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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4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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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140.72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88950980795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13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지금은 새벽 2시 반. 자다가 깨서 이것 저것 하다가, 지금 꼭 <빈센트, 나의 빈센트>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지금은 이 책을 이야기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 엊그제와 어제 이틀을 꼬박 앓았다. 어쩌다 보니 그런 내 옆에 있던 간병서(?)가 이 책이었다. 머리가 무겁고 깨질 것 같은데도 무심결에 손을 뻗어 이 책을 펼쳤다. 익숙하지만,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로운 고흐의 그림들과 빗방울이 한 방울씩 톡, 톡, 떨어지는 듯한 무심하면서도 젖어 드는 정여울 작가님의 글이 위로가 되어 주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 열정이 없다.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한 번 가 본 적이 없고, 좋아하는 ‘것’, 나의 열정을 쏟아 부어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냥 음, 그거 좋아해. 정도. 그나마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림,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 나무>. 푸른 색 계열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 꽃 모양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 의미마저 사랑스러우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 나라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고흐를 좋아한다고 한다. 나도 그저 그런 이들 중에 하나이다. 그저 평범하고, 전시회가 열리면 찾아 가보고, 그림이 보이면 한 번 더 눈여겨보는 정도. 이렇게 그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저자의 행보가 멋지면서도, 문득 고흐를 찾아다니겠다고 생각해낸 것 자체가 부러웠다. 그토록 좋아하고 믿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그 사실. 저자는 얼마나 큰 위안을 얻었을까.
- <빈센트 나의 빈센트>는 ‘내가 사랑하는 심리학’과 ‘내가 걸어온 문학의 발자취’, ‘내가 떠나온 모든 여행’이 만나는 가슴 떨리는 접점이다. (6)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것은 3가지.
1. 아픈 와중에도 손이 가는 책. 아무것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하는 상황에 위안이 되어 준 책이다. 담담한 문체와 고흐의 그림이 절묘하게 어울어져 술술 읽히면서도 눈 요기 하는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편하게 읽히는, 그러면서도 잔잔한 마음씀이 있는 책이다. 선물하기에 최고.
2. 고흐의 인생사를 알아 볼 수 있었다. 늘 그렇듯 좋아한다고 해서 열정적으로 알아보거나, 찾아보지 않는 나는 고흐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었다. 그나마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책을 읽어 본 정도. 고흐의 죽음에 대해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와 테오와의 관계 변화, 그리고 안타까운 어린 시절과 그 뒤로 쭉 이어지는 대인 관계에서의 불화 등. 고흐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 ‘거리 조절의 불가능성’이 인간관계를 힘겹게 만들었지만, 대상과 주체의 분리 불가능성이 빈센트 특유의 친밀감을 자아낸다. (97)
- 그는 초상화를 그리면서 ‘대상과 주체 사이의 거리’를 해소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는다. 대상의 영혼 깊숙이 침투하는 듯한 시선으로, 사실적인 묘사나 과학적 원근법과는 상관없이 한 사람의 고뇌와 슬픔까지 그려내는, 진정한 마음의 눈을 뜨는 일이었다. (106)
특히 그의 대인관계 불화는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작품에 있어서 굽히지 않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은 하나의 길로 연결되어 있는 듯 하다. 사람을 대할 때 마음에 들면 일방적으로 돌진하는, 상대방이 부담스러워 할 정도로 거리를 좁히려는 태도.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고 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쌓아 가야 할지도 전혀 고민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 부치기만 한다. 알고 싶어 하고, 또 알고 싶어 한다. 그것이 당사자에게는 큰 부담이었고, 모델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을 이끌기는 한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는 그 대상을 낱낱이 드러내는 절묘한 무언가가 있다. 심지어 몹시 빠르게 그림을 그리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대상의 깊은 무언가에 닿아 그걸 그대로 옮겨 놓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바로 이런 점이 오늘날 우리가 그의 작품들을 감탄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매력이 된 것이 아닐까
3. 고흐의 작품의 가치에 대해 알 수 있었다.
- 광기와 우울로부터, 트라우마의 무시무시한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구원해내려는 강력한 의지가 그의 그림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아픔으로부터 치유되기 위한 그 모든 몸부림이 빈센트의 예술 세계였다. 그는 ‘아픔을 재료로’ 예술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아픔에 맞서기 위한 불굴의 용기’로 그림을 그렸음을 믿는다. (7)
그만이 가진 능력일지도 모른다. 그만의 방식으로, 그만의 눈으로, 그만의 손으로 만들어 낸 또 다른 세계가 바로 그의 그림이다. 그의 일생에 걸쳐 겪은 많은 아픔들과 고통, 그리고 외로움과 슬픔에 맞서 싸우기 위해 그는 그림을 그린다. 그렇기에 우리도 그 그림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 고흐 자신만의 치유책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그 그림이기에, 우리 또한 그 그림에서 위안을 얻게 된다.
- 그는 ‘다른 화가들에게 배운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화가들과 나는 어떻게 다른가’를 처음으로 확연하게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빈센트는 큰 혼란을 느꼈지만 ‘내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를 구체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었다. 파리에서 빈센트는 밀레로부터의 자유, 농촌생활과 농민들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다른 화가나 유행으로부터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기 시작했다. 대중의 요구나 유행에 따르지 않는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싶은 열망이 더욱더 강렬해진 것이다. ‘나’와 너무 다른 사람들 속에서 오히려 진정한 나만의 차이와 개별성을 발견한 것이다. (205)
- 모두가 기피하는 장소에서조차 위대한 예술가적 영감을 찾아내는 것. 나아가 모두가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길어올리는 창조적 시선이야말로 빈센트를 견인하는 내적 원동력이었다. (324)
- 빈센트는 현실의 모습에 자신의 상상을 더하여 그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눈에 비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화가가 그림을 창조한다기보다 자연 속에 이미 존재하는 것을 발굴해낸다고 믿었다. 자연 속에 갇혀 있는 어떤 이미지나 힘, 느낌과 분위기를, 화가는 이끌어내고 길어 올리는 것이었다. (334)
예술가적 기질은 다르다. 그만이 가진 능력일 것이다. 같은 것을 같은 것으로 보지 않는 능력,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그 무언가가 있다. 그는 그림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자신이 옳다고 추구하는 길을 만들어 가는 그의 열정이 있다. 그 어떤 일보다도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는 확고한 자신의 개별성을 찾아낸 것이다. 당대 대중들이 선호하지 않았던 그림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그림을 그렸다. 그것이 그를 지금의 그로 만들어 놓았다.
허나, 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일생에 단 한 번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듯한 그의 삶.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부모의 사랑조차도 늘 조건이 붙어 있었고, 몹시도 다르면서 딱딱한 그의 성격으로 인해 주변 모두가 기피하였던 고흐.
- “저는 앞으로도 계속 외롭게 살아가겠지요. 제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조차 늘 유리를 통해 바라보듯 희미하게만 느껴졌을 뿐이에요.” ?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275)
실제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도 편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 또한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니까. 겉으로 드러나는 그의 모습만 본다면, 쉽사리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그가 이런 좋은 그림들을 그리고 있었다 할지라도, 그의 외로움에 동조할 수 없었을 것 같아 더 슬프다.
- 그 무엇도 제대로 사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빈센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가능한 한 더 많이, 더 깊이, 누군가를, 무언가를, 삶 자체를 사랑하는 일을. 나는 빈센트를 통해 오늘도 배운다. 모두가 칠흑 같은 어둠만을 바라보는 캄캄한 밤중에도, 일부로 쏘아올린 폭죽보다 더 찬란하게 빛나는 눈부신 축제를 발견해내는 빈센트의 눈을 닮아보자고. 인생이 내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을 때조차, 이 세상에서 오직 내게만 보이는 사랑의 빛깔과 형태를 찾아 헤매는 일을 결코 멈추지 말자고. (352)
사랑 받지 못했지만, 사랑하는 삶을 살았던 빈센트. 반짝 반짝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려낸 그 눈을, 그 마음을 잊지 말자. 많은 부분에서 자신이 얻고자 하는 걸 실패했을 지라도, 결국에는 자신만의 그림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인정 받게 된 빈센트 반 고흐. 그가 걸어간 인생이 가시밭길이었지만, 피가 철철 흘러 도움이 필요했지만, 그럼에도 기어코 걸어낸 그를 기려본다. 그 와중에 반짝거렸을 그의 눈을 그려본다.
(속표지 넘나 좋다. 아무것도 없이 고흐의 그림만 해둔 건 진짜 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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