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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2년 10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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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2쪽 | 462g | 140*210*20mm |
ISBN13 | 9788932471983 |
ISBN10 | 89324719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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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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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괴짜 생물 이야기
권오길
을유문화사/2015.10.10.
sanbaram
무엇보다 사물을 자세히 보고 싶으면 시를 쓰라 했다. 그만큼 시인의 눈과 마음은 남다르다. 글짓기도 다르지 않아서 늘 ‘왜?’라는 궁금증에 호기심이 따른다. 어린이는 호기심 덩어리다. 그래서 동심 없이는 과학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이렇게 시인, 어린이, 과학자, 생물에 관한 글쓰기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다. <권오길의 괴짜생물 이야기>의 저자는 서울대학교 생물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수도여고, 경기고교, 서울사대부고 교사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생물의 죽살이>, <하늘을 나는 달팽이> 등 다수가 있다.
<권오길의 괴짜생물 이야기>는 ‘교수신문’에 ‘권오길의 세상 읽기 사람 읽기’란 제목으로 근 삼년간 연재된 것과 새로 쓴 것을 모아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많이 읽었으면 싶어 엮은 것이라 한다. 크게 보아 인체, 동물, 식물, 미생물로 나눠져 있는데, 구수하고 재미있게 단숨에 술술 읽힌다. 모두 6개의 주제로 되었다. 내 몸을 이루는 모든 생명들/ 이 땅의 기이하고 매력적인 동료들/ 우리 주위의 재미난 이웃들/ 산과 들에 퍼져 있는 말없는 친구들/ 묵묵히 한구석에 자리한 생존의 달인들/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존재들. 등이다.
내 몸을 이루는 생명들에서는 우리 몸에 대한 것들을 재밌게 풀어 놓는다. 사람은 모두 평발로 태어난다든지 염색체나 노화에 관한 것을 비롯해, 적혈구의 시체가 똥오줌의 색깔을 결정한다. 만능세포인 줄기세포나 무덤까지 가는 문신 등을 재밌게 설명한다. 예로 손톱은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한다. 손톱은 게라틴 단백질이 굳어서 된 반투명한 물체로 하루에 약 0.1밀리미터 자라며 두께는 여자가 0.5밀리미터 남자는 0.6밀리미터가 된다. 색깔이 분홍색인 이유는 손톱바닥에 흐르는 피가 비친 색이며, 반달모양의 속손톱이 흰 것은 다 자란 손톱보다 두께가 3배나 되어 피가 비치지 않기 때문이란다. “손톱은 슬플 때마다 돋고 발톱은 기쁠 때마다 돋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슬픈 일이 기쁜 일보다 많이 생긴다는 말일 것이다.
이 땅의 기이하고 매력적인 동료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은 없어진 빈대나 벼룩에 대한 이야기부터, 파리와 반딧불이 및 거머리와 개미귀신까지 재밌게 설명한다. 파리가 천장이나 매끈한 유리창에 찰싹 붙는 것은 다리 끝에 ‘며느리발톱’이라는 예리한 발톱(넙적 돌기)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현미경으로 보면 거기에는 수많은 센털이 나 있는데 그 털을 천장의 종이나 나무, 유리 틈 사이에 끼어서 꽉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리 끝에 빨판 같은 것은 없단다. 또, 모래밭에 깔때기 모양의 집을 짓고 사는 개미귀신은 명주잠자리의 애벌레다. 이 구덩이를 ‘개미지옥’이라고 하는데, 개미귀신은 항문이 없어 자라면서 생긴 배설물을 내내 한가득 모아뒀다가 마지막 번데기시기에 몽땅 쏟아버린다고 한다.
우리 주위의 재미난 이웃들에서는 개구리, 올빼미, 송골매, 박쥐, 청솔모, 쥐, 노루와 고라니 등은 물론, 지금은 멸종위기에 처한 호랑이까지 여러 동물들의 재미난 면을 소개하고 있다. 개구리들은 종류에 따라 월동방법을 달리한다고 한다. 물개구리 무리는 잘 얼지 않는 냇물에서, 참개구리는 따스한 들쥐 굴속에 떼를 지어 겨울을 보내는데, 바보 같은 청개구리는 가랑잎 사이에 헐벗은 몸을 파묻어 시체나 다름없이 꽁꽁 얼어붙어 월동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해삼은 잡아먹힐 지경이 되면 내장을 항문으로 확 쏟아 버리는 자해를 서슴치 않는다. 그런데 속을 다 빼 주고 살아남은 해삼은 내장을 새롭게 재생한다니 모질고 질긴 생명력을 지녔다.
“서양에서 올빼미는 학문과 지혜의 상징이다.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상징하는 새가 바로 올빼미다. 어떻게 올빼미가 지혜의 상징이 됐을까? 그것은 머리가 크고 둥근 얼굴에 양쪽 눈이 사람처럼 정면으로 향해 있고, 중앙에 세로로 내리 달린 부리는 꼭 사람 얼굴의 콧대 같으며, 얼굴의 둘레에 난 희끗희끗한 털은 지혜가 가득 찬 노인의 모습 같기 때문이다. 서양에선 가는 곳마다 학교나 도서관, 서점에 올빼미 간판이 우뚝 서있고 선물 가게 어디에서나 올빼미 장난감이 수두룩하다.(p.130)”
산과들에 퍼져 있는 말없는 친구들에서는 고사리, 겨우살이, 진달래, 귀화식물 살살이꽃, 동백꽃, 고추, 감자, 목화, 완두콩 등 식물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울러, 묵묵히 한구석에 자리한 생존의 달인들에서는 칡과 등나무의 싸움, 대나무의 신비, 감나무와 고욤나무, 식물들의 전쟁에서 생기는 타감물질, 미기후를 이용하는 지혜 등 식물의 생태 및 단풍에 대한 과학적 설명으로 이해를 돕는다.
타감 물질에 대한 설명을 보자 “식물이나 세균, 조류, 곰팡이는 하나같이 나름대로 다른 종에 해로운 물질을 분비하여 그것들의 생장, 발생, 생존을 못하게 구니 이를 타감 작용(他感作用)이라 하고 영어로는 알레로파시(allelopathy, allele는 ‘서로’, pathy는 ‘고통’)라 부른다. 그리고 그 때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타감물질(allelopathic substance)이라 한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듯이 공격적인 외국 식물 따위가 아주 모질고 독한 타감 물질을 분비하여 재래종을 내쫓는 것도 그 한 예이다.(p.217)” 우리가 울창한 숲에서 삼림욕을 하면 공기 중에 은은하게 퍼져 있는 피톤치드라는 화학 물질 탓에 몸에 좋다고 한다. 그것은 숲의 나무가 뿜어낸 것이며, 각종 곰팡이나 세균을 죽이는 항균물질 즉, 타감 물질로 자기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겨울이 되면 양지바른 밭두렁에 시푸르죽죽 검붉은 색을 한 핼쓱한 냉이, 민들레, 고들빼기들도 이 미기후를 애써 이용하느라 하나같이 땅바닥에 바싹 웅크린다. 납작한 이파리를 땅바닥에 바짝 달라 붙여, 아래 큰 잎과 위의 작은 잎을 엇갈리게 켜켜이 포개 장미 꽃송이처럼 둥글게 동심원으로 싸고도는데 이런 모양을 로제트형이라고 한다. 태양열과 지열을 한껏 얻어 쓰겠다는 심사다.(p.221)”
“왜 꽃들은 색깔이 그리도 다양할까 바로 꽃잎 세포에 있는 안토시아닌 때문이다. 과일에도 많이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은 항산화 물질이라고 칭송받는데 산성에서는 붉은 계통의 색을 발하고 알칼리성에선 푸른 쪽의 빛깔을 내는데, 그 성질이 화학 실험에 쓰는 리트머스를 빼닮았다. 중성에서는 파랑과 빨강이 겹친 자주색을 띤다. 다시 말하면, 진달래나 철쭉꽃이 붉은 것은 식물이 산성인 탓이고, 제비꽃이나 붓꽃 등이 보라색인 것은 알카리성이기 때문이다. (p.237)”
“애기똥풀이나 개나리가 노란 것은 카로티노이드 계통의 색소가 듬뿍 든 탓이다. 새하얀 목련화나 배꽃의 경우에는 안토시아닌도 카로티노이드도 들어 있지 않다. 대신 이들 꽃잎의 세포 틈새에는 공기가 들어 있어서 그것이 햇빛을 받아 난반사하여 희게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겨울 눈송이나 흰 머리카락은 물론 꽃 색 하나에도 화학과 물리학이 들어 있다. 어쨌거나 꽃잎의 수도 외떡잎식물은 3의 배수이고 쌍떡잎식물은 4와 5의 배수로 규칙적이지 않은가. (p.238)”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존재들에서는 김치와 장류 등 식품으로 쓰이는 물질에 대한 것이나 공생하는 동식물에 대한 것들을 다룬다. “고추장이나 깍두기, 동치미, 김장 등을 할 때 왜 찹쌀이나 멥쌀, 밀가루로 풀을 쑤어 넣는 것일까? 이것들은 바로 세균들이 먹고 번식(발효)할 먹잇감(배지)인 것이다. 푸성귀나 다른 양념에 든 양분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니 먹을거리를 이런 식으로 보충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보통 미생물들은 짠 소금에 죽어 버리지만 염분에 끄덕 않는 내염성 세군인 유산균은 남아서 김치를 익힌다. 김치를 힘들게 눌러 담는 이유는 김치에 사는 유산균들이 산소가 있으면 되레 죽어 버리는 혐기성 세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기(산소)를 다 빼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p.247)”
인간들은 잠시라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생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몸을 지탱하게 해주는 수많은 미생물부터, 우리 주변에 함께 살아가는 생물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목숨을 유지시켜주는 음식물까지, 우리는 커다란 자연생태계의 일부분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너무 일방적인 자기 생각만으로 오히려 불행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생태계의 중요성을 인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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