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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8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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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21.57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1.1만자, 약 3.6만 단어, A4 약 70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64451159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16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몇 년 전에 『데미안』을 읽었을 때는 인간의 성격이 형성되는 십대의 나이에 누군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생각이 바뀐 건 아니지만 그때 읽었던 것과 조금 다른 이유는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나이가 들어서라는 것이다. 그 나이 때는 그게 어떤 건지 느끼지 못한다. 훗날 시간이 많이 흐른 뒤 과거의 시간을 돌아 보았을 때에야 느낄 수 있다는 거다. 소설 속 싱클레어도 사십 대가 되어서야 과거의 시간 즉 데미안을 떠올렸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헤르만 헤세 또한 어느 정도의 삶을 산 뒤 사십 대의 나이에 이 책을 썼던 것처럼.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살아간다. 어떤 삶을 살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시기에서부터 우리의 삶의 방향은 우리가 때로 의도하지 않았던 삶으로 향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우리가 꿈꾸었던 대로 향하기도 한다. 만약 열 살의 싱클레이어 데미안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싱클레어는 프란츠 크로머에게 당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휘둘리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마치 싱클레어가 느끼고 있는 것들을 알아채듯 그에게 도움을 주고 많은 생각과 질문을 던져준 데미안이 있었기에 다시금 데미안을 그리워했는지도 모른다.
자아성찰을 주로 말했던 헤르만 헤세 답게 『초판본 데미안』은 인간 본연의 모습, 즉 나를 들여다보고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길이 어떤 것인지를 묻는다. 끊임없이 묻고 또 물어 본연의 나를 만나는 시간. 그 시간은 짧지 않다. 구도의 삶을 사는 인간들처럼 다른 사람의 말 보다는 자기의 생각이 중요하다.
저마다의 삶은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길이다. 시도하는 길이자, 좁고 긴 길이다. 지금껏 누구도 완전하고 온전하게 자기 자신에 이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누구나 그 길의 끝까지 가려고 애쓴다. 어두워서 더듬거리며 걷는 이도 있고, 환한 길을 성큼성큼 가는 이도 있고, 저마다 나름의 최선을 다한다. (8페이지)
술을 마시며 방탕의 삶을 살 때 우연히 만난 여자를 베아트리체라 이름 붙이고 그림을 그리며 꿈 속에서 만나다보니 어느새 친숙하게 여긴 인물로 변해 있었다. 키가 크고 소년 같은 베아트리체의 모습은 데미안의 모습과 일치했다. 싱클레어가 누구를 그리워했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나는 내 세계, 선하고 행복하고 근심 없는 삶의 과거가 되어 내게서 멀어져 가는 것을 얼어붙은 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바깥 세계, 어둡고 이질적인 세계에 붙들려서 새로운 뿌리를 내려가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난생 처음 죽음을 맛보았다. 쓰디쓴 맛이었다. 죽음은 탄생이자, 두려운 새 삶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기 때문이다. (28페이지)
육 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던 듯 한데, 그때는 싱클레어가 느끼는 많은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저 느꼈다고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시간이 흘러 다시 읽는 『데미안』은 본래 헤르만 헤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때는 아직 읽을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고 말해도 될까. 마치 헤르만 헤세가 나이가 들어 이 책을 썼던 것처럼 나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고보면 책이라는 건 읽을 때마다 감정의 결이 다르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123페이지)
『데미안』 하면 생각나는 가장 유명한 문장이다. 헤르만 헤세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이 문장에 있고, 싱클레어가 그토록 방황하던 이유도 이것에 있다.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는 아브락삭스라는 단어에 눈이 멀어 그 의미를 찾고자 했다. 그것만 찾으면 이 소설이 가진 주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듯 했다. 몇 년이 지난 이제서야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듯하다.
구원을 향하는 자들은 고통과 방황의 시간을 겪기 마련이다. 어느 누구와도 진실된 마음을 나눌 수 없으며 누군가에게 자신의 진심을 말하고 싶은 때, 현재의 삶에서 뛰쳐 나와 다른 삶을 사는 계기기 필요하다. 마치 알을 깨고 나오듯 새로운 세계가 필요한 법이다.
싱클레어가 그토록 꿈 속의 인물을 찾고 그리워했던 시간은 고통스럽지만은 않았다. 새롭게 태어나기 전까지 그를 인도했던 사람과의 만남도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기억들이었다. 내적인 자신을 만나는 것. 즉 자아를 찾기 까지의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묻는다. 지금 어떤 삶을 사느냐고. 어떤 생각들을 하느냐고. 수많은 질문들 속에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질문은 끝이 없는 법이다. 여전히 내가 나에게 질문하는 것처럼.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덧. 이 책은 헤르만 헤세 탄생 140주년을 기념하는 패브릭 양장본이며, 헤르만 헤세가 에밀 싱클레어라는 이름으로 출판한 1919년 오리지날 초판본 디자인을 가져왔다. 그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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