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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2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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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 EPUB(DRM) | 29.41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8.3만자, 약 5.3만 단어, A4 약 115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65707349 |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1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딜리트』는 성공스토리를 설파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철학과 사유를 ‘실천’하도록 끌어주는 지침서이다. EBS하면 '자연스레' 다큐멘터리와 어린이교육 채널이라고들 생각하는 이유는 저자를 비롯한 EBS관계자들의 '고군분투'하며 몸소 실행한 '딜리트'덕분임을 알게 되었다. 미리 오랜 세월 고민한 과정이 있었고, 이에 따른 가시적, 객관적 성과를 낳았으며 여전히 이 '잘 살아가는 법'이 진행중이기때문에 『딜리트』는 언제나 설득력있는 생생한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상당히 부담되었다. 잘 모르는 노자와 더 난해한 니체의 무위-허무-니힐리즘이 처음부터 거론되는 터라, 철학과 사상분야에 발 붙이지 못한(마음도 가지 않는) 나같은 독자는 겁이 났다. '딜리트'의 근간이요 뼈대라는 노자의 '무'의 철학을 저자처럼 깊게, 니체의 '니힐리즘'을 저자처럼 넓게 알지 못하는데, 과연 이 만만치 않은 분량과 내공이 서린 책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을지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왜 『딜리트』이겠는가? '딜리트'의 전문가답게 저자는 이 분명 어려운 철학을 군더더기는 싹 덜어내고 핵심만 콕콕 짚어주면서 (나 같은 철학의 문외한도)'안심'하고 쭉쭉 읽어 나가게 이끌어주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구체제와 구습을 타파하고 시간-공간-문화의 장벽을 깨뜨리며 철저하게 '없애라'는 ‘간단한’ 명제이다.
우선, 왜 없애야 하는가 왜 기존의 것을 없애야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가? 가장 인상적인 증거는 '폐허'였다. 폼페이 유적, 콜로세움(나의 개인적 추천지로 '포로 로마노'를 첨가), 파르테논 신전, 앙코르와트 등 인류 역사의 '폐허'를 사람들이 찾는 이유야 말로 '딜리트'해야 하는 이유, '딜리트'가 절대 필요한 이유이다. 딜리트된 이 역사의 장소에 들어서면 상실감이나 공허를 느끼는 대신 '상상하게 되고 창조하고'싶은 욕구를 느낀다. 실제로 많은 인물들이 '폐허'덕택에 업적을 이우었다. 르 코르뷔지에가 미니멀한 근대건축을 창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보았기 때문이고, '하기야 소피아'대성당이 탄생한 배경도 콘스탄티노플 대교회가 화재로 소실되었기 때문이다. ‘폐허’는 아무 것도 없기에 오히려 상상력에 불을 지펴 '창조'를 이끌어낸다. 이와 정반대의 상황은 '구글이펙트'로 압축된다. 구글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차고 넘친다. 또한 구글에 모든 것이 있다고 믿는 우리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게 되어 멍청한 뇌로 전락한다. 없애야 한다. 미디어를 문자를 핸드폰을 인터넷을 TV 등을 '딜리트'하여 우리의 삶에 의도적으로 '폐허'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수년동안 역사 예술 심리학 경영 문학 등 실로 방대한 분야에서 '딜리트'의 작동기제를 찾아 낸 '딜리트여행'의 산물이기 때문에 (5년 이상을 투여함) 내용상의 스펙트럼이 실로 방대하다. 다이슨 청소기에서부터 낙소스, 푸알란, 알디, HBO, 디스커버리, 버진그룹, 헬렌켈러, 스티브잡스, 갈릴레오 등등 수많은 인물들, 제품들, 장소들에 대한 '딜리트'사례가 쏟아져 나온다. 나로서는 모르는 사례도 많고, 일일이 다 기억하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핵심에 근접하기 위해 덜어내고 덜어내는 딜리트의 과정'을 간파하고 실행한 자는 대성공을 거둔다라는 주제를 설정하여, 정보의 과부화로 인한 혼란을 차단했다.
나의 경우에는 딱 두 분야에만 집중하여 (이 책이 조언하는 대로, 여러 사례 중에서 덜어내고 덜어내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만 뽑는 '딜리트'를 했다!) 여러 번 숙고해보았다. 첫번째 '피카소'이다. 나의 경험상 어디를 여행하든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들르면 피카소가 없는 곳이 없었다. 그냥 유명한 게 아니라, 피카소에게만 있는 그 뭔가 특별함이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어디서 어떤 피카소의 작품을 보아도 질리거나 식상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기발함과 새로움에 깜짝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피카소 고유의 특별함이란 대체 무엇일까, 상당히 궁금했다.『딜리트』에서 매우 설득력 있는 답을 찾았다.
- 피카소는 지속적으로 자신이 처음으로 구축한 스타일과 영역을 파괴하며 과거와 전혀 다른 창조의 길을 개척했다.
- 피카소처럼 자신을 부정하고 또 자신을 새롭게 재정의하고 다시 부정하는 예술가는 역사적으로 없었다.
- 피카소 자체가 모든 장르의 역사였기 때문에 그 한 사람만 연구해도 현대 미술사를 연구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피카소의 역사는 창조-파괴-창조의 순환과정이다.
- 르네상스 이후 관행처럼 굳어진 미술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회화사의 니힐리즘이랄까. 회화사의 관행과 관습을 모두 무화無化시키는 모험이자 반란이 획책되어 있었다.
- "내가 나 자신을 반복해서 흉내 낼 것라고 기대하지 말라-그는 자기 부정, 자기파괴에 익숙한 위대한 딜리터였다.
이렇게 오래된 미술관행을 버리고 자신의 스타일마저 계속 부정한 결과 피카소는 회화 조각 판화 소묘 스케치 등 다양한 분야에 무려 5만점이란 경이로운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엄청난 광폭의 딜리트가 빚어 낸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청색시대(대표작품 '인생')로 시작했다가 곧 장미빛 시대('공 위의 곡예사')로 컬러를 딜리트했고, 원근법을 없애 입체주의('아비뇽의 처녀들')를 도래시켰고, 최초로 콜라주 기법('등나무 의자가 있는 정물)을 썼고 나중에는 신고전주의 작품('안락의자에 앉은 올가', '해변을 달리는 두 여인')도 내놓았다. 그 이후에는 초현실주의(‘세 무용수’)작품도 발표했다. 평생 전통과 관습을 딜리트하고, 자신의 스타일마저 계속'딜리트'한 결과, 피카소는 현대미술의 대표로 군림하며 어디에서나 그의 작품들이 열렬히 사랑받고 있다.
이 책에서 나의 관심을 끈 또 다른 분야는 패션이다. '햅번 스타일'과 '샤넬 스타일', 둘다 덜어내고 잘라내어 히트했고, 지금까지도(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로마의 휴일>의 컷오프한 헤어스타일,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아무런 장식도 없는 블랙드레스 - 이 영화들과 촬영지들 그리고 오드리 햅번이라는 사람까지도 '영원성'을 띄게 만든 '딜리트'의 힘이다. 샤넬도 과감하게 옷의 길이를 잘라내고 장식을 덜어낸 '딜리터'로 명성을 날렸고, 아직도 파리의 '깜봉가'에 있는 샤넬본점은 영원한 성지가 되었다.
이렇게 동서고금을 오가는 수많은 분량의 '딜리트의 성과'를 대하다 보면, 빨리 알고 싶다. 과연 이 책이 말해줄까 기대 반 의심 반하게 된다. 이 정도의 사례들이라면 누구나 '딜리트해야만 한다'에 동의할 것이다. 딜리트해서 창조의 역사를 쓰기 싫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문제는, 방법이다. 어떻게 하면 이 성공사례들의 주인공들 말고, 바로 나 자신이 '딜리트delete'를 잘 하는 '딜리터deleter'가 될 수 있는지, 그 방법 말이다. 모든 자기계발서나 창업-영업-경영 지침서들이 끝내 속시원하게 말해주지 않는 (말해주지 못하는), 그러나 읽는 이는 가장 절실하게 구하는 '방법'말이다!
EBS가 어떤 식으로 딜리트하여 성공적인 다큐멘터리를 기획,제작하는지 자세하게 과정을 알려준다. '동경하는 대로 보이고 결정된다'는 말은 추상적이고 낭만적인 것 같지만, 뭔가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낳는 매우 실용적인 출발점이다. '일부러 애써 딜리트하라'는 명제 역시, 아이디어나 영감은 갑자기 떠 오르는 '천재의 전유물'이 아니라, '부단한 의도적 노력'의 결과임을 상기시킨다. 더 구체적인 방법으로 '지금 여기'를 떠나라 한다.
"'지금 이곳'이 곧 감옥이다. 피할 수 없다. 정교한 규정과 공간이 사람을 통제하므로 생각도 거기에 머무를 수박에 없다(---)이처럼 벗어날 수 없는 다층적인 유형-무형의 감옥이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가둔다(---) 그러다 보면 '지금 여기'의 노예가 되기 쉽다. 상황과 환경, 특정 역할에 몰입하기를 강요당한 노예말이다. "
'지금 이곳'을 떠나야, 즉 '지금 여기'를 딜리트하여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한다. 마치 '폐허'처럼 지금껏 삶의 질서 및 방식이 사라진 새로운 장場으로 들어서야, 상상과 창조의 기운이 가득한 딜리트가 작동한다. 저자가 적극 권하는 딜리트의 가장 효과적인 기술은 '여행'이다.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의 기술』에서 19세기의 대단한 인물로 언급한 '알렉산더 홈 볼트', 진화론을 탄생시킨 '찰스디윈', 피카소, 고흐,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등 전지입지적 인물들 모두의 공통점은 '여행'이었다. 저자도 여행을 많이 다닌다 한다.
"'지금 여기'를 딜리트하는 여행은 모든 걸 바꾸어 놓는다. 여행은 혁명을 위한 조용한 예비과정이자, 헌 사상 대신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고 훈련시키는 시험의 시간이다. 막히면 떠나자!"
몸이 떠나는 여행이 안 된다면 마음으로 가는 상상의 여행이 있다.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가 가택연금을 당한 채 써 낸 『한밤중, 내 방 여행하는 법』『내 방 여행하는 법』이 증명한다. 저자의 아침저녁으로의 산책도 산 증거이다. 이도 저도 다 싫거나 실행이 어려우면 '독서'하면 된다. (독서도 싫으면? 딜리트따위는 생각도 말고 ‘지금 여기’서 뭉개고 있으면 된다.행복은 남의 일이라 여기면서)
“책 속으로 여행은 그 어느 여행보다도 현실을 딜리트하게 하고 스스로를 성찰하게한다.(---) 독서는 여행의 메커니즘과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책에서 만나는 사람, 사물, 사태, 사건, 이야기를 여행에서도 만나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책을 읽는 사람은 매일 여행하는 사람과 같다.”
이제 이 방대한 책과 나의 긴 리뷰를 정리해보자. 살아남기 위해서를 넘어, 잘 살아가기 위해 '딜리트'는 꼭 필요하다. 과잉의 시대를 사느라 과부화로 고단해진 인생과 결별하자. '풍요로운 영혼'을 지니고 성과로도 뒤지지 않는 (오히려 눈부신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은) 바람직한 삶, '단순한' 삶을 살자. 덜고 덜어내어 '딜리트'하며, '딜리트’를 잘 하기 위해 이미 판명된 딜리트 사례들을 통해 배우고 몸소 '딜리트'를 일상속에서 의도해야 한다. 일부러 결핍을, 결손을, 부족함을, 모자람을 시도해야 한다. 생각이 마음껏 자유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상상, 산책, 독서 및 '지금 여기'를 완전히 딜리트하는 여행을 하자.
저자가 수년간 수많은 사례들을 정밀하게 분석,연구하여 발견한 '딜리트의 질서정연한 패턴'을 이 책 한권으로 ‘터득’할 수는 없다. 이 책 한권만 읽고 단번에 따라할 수도 없다. 책을 읽어서 딜리트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난 것 자체는 유리한 출발임에 틀림없다. 딜리트를 실행하여 이미 유명해진 타인들과 역시 딜리트를 멋지게 적용하여 성공한 저자의 경험을 계속 들춰보며 '나만의 딜리트'를 일구어야 한다. 딜리트를 ‘애써’ 기억하고 ‘일부러’ 몸소 실행하려고 애쓰다 보면 불필요한 것을 가려내는 눈이 생길 것이고, 없애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실행력에 속도가 더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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