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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11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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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2쪽 | 498g | 140*210*21mm |
ISBN13 | 9791160945171 |
ISBN10 | 1160945179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3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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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1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이 책은 읽기 전부터 신기한 점이 많았다. 심기를 건드리는 제목과 국가 배경이 드러나는 작가의 이름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가장 신기한 점은 목차였다. 1부와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앞머리도 아닌 둘 사이에 '이 책의 구성에 관하여'라는 부분이 나온다. 이 구성은 책을 다 읽고 나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내용 별 보다 편집/구성 별에 만점을 준 이유이기도 하다. 시간 순서가 아닌 역으로 배치하여 작가가 주장하는 내용을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물론 이에 따른 약점도 있지만 뒤에 언급하려 한다)
작가는 영국에서 탁아소의 자원봉사자로 자신이 겪은 일을 설명하며 자신의 소회를 곁들이는 방식으로 탁아소(영국의 저소득층, 미혼모, 외국인들이 주 대상인 아이 돌봄 센터)의 현실을 보여준다. 1부와 2부를 가르는 가장 큰 구분은 영국의 정책이다. 2010년을 기점으로 보수당이 집권을 하며 점차 복지예산을 축소하고 작가가 탁아소로 돌아간 2016년은 과거의 탁아소가 아니었다. 운영 시간도 줄고 프로그램도 줄었다. 장난감도 몇 년째 같아 작가가 발품을 팔아 주우러 다니고 집에서 세척해야 할 만큼 여유가 없다.
작가는 1부에서 이런 열악한 탁아소를 '긴축 탁아소'라 명명하며 여러 에피소드를 풀어 놓는다. 긴축으로 탁아소는 운영시간도 짧아지고 다니는 아이도 적지만 어느 때보다도 복잡한 문제가 가득하다. 하층민 내에서 인종, 집단 간의 갈등이 커지고 정부 시설과 개인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작가는 집단 간의 혐오를 안타까워한다. 민족과 인종의 차별을 받는 외국인과 마약과 술로 상징되는 일명 차브라 불리는 질 나쁜 청소년 집단(영국인) 사이의 갈등이 나오는데 이들은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인식은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벽을 만든다. 분리는 서로를 오해하게 만들고 오해는 혐오를 만든다. 혐오는 다시 분리를 견고하게 만든다. 작가는 서로 겪어보는 것을 오해를 종식시킬 수 있다 말하지만 서로가 부대끼며 공존하던 장소인 탁아소는 결국 재정 문제로 문을 닫는다.
노동당 정권이 유아 교육 개혁을 시작한 이유는 하층 계급 유아에 비해 상류층 유아의 발육이 너무 빨라 취학 연령이 되었을 때 두 계층 사이에 나타나는 '발육의 격차'를 시정하기 위해서였다.... (중략).... 간섭은 민주주의에 반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간섭이라 불리더라도 아래에서 떠받쳐주지 않으면 안 되는 계급이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p.65
탁아소는 꽤 많은 일을 한다. 부모의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시키고 사회성을 키우고, 다양한 인종과 상황을 가진 아이들이 만나 포용력을 기르는 장소다. 이런 탁아소가 문을 닫고 생긴 것은 푸드뱅크다. 아이들의 보육보다 한 끼 식사가 필요한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부분의 에피소드에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긴축 복지는 많은 것을 빼앗는 대신 밥을 주었다. 보수당은 복지 수당으로 놀고먹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로 정권을 잡았고 이를 실현했다. 퍼주기식 복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작가도 이 부분에 대해 퍼주기식 복지가 문제에서 이어졌음을 확실히 밝힌다) 다만 긴축과 강력한 제재는 삶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완충의 시간을 주지 않는다. 결국 모든 문제는 고스란히 그들의 아이들에게 향한다. 이제 이들은 아이들의 교육이나 출세를 고민하지 않는다. 다음 끼니를 걱정할 뿐이다.
"계급은 그 자리에서 이동 가능한 선택지를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에 붙은 명칭이야" p.160
'사회복지 삭감 시대'의 빈민가 아이들은 이런 말을 한다. 노동자 계급 젊은이들이 실업보험금을 수령하면서 제2의 비틀스나 찰리 채플린을 꿈꾸던 영국은 이제 먼 과거의 일이 되었다. 지금은 갱스터 래퍼 켈리조차도 평범하게 일해서 임금을 받는 것이 빈민의 출세라 여긴다. p.153
2부는 과거로 돌아간다. 작가가 말하는 '저변 탁아소' 시절, 즉 국가 복지 예산이 나름 풍족하게 배당되던 때다. 이때의 이야기는 1부에 비하면 온화한 느낌이다. 글의 포커스는 (정치가 아닌) 아이에게 맞춰져 있고, 작가의 고민은 본인과 아이, 그리고 그들이 처한 환경을 이해하는데 집중한다. 정치에 대한 고민이나 분노는 느껴지지 않고 하루하루 소소한 깨달음을 적은 글이 이어진다. 이런 2부는 텐션이 떨어져 확실히 읽는 흥미는 떨어지니 주의하길 바란다. 2부는 1부의 긴축 탁아소의 모습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드는 역할에 충실하다.
정치가 아래에서 위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개 위에서 아래로 온다. 일방적인 영국 정치의 변동의 끝은 최하층이었고 그중에서도 최약체가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이 책에선 아이들이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아니 나는 무얼 보고 있었을까? 정책인가, 사람인가. 여러 정책이 쏟아지는 것을 보며 나도 힘든데 왜 정부는 날 도와주지 않는지 비난하지는 않았는가.
푸드뱅크가 생김을 비극인 것처럼 말했지만 작가의 (1부) 마지막 말은 "웃을 수 있는 한 우리는 진 것이 아니다. Keep on Smiling"이다. 나는 이 말을 투쟁적 의미가 아닌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삶을 이끌고 내 옆의 사람과 어울리며 오늘도 웃는다. 정치, 정권, 나라가 어떻게 바뀌든 우리는 살아왔고 살아갈 것임을 잊지 않으며 체념하는 삶이 아닌 조금의 관심과 변화를 추구하는 삶이 되길 바란다.
사람이 결속하는 모든 것을 '안 된다'라고 하며 서민들을 분할 통치하고 있다. '제 힘으로 주의'가 활짝 핀 상승의 시대라면 그것도 좋다. 하지만 사람들이 서로 기대고 지탱해주지 않으면 살기 어려운 하강의 시대가 되었는데도 개인주의라는 토대에는 변함이 없다. p.173
내 리뷰는 작가의 글에 비하면 조악하고 붕 떠서 전달되지 못함을 다시금 느낀다. 리뷰를 위해 여러 내용을 가져와 썼지만 작가의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우리는 남과 부대끼는 삶을 언제든 피할 수 있다. 나에 대한 이해를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하지만 남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현실엔 잭과 레이철, 비키가 있다. 서로 다른 이 아이들은 현실에선 친해지고 싶지 않은 부류일 수 있다. 그렇기에 책을 통해 먼저 배운다. 아마 나와 내 공동체를 챙기느라 보지 못했던 많은 잭과 레이첼과 비키가 있었을 것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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