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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9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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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8쪽 | 350g | 152*195*14mm |
ISBN13 | 9791188806096 |
ISBN10 | 11888060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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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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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좋은 날, 바람이 좋은 날 밖으로 나간다. 멀리 갈 수는 없고 아파트 마당이라도 걷고 싶어서. 다행히 조경에 신경을 많이 쓴 편이라 아파트 마당에는 많은 꽃과 나무들이 있고 산책하기에 좋다. 치자꽃이 필 때는 치자꽃 향기에 발을 멈추고 꽃을 들여다본다. 요즘은 만리향을 올려다 보느라 자주 멈추고 있다. 모과가 달려 있을 때는 한 알 따고 싶은 마음과 싸워야한다. 아름다운 꽃, 나무와 함께 하는 시간은 나에게 좋은 기운을 한껏 보태준다. 그런 나무 이야기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책을 받고 저자가 경남 창녕의 우포늪에서 자연환경해설사로 일하고 있으며 , 우포늪을 좋아해서 <우포늪>이란 시집도 쓰고, 생태에세이도 쓴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포늪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일까 생각했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유일하게 우포늪을 이루고 있는 늪 중에서 목포늪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우포늪의 나무벌(목포늪)은 나무가 많아서 생긴 이름이다. 왕버들 군락을 비롯한 느릅나무, 참느릅나무, 뽕나무, 이태리포플러,은사시나무가 이른 봄부터 멋진 풍경을 만든다.특히 오아버들은 태풍에 쓰러지 후에도 줄기에서 새 가지가 나와 특별한 삶을 사는데 노동마을 앞의 나무들이 그랬다. -p 129
식물학적인 정보를 담은 책들도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었다. 나무의 생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무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과 함께 소중한 기억, 추억들을 들려주고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그랬었지라며 맞장구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새삼 나에게 나무에 얽힌 기억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기에 가능한 추억들이다.
쌍계사 가는 길에는 십리 벚꽃길이 있다. 벛꽃 피는 계절이 되면 친척들이 우리집으로 몰려왔었다.어른들과 함께 흐드러지게 핀 벚꽃길을 걸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저자도 엄마와 함께 밭을 오가며 잘 익은 버찌도 따먹고 벚나무 아래 벤치에서 쉬기도 했던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이 세상에 아름다운 길과 나무가 참으로 많지만 내게는 우리 동네 벚꽃 피는 길이 가장 아름다웠다. 벚꽃 떨어질 때 그 길 걸어가던 엄마의 뒷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p 15
마냥 즐겁기만 한 모습에 동조하는 마음이었는데,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이 서늘해졌다. 십리 벚꽃길에서 엄마가 환하게 웃고 있던 모습과 현재의 엄마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엄마의 얼굴에 웃음을 가득 안겨줄 수 있도록 더 잘해야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후에는 엄마가 좋아하시는 잡채를 만들어 엄마 보러 가려고 한다.
어릴때 할머니 댁에 가면 닥나무를 삶아서 껍질을 벗기곤 했었다. 푹 삶아서 껍질을 벗기면 어찌나 매끈하게 잘 일어나는지 너무 재밌어서 하지말라고 해도 끝까지 했었다. 닥나무는 종이를 만드는 나무인데, 꽃을 본 기억은 나지 않았다. 한국화를 전공했다는 장서윤씨의 그림으로 닥나무 꽃을 만날 수 있었다. 이렇듯 소개하고 있는 식물들의 모습들을 예쁜 그림들로 모두 담아두고 있어서 읽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닥나무꽃을 예쁘다,아름답다고 하는 이는 드물다. 혹시 닥나무는 암수한그루여서 유혹하는 노력을 덜한 것일까, 하는 생각은 사람인 내가 편견에 찬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지 결코 나무를 놀리려는 것은 아니다. 닥나무가 누군가를 불러들일 궁리를 하지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에게는 훌륭하고 멋있고 아름다운 선물을 안겼다. 나는 인류가 종이를 만들고 그 재료를 나무에서 가져온다는 것이 늘 신기하고 놀랍다. - p 118
사람이 제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자연의 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님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와 함께 자연이 주는 선물도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집 옆에 큰 감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그 나무 밑에는 누가 일부러 가져다 놓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커다랗고 넓다란 바위가 있었다. 그 위에 앉아서 하얀 감나무 꽃으로 목걸이를 만들면서 놀았었다. 여름에는 수박을 먹으면서 더위를 식히는 곳이기도 했고. 감꽃을 줍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개울을 건너 친구들과 건너마을로 가는 그녀의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났다.
까치밥으로 남겨 둔 마지막 감 하나도 먹고 싶어 목 아프게 올려다보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저 따 가라고 해도 시큰둥하다. 겨울날 잎은 다 떨어지고 빨간 감만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밭을 지날 때면 눈도 시리고 마음도 시리다. 감나무는 더 아플 것이다. -p 179
세월이 흐르면 많은 것들이 변할 수 밖에 없지만, 때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도 있는법. 감나무도 아프겠지만 아마 자연의 섭리니 어쩔 수 없다 생각하지 않을까?
이 책은 가을, 겨울의 냄새가 났다. 화사한 봄꽃인 진달래, 목련, 벚꽃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아마 저자가 살아오면서 만났던 나무들에 대한 추억이 가득 담겨 있어서이지 않을까? 그 생명체들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이런 추억들도 건져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의 그런 마음 덕분에 내가 알지 못하고 있던 식물들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는 것도 물론 유익했지만, 나에게는 어릴 때의 추억 한가운데로 데려갔던 책이어서 더 의미가 있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가보고 오랜 시간이 지난 터라 이 책을 읽으면서 우포늪에도 다녀왔다. 이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가을날 우포늪을 만나러 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텐데, 이렇게 책으로 인해 의외의 일을 하게 되는 상황들도 책을 만나는 즐거움일 것이다. 내가 읽고 있는 책들이 닥나무로 만든 종이로 만들어지진 않았겠지만 가끔은 책장을 넘기며 닥나무를 만졌던 그 느낌을 떠올릴듯도 하다.
< 어제 산책길에서 만났던 열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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