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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2년 07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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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496g | 150*210*30mm |
ISBN13 | 9788984315990 |
ISBN10 | 89843159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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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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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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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경쟁시대의 참혹함을 그린 소설. 인간 답게 살기 위해 동물이 되기를 결심하다. 제 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굿바이 동물원>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바로 위와 같은 구절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초반에는 생각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와 별다른 독특함이 없는 문체, 어떻게 이 작품이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 될 수 있었을까. 소설 초반 부분 부업으로 인형눈깔 붙이기를 시작하며 본드중독에 빠지게 된 주인공 김영수의 환각장면 묘사는 이것이 무협소설인가 하는 착각이 들었고 초등학생들이 읽어도 그닥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 같은 유치함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실망과는 다르게 첫 시작부터 나를 확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어떤 소설은 처음은 지루하나 갈 수록 빠져들고, 어떤 소설은 처음부터 지루해서 끝까지 재미없으며, 또 어떤 소설은 처음엔 재밌다가도 갈 수록 흥미가 사라지는데, <굿바이 동물원>은 개인적으로 초반 내용은 당황스러웠으나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이야기에 깊숙히 몰입이 되었으며 주인공 김영수가 동물원에 취업하는 순간부터는 한겨레문학상의 진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주인공 김영수는 대한민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장남성이다. 그리고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실직자이기도 하다. 집 안의 기둥으로서 부인의 따끔한 눈초리가 무섭고 자신을 바라보는 부인의 기대어린 눈빛도 두려운 대한민국의 그런 흔한 남자. 회사에서 울 수 있을 곳을 찾아 화장실로 들어서는 남자, 마늘을 핑계로 남자로서 눈물을 몰래 훔치는 주인공의 모습은 자본주의 경쟁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마늘까기, 인형눈깔붙이기 등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던 영수는 '돼지엄마'의 주선으로 동물원에 취직하게 되며 여기서부터 작가의 기발한 소재가 시작된다. 영수가 취업한 동물원은 '세렝기티 동물원'이다. 세렝기티동물원이 다른 동물원과 다른 것이 있다면 바로 자본주의에 철저히 입각한 맞춤설계형 동물원이라는 점. 세렝기티동물원의 동물들은 관람객들이 원하는 행동만을 취해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제 그 동물들은 그러한 행동을 좀처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세렝기티동물원의 동물들은 관람객의 요구에 맞게 딱딱 움직여줌으로써 관람객유치에 큰 공헌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세렝기티동물원의 동물들은 바로, 동물의 탈을 쓴 사람들이 동물행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김영수 역시 세렝기티동물원의 마운틴고릴라로 취업을 한다. 고릴라사에서 영수와 사정이 비슷한 동료들, 만딩고, 조풍년, 앤도 만나게 된다. 영수가 만난 이 고릴라들 역시 직장을 구하지 못해 마늘을 까고, 인형눈깔을 붙이다가 이 곳 동물원에까지 온 사람들이며 '앤'의 경우에는 이 시대의 20대를 잘 대변해주는 인물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20대는 공무원열풍이다. 너도나도 공무원시험에 뛰어들어 경쟁률은 100:1에 육박해졌고 어른들은 언제부터 월급이 적어 하대받던 공무원이 신격화되었냐며 혀를 끌끌 찬다. 고릴라 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 역시 마찬가지로 이 시대 대한민국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냥,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의 개인사를 접하면 괜히 마음이 쓰라리고 우울해지며 이 시대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를 한탄하게 되더라.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대사는 바로 사회주의 북한에서 간첩으로 남파한 '연락책'이 만딩고에게 했던 말이다. 사회주의사상을 갖고 있던 그가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칼도 사람도 아닌 바로 '돈'이라고 하는 대목. 대한민국에서 '돈', 자본이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지를 극명하게 잘 보여준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 동물이 되기로 결심했다. 이 말에 대한 의미는 책을 읽게 되면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상당히 충격적이면서도 진짜로 그럴 수가 있을까 하는 약간의 호기심이 일게 되며, 그리고 결국에는 아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실제로도 이게 가능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소망을 품게될 지도 모른다. 아마 이러한 마음이 드는 독자들이라면 이미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경쟁시대에 지칠 대로 지친 사람, 망가질 대로 망가진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앤'과 마찬가지로 아직 20대이며 취업전선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는 사람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굿바이 동물원'을 외치며 이 시대를 버리고 저 멀리 떠나버리고 싶다. 벌써부터 이렇게 지쳐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할 지 막막해지는 순간이다.
이 책을 통해 무언가의 해답을 찾기를 기대하진 말라. 이 책을 덮고 나서는 두려움부터 몰려온다. 이것은 소설, 즉 허구일 뿐이며, 막상 그런 '세상'이 있다 해도 자본주의 경쟁시대를 박차고 '굿바이 동물원'을 외치며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 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즉, 소설이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우리들은 평생 자본주의라는 우리에 갇혀 몸부림쳐야 할 것이며 약육강식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슬퍼진다. 요즘은 지인, 가족들 사이에서 까지도 살인 및 강도 등의 범죄가 밥 먹듯이 일어나고 있고 직장내에서도 '살생무기'만 없을 뿐 번번히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일이 허다하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예전부터 삶은 쭉 퍽퍽했고 요즘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다. 과연 사람답게 사는 삶이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하기 위해 태어났을까, 그리고 나는 당당하고 용기 있게 굿바이 동물원을 외치고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을까. <굿바이 동물원>은 독자들에게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고 독자들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답변을 던질 것이다. 하지만 예상컨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을 할 것 같다. "그래도 돈은 돈이야. 돈이 제일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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