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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10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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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74g | 142*200*19mm |
ISBN13 | 9788958721673 |
ISBN10 | 89587216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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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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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하면서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는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거나 또는 출장을 가면 가장 먼저 그 주변을 직접 발로 누비면서 살펴보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혹자는 그렇게 자주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무슨 재미가 있느냐고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질 법한 그러한 소소한 풍경마저도 나에게는 여행지에서 느끼는 그것만큼이나 새롭고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그 일상의 풍경이 같아 보이지만, 그때마다 그곳을 맴도는 소리 또는 바람, 냄새 등이 시시각각 달라지니 날마다 새로움을 느낀다면 다소 과장된 생각일까? 그 모습이 일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계절에 따른 변화로 인하여 그 일상의 모습들은 단 한번도 같은 적이 없었다는 점은 누구라도 공감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울긋불긋한 아파트 내부의 이런 모습도 봄과 여름, 겨울에는 또 그 모습을 다른 모습을 보여줄테니까.
오랜 기억 속에 묻힌 도시와 주고받은 감각이 자극되면 몸이 기억하는 고유한 도시만의 색깔이 드러난다는 [눈 감고, 도시]의 서문의 내용은 내가 왜 날마다 자주 접하는 풍경에서 형용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는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의 내용을 음미하면서 또 반복하여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순간 주위의 모든 것은 물론 여행마저도 누군가의 후기를 참고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네 근처의 천변을 걷다 보면 분명 그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너무나 단순하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언제 산책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하늘의 풍경이라든지 바람에 일렁이는 변화무쌍한 물결의 모습, 또 그에 따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그 도시만의 특유한 매력은 개인의 다양한 감각에 의한 교감으로 새롭게 정의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중략) 다양한 감각을 지닌 도시를 이제까지 주로 시각을 통해 받아들였다. 그러나 시각은 도시의 살아 있는 모습을 느끼게 하는 전부가 아니다. 직접 그 도시를 방문하지 않아도 우리는 얼마든지 사진이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도시의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도시에 대한 진실한 경험을 만드는 것은 후각, 청각, 촉각, 미각이다.
- p. 6 中에서 -
우리는 보여지는 것에서 무한한 매력을 느끼며 동시에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된다. 이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그간 시각을 즉각적인 일차적 감각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 여기에 더하여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도 꽤 인기를 끌고 있으니 도시를 즐기는 매력에 미각도 꽤 각광을 받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시각에 의존하여 도시의 매력을 찾곤 하였다. 따라서 [눈 감고, 도시]는 기존의 시각 중심으로 도시의 매력을 찾고 또 이해하는 과정에서 벗어나서 다른 4개의 감각인 후각, 청각, 촉각, 미각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4개의 감각은 시각에 압도되던 도시의 느낌과 진실의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살펴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령 프랑스 파리의 고급 주택가와 빈민가의 구역 형성이 파리를 뒤덮는 오물 냄새를 회피하기 위하여 부유층은 바람으로 인하여 냄새가 덜한 지역에 주택가를 조성하였고, 이외의 지역은 빈민가가 들어설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두 계층의 주거지역에 대한 시각적인 차이만을 느꼈던 우리로서는 후각을 통하여 도시의 배치 이유를 알 수 있게 되는 부분이다. 청각 역시 오늘의 도시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방음 차단막이라든지 분수대 및 광장 배치에 밀접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은 4개의 감각을 곧바로 정서적인 감정으로 연결하기에 앞서 보다 과학적으로 이들 감각의 효과를 설명하면서 이것이 어떻게 도시의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 도움이 된다.
유리와 콘크리트로 채워진 고층 건물에서는 매끈한 건물 벽에 반사되어 날카롭고 울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자연 재료인 돌이나 흙 벽, 목재 건물로 채워진 도시에서는 재료의 미세한 구멍으로 음의 파동이 흡수되어 같은 소리도 훨씬 부드럽게 전달한다.
- p. 77 中에서 -
청각과 관련하여 도시에서 들리는 각종 소리 중에서 분수대 및 가로수에 대하여 설명하는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언뜻 시각적인 효과 또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 청량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처럼 보여지지만, 여기에 더하여 바로 청각적인 효과를 위함이라는 부분은 도심 속의 분수대라든지 작은 하천, 가로수를 또 다른 의미로 바라보게 하고 있다. 즉, 도심 속에서 물소리 또는 나뭇잎이 일렁이는 자연의 소리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소리로 가득한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피로도를 낮추기 위해 백색 소음으로 소음을 감춘다. 분수 소리나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와 같은 백색 소음은 사람들이 자연의 소리를 편하게 느끼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 p. 113 中에서 -
물론 모든 자연의 소리가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다. 한여름밤의 매미 소리는 왠만한 도시의 소음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오로지 지나친 인간의 이기심일 뿐이다. 그들의 공간인 나무들을 베어내고, 또는 그 근처로 뒤늦게 도시를 건설한 인간이 오히려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내가 사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 나무에서 열심히 울던 매미의 존재는 불청객보다는 연민의 대상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감각 중에서 도시의 피부를 느낄 수 있다는 촉각에 대한 설명은 꽤 낯선 느낌이 든다. 촉각이라 하면 직접 손으로 만지는 것을 가장 먼저 떠올리니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눈으로 보여지는 질감을 꼭 만지지 않더라도 거기에서 느껴지는 감촉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면 이 역시 그동안 미처 느끼지 못한 도시 또는 풍경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낮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전통 마을이나 처마가 이마에 닿을 듯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익선동의 좁은 골목에서 따뜻함을 느끼는 것도 비슷하다. 이러한 공간들은 대부분 매끈하고 세련한 콘크리트나 철이 아닌 흙 담장이나 기와, 나무 대들보와 창틀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 재료는 우리에게 도시에서 따뜻한 느낌을 전해준다.
- p. 206 中에서 -
저자의 이러한 설명에 해당하는 모습을 이제는 여간해서 찾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공되지 않은 유럽의 시골 마을에 낭만을 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비록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지만, 그래도 최근 내가 방문한 영주의 선비촌의 모습은 저자의 설명과 딱 들어맞아서인지 반가운 마음에 그 모습들을 고이 간직하게 된다.
(황토흙, 볏짚, 나무, 꽃들로 이루어진 담장들과 낮은 처마의 지붕들)
(나무와 같은 자연 재료로 구성된 옛스러움에서 가을의 따사로움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최근 맛을 찾아 떠나는 도시 여행이 많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저자가 말하는 도시의 맛을 느끼는 내용들은 꽤 익숙하다. 미슐랭 가이드에 기재된 식당들을 찾아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전세계의 구석구석을 누빌 수 있으며, 또한 국내에서도 맛집 탐방을 하는 것이 이제는 식상하다고 느껴질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미각은 맛으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오랜 기억과 느낌을 고스란히 가둬두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대찌개가 주한미군 병영에서 남은 식재료를 활용하여 만든 음식임을 이해한다면 그 부대찌개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의정부가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완전히 도시적인 모습으로 거듭남에도 불구하고 부대찌개의 맛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예전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이는 누구나 갖고 있는 음식에 대한 추억이 결코 그 맛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과 함께 한 주위의 모습과 상황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에게는 고추장과 된장, 간장에서 그러한 것을 느낀다. 요즈음에는 간편하게 구입하여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어머니께서 집에서 손수 이러한 것들을 담으면 그것을 온가족이 항아리에 담아서 집 옥상의 장독대에 올려놓던 시절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연히 보게 된 장독대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눈 감고, 도시]는 시각에 가려졌던 후각, 청각, 촉각, 미각을 통한 도시의 매력을 느끼고, 또 그것을 기억하는 것에 대한 책이다. 평소 막연하게나마 그와 유사한 방법으로 여행 또는 일상의 모습을 느꼈던 나로서는 이 책을 통하여 그러한 점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어서 좋았다. 더구나 이 책을 읽고 떠난 여행에서 확실히 이전과는 달리 보이는 것 이외에도 다른 감각도 염두에 두고 살펴보고 또 느껴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을 통하여 저자의 생각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단풍을 감상하면서 가을의 기운을 느꼈던 이전과 비교하여 낙엽이 떨어진 오솔길을 걸을 때마다 나는 소리는 물론 도시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낙엽과 뒤섞인 흙길을 걷는 촉감, 그리고, 옆으로 흐르는 물소리는 가을의 이러한 흔한 모습조차 나의 기억 속에는 영원의 순간으로 자리하게 하고 있으니까.
이 책에는 저자의 설명과 함께 유럽을 포함한 다양한 나라의 유명한 도시의 모습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설명은 이처럼 내 주변의 일상의 모습이라든지 우연찮게 떠난 낯선 곳의 모습을 통해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잠시나마 주변을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감각을 이용하여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든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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