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디자인이 예뻐서 책을 받았을 때 값진 선물을 받는 기분이었다. 하드커버지만 책을 보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창의적인 작업을 세상에 없는 엉뚱하고 기발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진정한 창의는 ‘더 높은’, ‘초월한’의 뜻을 나타내는 ‘메타’의 개념에서부터 시작된다. 영역의 구분 없이 본질을 살필 수 있는 시각과 논리에서 진정한 창의는 발현된다. 한글을 수식하는 창의성과 독창성의 진정한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낯선 한글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유가 여기서 설명이 된다. 한글은 매우 익숙하지만 낯설게 보고 관찰하면 몰랐던 사실뿐만 아니라 더 높고 초월한 발견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글의 패턴에서 프렉털을 연결시킨 부분에서 저자의 창의력과 지식의 연결성에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프렉털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차원을 논하려면 수학쪽으로 약간 깊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뛰어넘은 것 같고(이 부분은 만델브로트가 들려주는 프렉털 이야기-오혜정-자음과 모음을 강추함) 자기유사성과 순환성에서 비약이 있었지만 한글과 프렉털을 연결해 보는 시도는 좋았다.

한글을 가지고 그림을 만들고 음악을 만드는 것에 대해 새로 알게 되었다. 존 케이지 작곡의 ‘4분 33초’의 악보에 ‘Tacit’에서 비롯된 태싯 그룹의 Drumming을 QR코드를 이용해 음악도 감상해 보았다.

혁명에 관해 얼마 전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를 보고 너무 멋진 답변이라 생각했는데, 그 이전에 출판된 이 책에서 블록체인에 관해 설명하며 사용한 혁명에 대한 언급을 보니 너무 반가웠다.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5p4VMgrqBxk

‘혁명’의 사전적 정의는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을 의미한다. 어떻게 아직 갈 길이 먼 신기술에 이데올로기를 대표하는 단어닌 ‘혁명’이라는 단어가 사용될 수 있었을까?...중략...

당시 신분이 천한 백성들은 억울한 일을 당하여도 문자를 모르기에 모든 것을 직접 이야기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한글은 이런 이들에게 직접 말하지 안고도 문자를 통해 제 뜻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전달할 수 있도록 익명성을 모장하는 p2p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였다. 말이 곧 글이 되는 쉽고 효율적이며 탈중앙화된 문자를 백성 개개인의 삶 속에 분권시킨 것이 바로 한글이다. 국가의 진정한 권력과 힘은 통치자가 아닌 백성으로부터 나온다 여겼다. 세종이 한글을 통해 이루고자 한 혁명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저자의 표현이 너무 멋졌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상을 수상하며 수상소감으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인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를 가슴에 새겼다고 했는데, 나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한국이 문화 컨텐츠가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보면 내 생각이 맞다는 확신이 든다. 어쩌면 보편적 코드가 존재하는 표준화의 시대, 다양성 소멸의 시대에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은 오래전에 만들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글의 우수성이 인정된다. 외국인이 소리 나는 대로 한글을 쓸 수 있는 것을 볼 때마다(유튜브: 올리버쌤, 미국인 엄마에게 음식을 소개하며 화이트보드에 써 보라고 함, 신기하게도 잘 받아쓰심), 세종대왕이 의도했던 배우기 쉽고 하루만에도 배울 수 있어야 하는 문자임에 틀림없다. 그런 글을 창조했다는 것이 새삼 놀랍고, 고맙다.  

이 책을 통해 고마움을 잊고 사는 공기처럼 한글의 고마움을 처음으로 깊숙하게 느꼈으며 한글의 우수성과 미래지향적 가치를 위한 시도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10Key Digital Caligraphy가 참 예쁘다.   

<이해하기 힘든 부분>

10키 다지털 캘리그라피에서 8과 조합하여 구 모양을 형성하려면 공백을 포함한 9, 즉 09가 있어야 하는 것 같은데, 8은 공백이 없어도 되는데 9는 왜 공백이 있어야 하는지 189쪽의 그림이 좀 아쉽다.

 

 

 

<오타? 수정할 부분>

41쪽 <모음자 체계 개념도>에서 오른쪽 상단에 있는 모음의 위치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왼쪽 상단에 있는 모음은 없애야 할 것 같다. 규칙에도 맞지 않으며 40쪽에서 41쪽까지 연결하여 설명된 모음에 존재하지 않는 글자이다.  

 

187쪽 이모티콘에 대한 설명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모티콘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엄밀하게 이모티콘은 컴퓨터 키보드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표현의 기호이고, 그림으로 감정표현이나 표정을 대신하는 것은 그림(에)+문자(모지)로 이루어진 합성어, ‘이모지’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일본에서 만들기 시작하고 이후 애플이나 구글에서 발전시켜 전세계로 확산된 것이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이모지'라고 부른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