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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2년 08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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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5쪽 | 592g | 153*200*30mm |
ISBN13 | 9788952766588 |
ISBN10 | 895276658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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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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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수십 년째 괜찮은 소설을 써 보는 게 꿈이다. 그러려면 소설도 많이 읽어야겠지만, 나는 언제부턴가 소설 그 자체 보다는 소설의 이면 그러니까 그 소설의 탄생 배경나 그 작품을 쓴 작가는 누구인가? 어떤 생각에서 그런 작품을 쓰려고 했는가에 알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분명 이 이야기가 막연히 하늘에서 뚝 떨어졌을리 없고 , 들었던 또는 보았던 이야기가 작가의 영감을 빌어 생겨났을 터인데, 작가는 또 어디서 이야기를 찾아 썼을까?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또 꼭 내가 문학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나의 욕구는 그런 것이다. 어차피 없는 이야기를 가공해서 만들 수 없을 것이라면, 내가 잘 아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초짜 작가들의 작품은 자전적 작품일 확률이 높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새내기 작가들만 자전적 작품을 쓰는 것은 아니다. 중견 작가들도 아예 그런 작품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은 체험이 아니면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작가로 유명한 작가는 프랑스의 작가 에니 아르니노가 있고, 이 책속에 발견한 앤 라모트라는 작가도 있다(그녀는 소설가 겸 논픽션 작가며, 자전적인 경험을 글로 쓴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작가들은 과연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도 전혀 거리낌이 없는가 그런 의문도 든다. 사실 이건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지금은 유명한 성석제 작가가 몇년 전 <참말로 좋은 날>이란 작품을 내놓고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던 적이 있다. 그날 나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곳에 간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작가가 지금만큼 유명하지 않았고, 이 독자와의 만남이란 것도 지금만큼 활성화 되기 이전이었다(아마도 그 무렵부터 활성화가 되었으리라). 이런 말을 해도 좋은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기억이 나는 건, 성 작가는 지금은 상당히 유려한 입담으로 주어진 시간을 이끌어 가지만, 그때는 처음 불려나온 사람마냥 어색한 빛이 영력했다. 그나마 그 어색함을 완화시켜 줬던 것이 질의응답 시간이었는데(지금쯤 성 작가와 질의응답을 갖는다면 나 같은 사람은 끼지도 못할 것이다. 하도 여기 저기서 치고 받고 올라오는 질의자들이 많아서 잠시의 틈도 없다. 이건 가장 최근에 그의 독자와의 만남에서 확인한 것이니 믿어도 좋다), 질문하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아 나는 용감하게 질문 하나를 한적이 있다. 요는, 소설을 쓸 때 실제인물을 다루게 되는 경우를 피해 갈 수 없을텐데 나중에 그 사람이 와서, 왜 나를 작품에 다뤘냐고 시비거는 사람이 없었냐고? 그런 경우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물어 본적이 있다. 그때 작가는 예의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조폭을 다룬 작품에서 실제로 조폭 두목이 찾아와 멱살을 잡힌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때 그는 침착하게, 나에게 이러지 말고 위에 계신 분을 만나 보라고 해서 위기를 넘긴 적이 있다고 해서 웃은 기억이 있다. 그 사람은 위에 계신 분 누구를 만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것이 참말로 정답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건 극히 드문 예고, 보통은 작품에서 자기를 다룬 것을 알면 사람들은 좋아하는 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하도 오래된 이야기라 정확한지는 확신할 수는 없다).
사실 그 질문은 나의 고민의 일부를 내보인 것이기도 하다. 만일 내가 작가가 되어서, 최대한 실제 인물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고 가공하겠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나의 작품에서 자기를 읽게된다면 싫어하지는 않을까? 뭐 그런 상상을 해 보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없지는 않았다. 벌써 십수 년 전, 내가 교회 주일학교 교사를 하고 있었을 때 나는 우연찮게도 아이들에게 연극을 지도한 적이 있었다. 뭘 알고 했던 것은 아니고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로 시작한 일이었다. 짧은 연극이긴 하지만 그것도 나름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던 일이라 때마침 내가 가르쳤던 아이 하나가 대학교에 들어가고 와서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다(그런 일은 주일학교에서 흔한 일이다). 그것은 확실히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겠지만 웬걸, 녀석은 겉으로만 나를 돕겠다는 거였지 그 속내는 따로 있었다. 팀 아이들과 선생인 나를 갈라놓고, 제멋대로 팀을 운용하려고 했던 것이다. 난 도무지 이 난세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러다 중여지책으로 그 상황 그대로를 연극으로 재연시켜 무대에 올렸다. 제발 좀 깨달으라고. 녀석은 금세 내가 자기를 타깃으로 만든 연극인 줄 알았고, 그 다음부터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짐작은 갈 것이다. 좀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 때 부딪히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표절 시비와 함께 이런 문제가 아닐까 싶다. 즉 실제 인물을 다루는 것 말이다. 그것에 대해 모 작가는, 작가가 되려면 못된 사람이 되기를 각오하라는 말로 스스로를 격려하기도 했나 보다.
이책도 그렇다. 결국 소설도 사람의 이야기고 보면 등장인물 내지는 주인공은 현실 어디에선가 있을 법한 인물을 가공하던가, 그대로 이미지화 하던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 어느 날 어느 작가가 자기를 작품속에 출연시키더라도 놀라거나 노하지 말기를 바란다. 물론 그것을 오히려 기대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그 작품속에서 자신을 멋지게 그렸을 때나 가능한 거지, 세상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알면 어느 누구도 작가의 손에선 착하고 멋지게만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멱살잡힐 것을 두려워 작가로서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책에서 가장 나의 마음을 찡하고(물론 이책은 가슴 찡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천기가 누설된 것만 같은 책은 아무래도 제일 첫번에 나온 '안나 카레니나'를 쓴 톨스토이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가 실제로는 두 인물을 합쳐놓은 것이라니! 하지만 그 작품이 찡한 건, 주인공과 톨스토이의 마지막이 같다는 것일게다. 마치 자신을 예언하기나 한 것처럼. 얼마 전, 그를 다룬 영화를 본 것과도 겹치기도 하고.
책은 솔직히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다. 뭐 서양 문학사에서 다룰 법한 작품들의 이면을 다룬 것까지야 그럴 수 있다고는 쳐도, 생각했던 것만큼 깊이있게 다루지는 못한 것 같다. 각 작가의 작품을 쓰는 패턴을 다룬 것은 흥미롭기는 하다. 어디 가면 이런 책을 또 만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그런데 읽다보면 작가란 과연 어떤 족속일까에 대해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도대체 무엇이 작가로 하여금 그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일까? 오래 전, 신경숙 작가의 말을 또 한 번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작가란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 천형으로 끊임없이 책상에 앉아 무엇인가를 써야만 하는 존재라고 했다. 거기에 더해,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땅속에 대고라도 외쳐야 하는 존재는 아닐지?
언젠가 배우 유준상이 나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그 사람을 보고 감탄한 것은, 그는 한마디로 연기만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가 연습 벌레라는 건 익히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그는 인터뷰하는 중에도 끊임없이 이 상황을 연기에 어떻게 써 먹을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사람이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혼 반은 연기 연구에, 반은 현재에 있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은 반쯤은 미친 사람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보면서 작가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내가 오늘 들은 이야기, 어떤 사건, 상황이 작품에 어떻게 표현되고, 다룰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상상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작가인 것 같다. 그래서 책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한 사건이나 계기를 다루지만, 작가들 자신이 이미 훌륭한 이야기 꿈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단순히 이야깃거리 하나를 두고도 어떻게 비틀고 매만져야 흥미로운 작품으로 재탄생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06p) 사람들이라고 규정했다. 작가는 이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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