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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5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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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2.2만자, 약 4.1만 단어, A4 약 77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37441264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8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 작가의 <사하맨션>. 사실 <82년생 김지영> 을 읽고 영화도 책도 그닥 와닿지 않았던터라 나는 이 작가에 대해서도 좋고 싫음이 없고 그저 무관심했다. <사하맨션>의 영번역된 책이 <SAHA>라는 제목으로 기노쿠니아에 꽂혀있는 걸 보고 이 작품을 알게 되었는데 읽는 내내 여기서 등장하는 배경이 싱가포르 얘기를 하는건가? 여러번 갸우뚱.
작가의 말로는 SAHA라는 이름은 러시아 ‘사하 공화국’에서 따왔다고 한다. 최고. 최저 기온의 연교차가 100도가 되는 곳인데 그 곳의 지하에는 다이아몬드가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사람이 살기에 척박한 곳에 어마어마한 다이아몬드가 존재하다니. 사하 맨션이 있는 ‘타운’은 싱가폴처럼 도시국가로 변했다 원래 속했던 나라가 있었으나 본국으로부터 독립해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시국가가 된다. 그 안에 ‘타운’이라는 곳에서는 7명의 총리들이 있고, 모든 것들은 이들이 결정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총리들을 본 적은 없다. 타운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는데, 경제력과 전문적인 능력을 다 가진 주민권이 있는 L, 그리고 L자격까지 되진 않지만 체류권을 가질 수 있는 L2가 있다. L2들은 2년에 한 번씩 체류권을 연장해야하는데,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아가며 체류권 연장을 하고 그들이 타운에 체류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일들은 주로 주민 L들을 위한 서비스직이다.
그런데 L과 L2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사하’라고 불리우며 사하맨션에 기거한다. 이들은 L과 L2가 절대로 하지 않는 사회의 맨 밑바닥의 거칠고 지저분하고 힘든 일을 하며 조용히 생계를 꾸리며 살아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사하맨션으로 비밀리에 숨어들어오는 기구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은 제일로 인간적인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나중에 드러난 사실이지만 사하 맨션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타운 사람들의 이중성과 총리들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한 사람들이 투쟁 후 도피를 하다가 사하맨션으로 피해온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당장 사하맨션을 싸악 쓸어버리고 싶고 더러운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타운 사람들은 배척하면서도 그들을 내치기도 애매하다. 왜냐면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도맡아해야하는 인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뜯어 고치고 공사를 하는 싱가포르, 공사장 높은 곳에 올라가 위태롭게 일하고 있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을 볼 때마다 도대체 저들이 없으면 이 곳은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수 많은 돈 되는 일들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까? 이들의 몸뚱아리가 아니라면 저 모든 일들을 AI 노동력으로 대체할 수 있긴 할까? 저들은 언제까지 이 불평등한 처우와 세상의 사다리를 군말없이 알면서도 모른 척, 묵묵히 견뎌내며 돈 모아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소박한 꿈을 유지할까? 이들이 아무 말 없이 타운 주민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노예 역할을 하도록 가진 자들은 얼마나 더 사악하고 곤고하게 저들의 삶을 교묘하게 조종하려고 들까.
매일 밖에 나갈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사하맨션> 을 읽으며 나의 이런 생각이 더 구체적으로 형태를 드러냈다. 나는 싱가폴이 ‘타운’을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있는 독자들은 또 한국이 타운 같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노골적인 지배와 피지배 체제가 공존하고 있다는 이야기겠지.
혹자는 이야기들이 연결이 잘 안되고 붕 뜬다고 하기도 하는데, 모든 이야기가 추리소설이나 심리 소설처럼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져서 수 많은 버클들이 채워지고 난 후 거기는 안전장치가 아니었지롱? 이라며 뒤통수 반전을 때리는 구조를 가진 것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조남주 작가의 무르익을대로 익은 성숙함과 날카로운 비판적인 시선에 기가 눌렸다. 이 작가가 이런 시선이었어? 난 그렇다면 82년생 김지영을 잘못 읽거나 대충 읽었던 것일까? 다시 한 번 작가의 작품을 역주행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이니까.
그리고 문장이 결코 길거나 복잡하지 않지만 술술 입 안에서 녹는 부드러운 아이스크림같은 것도 아니어서 응? 내가 잘 이해를 한 건지? 왜 이게 이렇게 어색하고 낯설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몇 번을 문맥파악을 다시 하기위해 돌아가서 읽은 부분도 많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 작가님 정말 글 힘이 세시구나. 보통 아니시구먼. 문장이나 단어 하나하나가 세련됨이 묻오나는 것 보다도, 희안하게 작가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내리 꽂히는 글을 쓰신다. 그래서 ‘꼼짝말고 네 거기 섯!!!’ 이렇게 읽는 사람을 도망가지 못하게 붙들어 맨다고 해야하나? 암튼 문자 뒤에 작가의 목소리와 고집 구슬이 가득 담겨서 묵직한 주머니가 매달려있는 것 같았다.
사하맨션에 살아가는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사하들. 그들의 삶이 무너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개인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이제는 그들을 구석으로 내몰은 사회의 불평등과 부조리함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극중 ‘진경’이가 타운의 비밀스러운 진실을 끝까지 파헤쳐서 굴복하지 않고 사하맨션의 가치를 타운에 퍼뜨리는.. 그런 내용으로 후속 소설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지금 사회가 돌아가는 꼴을 (?) 보면 그것이야말로 현실감 제로라며 독자들이 외면하지 않을까 싶고.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도시 국가 타운을 보며 현실적이라고 여기는 우리들 의식의 좌표는 지금 어디쯤에 머물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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