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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9년 05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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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423g | 140*213*17mm |
ISBN13 | 9791156332466 |
ISBN10 | 115633246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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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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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독자들을 위한 소설 읽기 >
- 소설가를 위한 소설 쓰기 1편을 읽고
원작의 제목이 궁금하다.
원작의 제목도 ‘소설가를 위한 소설 쓰기’일까?
저자인 레스 에저턴은 소설가이며,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교수이다.
작가에 관한 약간의 정보를 얻고 나서야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책은 훌륭한 소설가로 성장을 꿈꾸는 수많은 초보 소설가들을 위한 작법서라고나 할까? 조금 더 범위를 넓힌다면 예비작가들을 포함한 학습서라고나 할까?
그런데 만약 원작의 제목이 이것이 아니라면, 편집자에 의해 만들어진 제목이라면 편집자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어찌 되었건, 평범한 독자들은 책의 표지에서 부담감을 느낀 채 책을 펼쳐 첫 페이지를 읽을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 의미는 진부하지만, ‘당신도 소설가가 될 수 있다’와 같은 의미를 담으면서 참신한 제목이 있다면 더 많은 독자층을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생각이 든다.
내가 서론에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이 책의 제목을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다. (내 딸아이가 “엄마 이건 소설가들이 보는 책 아냐?”라고 묻길래 한동안 곰곰이 생각했다. ) 제목으로 인해 쉽게 책을 펼치지 못했을 독자들에게 눈앞에서 놓쳐버린 행운처럼 그냥 지나치기엔 제법 아까운 책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이제 서론에서 바로 결론을 말하자면, 이 책은 소설을 쓰고자 하는 예비작가들에게는 좋은 지침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내가 소설가가 아니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에게는 또 하나의 문을 열 수 있는 행운의 열쇠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이다. 소설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으며, 무심코 읽어내린 문장들 속에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할 수 있고, 보지 못했던 작가의 의도도 더 잘 볼 수 있어서 소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해질 것 같다.
이 책, 1편은 제목처럼 ‘첫 문장과 첫 문단’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 메워져 있다. 작가는 첫 문장과 첫 문단에 엄청나게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하면서 소설이 시작되는 도입부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첫 장면에 필요한 열 가지를 제시했다.
갑자기 난데없이 약간 샛길로 빠지는 느낌이지만, 나는 이 열 가지에 관한 내용을 읽으면서 앞으로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서점(온라인 서점에서도 미리 보기 기능이 있다.)에서 신간 소설을 고를 때 도입부를 좀 더 꼼꼼히 읽어보아야겠다는 아주 참신한 생각을 했다.
다시 가던 길로 돌아와서, 첫 장면에 꼭 필요한 열 가지를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계기적 사건 (2) 표면적 갈등 (3) 근본적 갈등 (4) 설정 (5) 배경 설명(이전 이야기)
(6) 아주 뛰어난 첫 문장 (7) 문체 (8) 인물 (9) 배경(무대) (10) 전조
작가는 이 중 중요한 네 가지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언급하고 있다.
중요한 네 가지 요소는 ‘계기적 사건’, ‘표면적 갈등’, ‘근본적 갈등’, ‘설정’이다.
계기적 사건은 장면으로 소개해야 하는데, ‘등장인물이 울면 독자가 울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잔잔하고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설 속에는 가장 중요한 갈등이 존재한다. 소설 속 갈등은 표면적 갈등과 근본적 갈등으로 나눌 수 있다. 표면적 갈등은 사진처럼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갈등이며, 근본적 갈등을 보여주는 수단이다. 근본적 갈등은 내면적 갈등을 의미하는 ‘진짜’ 갈등이다. 소설에서 근본적 갈등은 하나여야 하고, 표면적 갈등은 많을수록 좋다. 소설 속 주인공에게는 표면적 갈등과 근본적 갈등이 존재하며, 소설의 전개에 따라 갈등은 쉽게 해결되는 듯 보이면서 다시 갈등이 생기는 과정이 반복된다. 물론 결말에서는 갈등이 완전히 해결되는데, 여기서 ‘완전히’라는 의미는 표면적 갈등과 근본적 갈등이 모두 해결된다는 의미이다.
훌륭한 도입부를 위해 꼭 필요한 네 번째 요소는 설정이다.
이 책은 찰스 백스터의 단편소설 「사울과 팻시에게 아이가 생겼다」를 예로 든다.
바닥에 쏟아진 휘발유 냄새. 사울이 눈을 떴을 때 그는 여전히 안전벨트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앉아 있는 자동차는 들판 같은 곳에 뒤집어져 있었다.
이글은 독자에게 자동차 사고가 일어났다는 꼭 필요한 정보를 알려준다. 짧은 문장이지만 인물이 누구이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목초밭인지 옥수수밭인지 어떤 들판인지 등 그 이상 자세히 알려주지는 않는다. 왜냐면 독자가 글에 새겨진 뼈대에 살을 덧붙일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독자가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95쪽)
다음은 설정과 함께 도입부에 꼭 필요한 배경의 예로 팀 샌들린의 여행소설 『슬픔은 떠다닌다』를 예로 든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샌프란시스코에 묻힌 뒤 나는 말썽을 피웠다. 술집에서 맨발로 춤을 췄고, 교회에서 손가락 욕을 했다. 어느 4월 이른 아침, 나는 도선의 새 트럭을 몰고 나가 스네이크 리버 제방에 처박았고, 견인차가 왔을 때 나는 잠옷을 입은 채로 눈밭에 쭈그리고 앉아 죽은 물떼새 사체 앞에서 울고 있었다. (98쪽)
작가는 아주 가벼운 문장으로 시작한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샌프란시스코에 묻힌 뒤 나는 말썽을 피웠다.” 독자는 이렇게 해석한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 내 세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 “말썽을 피웠다”라는 표현을 쓴 것에 주목하자. 이런 가벼운 서술어를 선택한 것에서 모리가 아직 자신의 근본적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99쪽)
작가는 여기서 격정적인 것과 극적인 것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한다. 아버지의 죽음은 격정적인 순간이고, 모리가 처음으로 아버지의 죽음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는 순간이 극적인 순간이다. 모리가 죽은 새를 보는 순간 표면적 갈등이 생기고, 죽은 사체를 보면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인식하게 되면서 서서히 근본적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 밖에 작가는 강렬한 도입부를 쓰기를 원한다면 전조, 문체, 배경 등을 사용하라고 권장한다. 전조를 사용하면 소설에 힘이 실리는데, 작가 제프리 디버의 「코핀 댄서」를 예로 들었다.
에드워드 카니가 아내 퍼시에게 작별 인사를 했을 때 그는 다시는 아내를 보지 못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176쪽)
도입부를 훌륭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로 문체도 빼놓을 수 없다고 한다.
언어의 경제성은 단어 수를 줄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어가 각각 그 나름의 역할이 있어야 하고 단순히 음절로 이루어진 단어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 이에 덧붙여 문학적인 글로 보이게 만들 거라는 생각에 화려한 언어나 난해한 단어를 쓰지 말라고 경고한다. 또한, 메신저 등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약자도 쓰지 말 것을 권한다.
이러한 점들을 주의하면서 문장을 구성할 때는 강렬한 동사와 구체적인 명사를 사용하고 독자에게 완벽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도록 문장을 깎고 다듬어야 한다고 한다. 설명하지 않고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소설을 쓸 때 어떻게 시작할지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이건 또 무슨 의미일까 하겠지만, 이건 초보 또는 예비작가들에게 필요한 조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너무 첫 문장에 집착하지 말고 소설을 완성한 다음에 전체를 살펴보면서 시작 지점을 정해도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책의 말미에 이런 글을 남겼다.
야구계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풋내기일 때는 자랄 여지가 있다. 완숙했다면 썩을 일만 남았다.”
늘 최악을 상상하며 인생에서 기회를 번번이 놓치는 친구를 두고 이렇게 표현한다. “ 그 사람은 머리를 부딪칠 정도로 낮은 천장 아래에 스스로를 가둬요.” 여러분은 그 친구처럼 되지 말길!
송영의 한 마디!
굳이 초보나 예비소설가가 아니더라도, 독자로서 이 책을 읽게 되는 순간 어쩌면 당신은 극적인 순간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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