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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9년 05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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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6쪽 | 432g | 135*195*30mm |
ISBN13 | 9791158791094 |
ISBN10 | 1158791097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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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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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보는 죽음의 수레, 이곳에서는‘블랙 메리’라고 부른다.” - P 112 中에서
“아침에 깨어나면 그것만으로도 그날은 좋은 날이다.”인간이 쌓아올린 문명, 그 근원인 금기와 죄의식이라는 윤리가 송두리째 사라진 시공에서 펼쳐지는 생존 드라마이다. 우리들은 인종청소라는 명목 아래 600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을 학살한 인류 모멸의 뼈아픈 사건으로 홀로코스트(Holocaust), 그 대명사로 불리는 아우슈비츠와 비르케나우 수용소의 악명을 기억한다. 이 소설은 그 죽음의 장소에서 삶을 붙들고 놓지 않았던, 생존자‘랄레 소콜로프’(출생명 루드비크 에이센베르크)의 증언을 토대로, 인간의 타락, 고문하는 권력이 발산하는 극단의 광기와 고통당하는 육체의 저항으로서 삶을 향한 열정의 숭고함을 뭉클하게 그려내고 있다.
나는 읽기에 앞서 『아우슈비츠 ‘문신가’』라는 표제로 인해 죄수의 몸에 법률을 새겨 인간을 내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전체주의 권력의 욕망에 대한 비판적 우화였던‘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소설 「유형지에서」의 메시지를 먼저 떠올렸다. 이 작품 또한 육체에 대한 자국내기라는 나치의 욕망을 통해 인간을 소유와 복종, 획일화하려는 사물화가 불가능함을 확인하는 판본이리라는 짐작에서 시작되었다. 물론 수용자의 팔에 죄수 번호를 새기는 ‘테토비러(문신 기술자)’인 ‘랄레’의 연인 ‘기타’가 “내겐 번호뿐이에요. ...(중략)...이 안에서는...이제 밖은 없어요. 여기뿐이에요.”라고 대상화되고 소유화된 육체를 항변하는 구절에서 육체를 정치권력의 산물로 의미화하려는 시도와 그 역설적 저항으로서 살아남기의 선택이라는 반(反)육체적 시도, 저항을 읽어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은 이렇게 단순히 극단의 광기로 점철된 나치 저항의 산물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시원(始原)적 욕망으로서 인간의 실존적 의미’라는 근원적 물음들로 가득 차 있다.
가혹한 노동, 굶주림, 일상으로 가해지는 잔인한 폭력, 시도 때도, 어떠한 이유도 없이 쏴대는 총알 세례, 생체실험, 가스실, 죽음의 그림자만이 너울대는 지옥,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다. 슬로바키아 출생의 유대인 랄레의 팔에 숫자 32407이 새겨진다. 그 충격은 그의 시간을 멈춰 세운다. “어떻게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지?” 인간의 문명이란 것이 이처럼 볼품없이 무너져 내린다. 어떠한 것도 금지되지 않은, 아무런 금기도 윤리적 제약도 없는, 그야말로 욕구가 가리키는 데로 이기심이 마구 행사되는 야만, 시원적 악(惡)의 적나라함만이 존재하는 장소이다. ‘문명이란 인간 욕망의 억압위에서 세워진 것’이라고 프로이트가 말했던가? 그리고 그 억압된 욕망, 원초적 죄의식이 된 금지된 욕망. 그 무의식의 세계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 그 반성의 사유가 없을 때 인간은 괴물이 될 수 있다고도 했던가
랄레의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는 저 침잠한 사회적 무의식의 인류 첫 대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광기어린 야만의 정신에 대항한다. 문명이라는 자아가 광기의 무의식과 맞선다. 그가 선택한 자아와 무의식의 타협은 살아남는 것이다. 발진티푸스에 걸려 정신을 잃자 시체의 수레에 던져지는 랄레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동료, 아론을 위해, 나치 놈들의 손아귀에서 죽지않고 살아남는 것만이 유일한 저항이라는 것을 그는 온 몸으로 안다. 질병과 영양실조에 노출된 중노동을 피하기 위해 그는 삶을 붙들기 위한 선택을 한다. 동족의 팔에 문신을 새기는, 수용소에 첫발을 딛는 동족에게 가장 먼저 고통을 안기는 일을. 훗날 살아남아 나치의 조력자로 재판을 받을지언정 죽음에서 한 걸음 벗어난다.
소설적 흥미로움 중 하나는 이러한 랄레를 감시 감독하는 나치친위대 장교‘바레츠키’라는 인물이다. 수용자 누구를 향해서든 자신의 감정에 따라 권총을 쏘아대는, 그저 무심히 살상을 해대는 인간이다. 나는 그를 날뛰는 욕망으로 해석해본다. 랄레의 조심스러운 조언들이 그의 일상에 적절한 절제의 미덕으로 작용한다. “혹시 여동생이나 누나 있어요?” “응, 둘 있어.”“남자들이 여동생을 그렇게 대하면 좋겠어요?”“내 여동생한테 그런 짓을 하는 놈은 죽여버릴 거야.”“알았어요. 그냥 생각해보시라고요.”사유하는 인간, 자기 욕망에 대한 최초의 반성일 것이다. 해방된 욕망과 윤리, 문명의 역사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해서.
그리고 이 작품의 중심의식을 관통하는 랄레와 기타의 사랑이야기다. 랄레의 삶을 향한 의지는 기타에 대한 간절한 연민으로 더욱 공고화되고, 살아서 수용소를 나가게 된다면 그때에야 자신의 성을 말해주겠다는, 인간적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욕망이 좌절된 한 인간에게 살아내야 함의 가능성, 저항의 영웅적 힘이 되어주는 것으로서 그 사랑은 더욱 숭고한 열정으로 승화된다. 두 남녀의 사랑행위가 이토록 아름답게 그려진 작품을 나는 몇 차례나 읽어 보았을까
“그녀는 다시 그에게 세차게 달려든다...(중략)...그녀는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고...그들은 서로의 소유가 되었고...” 환경이 만들어내는 절박함, 그들의 사랑은 실존의 자기 확인이지 아닐까? 살아있음의 행복감, 충족된 욕망은 삶의 건강성, 장애를 이겨낼 용기, 미래를 맞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겨준다.
이러한 숭고함의 요소는 소설의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수용자들의 옷과 몸을 수색해서 압수, 분류하는 여자 수용자들을 통해 확보한 보석과 화폐들로 양식과 필요재를 조달하여 은밀히 공급하던 사실이 발각되어 랄레가 처벌구역으로 끌려가는 사건이 있다. 두 개의 고문구역과 ‘검은벽’이라는 처형장의 벽이 세워진 외딴 곳에서 24일간에 걸친 고문을 받는다. 조달자들의 이름을 대라는 것인데, 고문자인 유대인 ‘야쿠프’와의 대화는 가히 감동적이라는 말 이상의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고 있어요. 랄레.”“테토비러가 이름을 말할 때까지 때려야 해요.”“하지만 이름을 대려고 하면 그냥 죽일 거예요.”“유대인 한 명을 죽여 다른 유대인 열 명을 구할 수 있다면 저는 그렇게 할 거예요.”
인간 존엄과 생명 윤리를 상실한 단순 무식한 공리적 판단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는가? 테토비러, 랄레는 야쿠프의 도움으로 처벌구역에서 살아 나오는 유일한 인간이 된다. 지옥도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자기희생과 연대, 사랑의 힘은 80년 남짓 흐른 바로 지금 내게도 무언의 의지를 가르쳐주는 듯하다. 참담하면서도 가슴 뭉클하며, 비정함과 잔혹함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 인류애는 다 읽고 내려놓았던 책을 다시금 손에 들게 한다. 반복 하고픈 문장을 되뇌어 본다. “아침에 깨어나면 그것만으로도 그날은 좋은 날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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