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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5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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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 EPUB(DRM) | 54.98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7.1만자, 약 2.4만 단어, A4 약 45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86757413 |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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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여행에 나서기 직전, 짧지 않은 세월 동안 해왔던 일을 정리하게 되었다. 1년 이상 망설여왔지만 정작 ‘그만하자’라고 결단 후, 속히 감행하고 나니까 (하기 싫은데도 억지로 붙들고 온 일은 아니었지만) 예상보다 더 홀가분했고 생각보다 덜 불안했다. 어쩌면, 붕붕 뜨게 하는 여행의 설렘이 현실의 무게를 격감시켰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약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좋은 타이밍에 일에서 물러 나왔고, 여행 도중 자주 ‘남은 인생은 어떻게?’를 때로는 벅차게 때로는 버겁게 생각해보았다. 답을 낸 명쾌한 부분과 대체 답을 모르겠는 의문이 혼재한 상태에서 이 책 『인생 절반은 나답게』를 발견, 믿을 만한 선생 사이토 다카시의 경험과 조언이 궁금해졌다.
이 50개의 질문을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나를 위한 삶'에 바싹 다가선다.
『인생 절반은 나답게』라는 제목 자체가 약간은 진부하듯,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라,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라,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지 마라 등등 결코 새롭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다. 한편으로는, 제목이 ‘인생 절반’인 만큼 50대 전후를 주요 독자층으로 대하고 있지만, 나이와 크게 상관없이 인생의 제1 막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인생의 제2 막은 1막과 달라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도 무수하다.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인생의 궤도를 수정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50가지 질문을 나열하고 있지만, (책의 뒷부분에서 다카시 선생이 제시하는 것처럼) 이 세세한 질문들은 ‘50대에 필요한 세 가지 축’에 맞게 정리된다.
첫째, ‘다시 한 번’을 즐긴다.
둘째, ‘처음으로’를 즐긴다.
셋째, ‘늪’을 즐긴다.
이 세 가지는 나의 '지금부터의 인생'을 지금까지 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새롭게 계획하는 데에 상당한 지침이 된다.
첫 번째 축, ‘다시 한 번’ 즐긴다는 영어로는 ‘recurrent’인데, 뭔가를 다시 배운다는 개념이다. 과거에 소화하지 못하여 덮어두었던 분야 (지리 역사 세계사 고전 철학 등)를 다시 해보면 ‘뇌 속에 번쩍 밝은 등불이 켜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 또는 다카시 선생의 ‘첼로 배우기’처럼 후회로 남은 일에 재도전해봄으로써 결과에 상관없이 (다카시의 경우 음악에 재능이 없음을 확인) 마음이 점점 경쾌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의 경우엔, 열심히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며, 이해를 했다 싶은데 곧 머릿속에서 증발해버리는 희한한 학문이라고 포기해 둔 ‘철학’에 재도전해고픈 의욕이 퍼득인다. 더불어, 소설도 다시 읽다. 근근이 줄거리만 따라갈 뿐, 왜 이런 책이 고전문학으로 읽혀 왔는지 도통 몰라 했던 소설들을 지금의 나이, 인생의 제2 막을 앞둔 이 시점에서 다시 펼치면 제대로 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상당히 기대된다. 내 인생의 막대한 후회 중 하나인 ‘피아노’, 어린아이들 사이에 끼여 배울 생각을 하니 창피하여 피해왔지만, 다카시처럼 ‘조금은 할 줄 알아요’라고 말할 정도에 이르도록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요동쳐 (곤란하지만) 미리 흥분되기도.
두 번째 축인 ‘처음으로’즐긴다,라는 이야기는 소심한 스타일의 나에게는 깊이 와닿지 않는다. ‘이 나이에 처음!’이라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며 긴장과 떨림, 흥분으로 신선한 자극을 조성하면 생명력이 생성되고 이는 장작이 되어 인생 후반을 살아갈 원동력이 된다고, 앞날을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힘’이 생겨 무기력증, 고립감, 절망에 빠지지 않는다고…말로는 절대 수긍하지만, 실제로는 그러기가 쉽겠냐고 반격을 하게 된다. 그러나, 백 퍼센트 동감하는 이야기도 있다. ‘상식이 깨지는 경험을 해보았는가?’라는 질문에 맞춰 ‘여행’이 등장하는 부분이다.
여행은 낯선 문화, 낯선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자 내가 속해 있는 세상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 상식을 뛰어넘는 물건을 보고 듣고 만져보는 시간이다.(---) 지금까지 상식이라 생각해왔던 일들이 실은 당연한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으면 감각이 날카롭게 깨어난다. 그리고 날카로워진 감각이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을 열어준다. 낯선 장소나 새로운 사람은 나를 두렵게 하는 존재, 나를 불편하게 하려는 무엇이 아니다. 내 세계를 한층 더 넓혀줄 무엇, 나를 더 살아 있게 할 무엇이다.
----- 『인생 절반은 나답게』165~166쪽
그렇고 그랬던 인생의 제1 막을 닫고, 제2 막을 꿈꿀 수 있었던 것, 제 2막의 실체가 묘연한 지금 내가 크게 쫄지 않고 있는 이유도 ‘여행’을 한 번 두 번 감행하는 과정에서 ‘낯선 세계’에 대한 면역이 강해졌기 때문이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됐어, 이제부턴 대충 편안하게 있어'라는 내, 외적인 유혹에 굴하지 않고, 한층 더 넓은 삶으로 나를 더 살아 생동케하는 차원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스스로를 독려하는 힘은 여행에서 나왔던 것 같다. 이 기운을 좀더 세세한 생활영역으로 끌어와, 다카시 선생의 권고대로 ‘첫 OO’을 많이 만들어 봐야겠다. ‘첫 필라테스’ ‘첫 이탈리아어’ ‘첫 데생’ 등등…활력과 행복감에 삶이 파닥파닥 움직일 테니까.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어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좀더 구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세 번째 축, ‘늪’을 즐긴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해보라는 이야기이다. 가장 많이 들어본 ‘뻔한’이야기 같지만, 무엇보다 먼저 실행해야 할 핵심인지도 모른다. 인생의 절반에 접어든 이들 또는 다른 삶을 시작하려는 이들은 의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늪’에 빠지듯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푹 몸을 담그고 그것이 주는 쾌감과 인생을 풍부하게 만드는 그 느낌을 즐겨볼 절호의 기회를 잡으라는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무언가를 좋아해 깊이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문이 열려 있곤 한다. 옆집으로 통하는, 또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문이다. 이렇게 연결된 문을 지나면 내 상상을 뛰어넘는 세계로 사고 영역이 확장된다. 72쪽
푹 빠져 몰입할 수 있는 무엇, 언제든 기쁨을 가져다주는 무엇을 갖고 있는 사람은 행복 하나를 손에 쥔 것이 분명하다. 무언가를 깊이 좋아하면 미세한 차이까지 알게 되고, 다른 사람은 알아채지 못하는 차이를 알게 되면 더욱더 깊은 매력을 느껴 더욱더 좋아하게 된다. 140쪽
(수련에 푹 빠졌던 클로드 모네, 생트 빅투아르 산에 푹 빠졌던 폴 세잔을 이야기하며) 나는 모네나 세잔의 그림을 볼 때마다 그 속에서 반짝이는 생명력 같은 것을 느낀다. 더불어, 자신이 푹 빠져 있는 대상에 관해 신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도 그와 비슷한 생명력을 발견한다.(---) 그들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확실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140쪽
이런 ‘늪’에 빠지기란 취미생활로도 가능하다. 재미있어 무언가를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그 분야에 지식이 쌓이고 지식이 쌓이면 더 많은 것이 보여 더 깊은 재미가 몰려오고, 따라서 더 알고 싶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져 ‘삶의 에너지를 추동하는 활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카시 선생의 경우는 고'전 다시 읽기'가 그랬고, 나의 경우는 ‘미술 이야기 읽기'가 그렇다. 그림과 화가들이 시대와 공간을 넘어 서로 연결되고 이를 추적하다 보면 지금껏 몰랐던 책(저자)을 만나게 되고, 미술을 ‘목격’하러 국내외로 용감히 길을 나서는, ‘내가 몰랐던 나’가 살아난다. 책을 읽고 그림을 보는 지극히 정적인 상황에서 한없이 역동적인 삶의 에너지가 분출되는 이 느낌, 실로 빠져나올 수 없는(빠져나오기 싫은) '늪'의 중독성을 갖는다.
인생의 절반을 진정 자신답게 살아볼 수 있는 이 세 가지 축 이외에, 『인생 절반은 나답게』에서 나는 ‘일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배웠다. 지금까지는 ‘돈을 위해서’가 일하는 큰 이유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일을 그만둔다’는 곧 ‘돈을 못 번다’ 그래서 ‘막막하고 불안하다’는 의미였다. ‘일 = 돈’의 공식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했기 때문에 나이는 먹어도 인생의 제2 막을 흔쾌히 ‘내가 원하는 대로’계획하지 못했다. 이제부터 ‘일’이란 도대체 무엇이어야 하는가?
많은 사람이 의외로 간과하기 쉬운 사실 중 하나는 자신의 ‘강점’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뿐 아니라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도 발휘된다는 점이다. (---) 그리 큰 힘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 쉽게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강력한 무기를 지닌 것임을 잊지 말자. 88~89쪽
인생 후반부터는 자신이 활기차게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일’이라고 인식하면 어떨까(---) 대가가 따라오는지 아닌지는 차치하고, 자신이 힘겨워하지 않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활동을 모두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자는 뜻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즐기며 보람을 느낀다면, 나아가 그 일이 수입으로도 연결된다면 더욱 행복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일의 의미가 단번에 넓어진다. 89쪽
(지금은 의욕에 불타있지만 곧 냉혹한 현실에 압도될까 내심 염려스럽기도 한 나의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긴 하다. (많은 자기 계발서들이 달콤히 달래주듯이) 다카시 선생도 ‘즐기며 보람을 느끼는 일은 언젠가는 꼭 수입으로 연결된다’라고 확언해 주었더라면, 이에 맞는 실제 예를 찾아 제시해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다카시 선생이 일에서 강조하는 것은 결국 ‘열정’이다. ‘항상 마음이 가 있어 무엇을 하더라도 결국 그 생각으로 이어지는 대상, 그 정도로 에너지를 쏟을 대상을 ‘일’이라 하며, ‘해야 하니까’ 마지못해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아니면 누가 하랴’라는 주체적 마음으로 임할 수 있는 것이 ‘일’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시시포스 신화가 등장한다. 희망 없이 영원히 해야 하는 ‘형벌로서의 노동’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지배하는 주체는 ‘나 자신’이라는 인식하에 자신의 의지로 '일'을 한다면 ‘쓸모없지 않고’ 오히려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생 후반부 또는 인생 제 2막을 열고자 하는 순간은 돈을 떠나 일의 범위를 확대하고 열정을 다해 주체적으로 해낼 수 있는 ‘일’로 옮겨갈 때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고민도 던져 주었다. 인생 후반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고독’이므로 가능한 한 자신을 열어놓고 다양한 사람과 만나며 오랜 친구와의 옛정도 되새기라 한다. 그러나, 나는 인생 후반에서는 ’고독’을 즐길 줄 알며, 오랜 친구든 새로운 사람이든 나와 생각의 결이 다른 사람들과는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 나이 들수록 ‘혼자서도 잘 노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라고 믿고 있다. 다카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워주므로 잡담의 시간도 중요하다지만, 나는 잡담할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것 하나라도 더 하며 자신과 소통하는 것이 더 낫다,라고 의심치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줄 친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갑자기 나는 이제껏 헛살았나 싶기도 하다. 그만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리스트에서 다시 다가갈만한 사람이 있는지 점검해봐야겠다. 교류의 끈을 놓지 말라,라는 다카시 선생의 권고가 자꾸 귓전에 맴돈다. 반면에, ‘서로 가르쳐 주는 자리 만들기’라는 조언에는 신나게 동감한다. 이런 일을 도모 중이다: 역사, 미술, 문학, 어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소질 있는 사람들을 모아 ‘조직’을 결성하고 ‘아지트’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런 체계적이고 재미난 교류가 나의 ‘일’이 된다면!
'잠깐 쉬어가며' 생각을 굳힐 수 있다.
이 책의 서문으로 나는 결론을 짓는다. ‘인생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은 이제 젊은이들만의 고민이 아니라, 인생의 한복판을 넘어 서서히 후반부로 향해가는 모든 이들이 진지하게 물어야 할 질문이 되었다. 괴롭지만 피할 수 없는, 답이 없다고 미룰 게 아니라 되도록 앞당겨 투철하게 스스로에게 물어야 질문이다.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면, ‘돈을 벌게 하는 일’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어떻게 살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가’라는 문장이 기준이 되어야 하고,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일을 (남이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수 있는가’에 명확한 답을 먼저 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었다,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얼마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함을 깨닫는 ‘성숙’이다. 돈에 얽매이지 않고,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경쟁을 내던지고, ‘하지 않고는 베길 수 없는’ ,’하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일’로 채워 나갈 수 있는 시기…이것이 바로 인생 후반 또는 인생 절반에 대한 올바른 정의일 것이다.
이렇게 살아가는 저자 사이토 다카시가 한없이 부럽다. 동시에, 이 책으로 ‘뻔한’ 질문들을 ‘진지하게’ 되짚어 보았으니 나의 인생 후반도 역시 이럴 수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확신해본다.
※ 이 글은 리뷰어 클럽 서평단의 자격으로 (신나게 진심을 다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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