 예시가 된다. 마치 노동과 생활 현장에 철학자들이 나타나 상황을 해석해 주는 듯하다. 기발한 편집이고 신선한 구성이다.

 

 

 

철학 이론을 깊게 파고드는 것은 아니어서 철학 문외한들도 거부감없이 읽을 만하다. 철학하면 몸서리치는 소위 이과생들도 가볍게 읽는데 어려움이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철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려는 독자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이 책은 철학 이론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것이 아니라, “왜 철학이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가”, “왜 철학하는 삶을 살아야 하나를 조곤조곤 이야기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를 소환하다.

 

우선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 반가웠다. 예전에는 늘 대학생 필독서 목록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고, 지식인이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여겨져 왔다. 최근에는 한물간 이론서로 치부하거나, 인기 없는 고전서로 평가절하는 경향이 많아서인지 인용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젊은 저자가 마르크스의 이론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설명하고 있으니, 반가울 수 밖에 없지 않나!

 

 

 

 

 

 

 

저자는 자본론을 읽고 자신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 직면하제 되는 부조리들을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마르크스가 1844년에 쓴 책 경제학-철학 소고는 1932년에야 일반에 공개되었다충분히 이해한다덕분에 나도 비루한 내 모습을 인정하느라 아팠다이책을 읽고 비로소 내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 p23

 

 

 

 

 

 

이 책은 철학을 소재로 책을 썼지만, 철학 자체가 주제라기보다는 을의 삶이 주제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을의 애환 같은 것이 책의 곳곳에 베여있다.

 

..가게 앞 도로로 내동댕이쳐진 적도 있다. 포스터를 주우면서 생각했다.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p151

위의 대목을 읽으면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면서도, 알지 못하는 울컥거림이 가슴 밑에서 올라왔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매도 당한 20대들에 대한 미안함. 미안한 마음을 대신해서 해줄 것이 없는 기성세대의 비애감. 부채감. 자괴감. 그런 것들이 울컥거림으로 올라오나 보다.

 

 

 

 

그렇다고 책이 우울한 것이 아니다. 책은 을의 현실을 암울하게 그리고 있지만, 거기에서 머물러 있기를 거부한다. 자신을 직시하는 과정에서 온전한 나를 찾고, 실존의 길로 가는 것이 이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길로 인도하는 도구가 철학”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주체적 개별자가 되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확신하는 듯 하다.

 

 

 

 

 

 

 철학하고 소통하고 공감하고 연대하라

 

솔론은 피해를 입지 않은 자가 피해를 입은 자와 똑같이 분노할 때 정의가 실현된다고 했다. P159

이 대목을 읽을 땐, 세월호의 아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정의가 실현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분노했고 아픔을 나누어 가질 수 있었다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공감능력의 척도가 정의를 실현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얼마나 남의 일에 분노하고 있는가? 또 나는 이웃의 아픔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가?

 

비슷한 울림은 또 있다. 

 

...그러니까 작은 공간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면 말없이 모른 척해주어야 한다그러나 타인의 아픔을 광장에서 봤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우리는 광장으로 모여야 한다우리와 광장 사이에 자본이 끼어들면 또 작아지겠지만 그래도 모여야 한다조화가 아니라 인간임을 알려야 한다. p235

 혼자 철학하면 뭐하나그래서 이 책은 말한다연대하라고그 연대의 동력은 공감능력이다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은 내적 성찰에서 기인하다그것은 자연스럽고자생적이다한걸음 더 나아가 그 아픔에 같이 연대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죽은 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임을 알리는 철학적 행동이 을들의 "연대"이다.

 

 

 

위트와 블랙코메디 

 

기억에 남은 내용 중에 들뢰즈의 죽음에 대한 해석이 재미있다.

  

당시 그는 지병이 많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고 한다. 자유 의지로는 아무것도 못 하고 타자에 의해 움직이는 삶. 그에게는 살아도 죽은 것이 아니었을지 감히 생각해 본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몸을 움직일 수 있고, 창가까지 갈 힘이 생긴 것이다. 그는 있는 힘껏 창가로 기어갔을 것이다. ‘내가 죽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어마어마한 사람이다. 잠시나마 움직일 수 있을 때 죽겠다는 이런 비장한 자유가 또 있을까. 그에게 자살은 자신의 철학을 지키려는 어떤 시도가 아니었을까. p170

 

들뢰즈의 죽음은 비극이다. 하지만 죽음을 해석하는 저자의 위트는 블랙코메디를 연상시킨다. 그렇다고 가볍게 여길 것 만은 아니다. 들뢰즈는 비장했으리라. 철학은 숭고하다.  

 

 진짜 두려운 건 나의 죽음이 아니다. 내 죽음으로 인해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갈 의 삶이 두렵다. 그래서 만일 죽을 때가 온다면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세상에 태어나 당신을 만나서 정말 좋았노라고, 같이 숨 쉬고 밥 먹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살아 있음을 느꼈노라고,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나는 나로서 충분히 살다 가니 아쉬울 게 없노라고, 그러니 당신도 온전히 당신의 남은 삶을 살아가라고, 우리는 그거면 된 거라고 전하고 싶다. p261

 

  사랑에 대해서도 다룬다. 사랑은 철학의 영원한 주제이다. 이 책도 소홀히 다루지 않는다. 사랑은 서로를 개별적으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개별성에 대한 저자의 경험을 읽는 재미도 좋다.

 좋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해서 독자들이 여러가지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책을 읽은 이들이 모두 비슷한 생각을 가진다면저자의 의도와는 완전 반대의 결과를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철학은 각자의 관점을 가지고 개개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본질을 만들어 가는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책을 덮으며 

 

책 전반부에 마르크스를 인용하고 자본과 노동의 관계에 대한 내용들이 많아서 노동철학서를 재미있게 쓴 책인가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개인의 본질에 천착한다. 좀더 자신을 깊이 바라보고 각자의 본질을 찾아가라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자신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스스로 내가 누구인지 자신부터 개별화해 가자는 것이 저자의 생각인 듯 하다.

 

20대가 보수화 된다고 한다. 그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보수'가 '히어로 영화의 빌런'도 아니지 않는가. 건강하고 품격있는 젊은 보수는 "필요하다". 문제는 병들고 천박하고 편협한 사고를 가진 극우집단들이다. 20대가 어떤 정치세력을 지지하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그 지지가 자신의 본질’, 즉 자기 철학을 가지고 결정한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자본론을 읽고 마르크스의 추종자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로자 룩셈부르크의 평전과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책을 읽고 젊은 좌파가 되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철학을 경험하고 역사를 읽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정체성을 찾고, 건강한 소통의 힘을 가진다면 세상은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더불어 개인도 성장할 것이다.

 

히친스는 젊은이여 회의주의자 되라고 일갈했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젊은이여 철학책을 들라!

 

젊은 들이여 철학하라. 자신의 본질을 찾아라그리고 또 다른 "을"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연대하라. 그것이 을들이 해야하는 철학적 행동이다.

 

 

 

PS. 저자가 닮고 싶다는 그 배우는 누굴까? 강하늘이라고 추측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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