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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년 12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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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28.24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9.6만자, 약 2.8만 단어, A4 약 61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55865066 |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2024년 09월 19일 ~ 2025년 02월 28일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8월 14일 ~ 2024년 09월 25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어떤 시대든 젊은이들의 행태를 보면서 어른들이 하는 말이 있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이 그것이다. 헌데, 그 말은 우리가 어렸을 때도 들었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어렸을 때 똑 같은 말을 들으면서 자랐을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그랬다는 것을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도 있다. 그만큼 어느 시대에서나 있어온 말이라는 뜻 일 게다. 그것은 시대가 변하면서 세태가 변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그만큼 보수화 된다는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똑같은 일을 두고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각하는 기준이 달라지는 걸 보면 말이다.
나는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 10대와 20대 초반에는 통기타 가수들이 부르는 포크 송을 들으며 자랐고, 소위 뽕짝이라 부르는 트로트 노래를 들으면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나 랩이나 록계열은 가사도 알아듣기 힘들지만, 그 노래가 그 노래 같고, 누가 부르는지, 제목이 무엇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의 제목 마냥 ‘요새 노래가 노래냐!’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면 아마 이것 역시 세대간 차이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대중가요, 혹은 대중예술을 이해하는 핵심적 주어가 여러가지 있을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세대갈등을 택해서 쓴 책이라고 한다. 저자는 우리 대중가요사의 흐름을 주도했던 양식의 변화와 그에 따른 세대간 취향갈등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대중가요 작품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를 둘러싼 세대 간의 말싸움을 초점으로 삼아 당시 신문기사 등에 등장한 담론을 중심에 두고 있다. 쉽게 말해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애들 이상하다는 얘기인 셈이다.
우리의 대중가요사에 세대취향의 갈등이 격한 시기로 저자는 1970년대와 1990년대를 꼽고 있다. 그러나 이런 취향갈등이 처음 나타난 것은 1930년대라고 한다. 1930년대 중반은 한일합방 이후에 태어난 젊은 예술가들이 20대를 맞아 일본의 새로운 대중예술 양식을 본격적으로 익혀 한국 대중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시기이다. 또한 일본식 교육과 문화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도달하여 그런 경향의 작품을 애타던 기다리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때 등장한 노래가 당시 유행가라는 이름으로 불린 트로트였다고 한다. <목포의 눈물>, <애수의 소야곡>, <눈물 젖은 두만강>과 같이 지금 우리가 말하는 이른바 흘러간 노래가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노래들을 좋아하던 세대는 당시 10대들이었고, 30-40대 어른들은 이를 아주 못 마땅하게 여겼다고 한다. ‘눈물, 한숨, 방랑, 사랑’을 중심으로 한 가사내용이 퇴영적이라고 개탄했고, 이를 반영하듯 당시 신문에는 이들을 비판하는 독자 투고가 매일같이 등장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대중가요에 대한 세대별 취향의 차이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다.
1950년대가 되자 두가지 흐름이 나타났다고 한다. 하나는 트로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10대부터 중장년 세대까지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세대갈등을 완화시켜 준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미군정의 영향과 한국전쟁이후 대중의 사고방식과 행태변화에 따라 스윙재즈나 라틴음악이 뒤섞인 노래들이 등장한 것이었다. 라틴음악과 재즈의 등장은 맘보열풍으로 이어졌고 이에 대한 세대취향 갈등이 나타나는듯 했으나, 이어 나타난 스탠더드 팝이 라틴계열 음악에 비해 단정해 보인다는 질감과, 트로트에 대한 왜색시비가 불거지면서 젊은 취향과 중장년 여론주도층의 취향이 그럭저럭 화합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화합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세대간 대중가요 취향이 가장 격렬했다는 1970년대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1970년대는 청년문화로 대표된다. 그리고 청년문화 하면 통기타, 포크송, 장발, 청바지, 생맥주가 떠오른다. 1970년대초 포크송이 등장하고 점차 포크송 가수와 이들의 인기 곡이 많아지면서 어른들은 장발과 미니스커트와 통기타까지 싸잡아 노골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포크송은 1960년대 스탠더드 팝에 비해 불건강하거나 괴상한 음악이 아니었음에도 기성세대가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은 사회전체의 기류변화와 연관되어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은 기성세대인 30,40대와 베이비부머 세대인 청년세대의 가치관 및 취향 충돌은 어쩌면 불가피 했을지도 모른다. 이들의 취향갈등은 결국 트로트와 포크에 대한 갈등으로 비화되었으며, 1975년 대마초사건을 계기로 그 절정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처럼 1970년대가 포크와 록이라는 새로운 양식의 등장으로 트로트와 스탠더드 팝으로 대표되던 기성 대중가요의 취향과 갈등이 격화된 시기라면, 1980년대는 기존의 양식들이 종합과 타협의 양상을 보여준 시기라고 한다. 록과 트로트의 결합은 1970년대 후반부터 나오기 시작하였으나 세대간 취향갈등이 봉합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1980년대 조용필이 가장 익숙한 것인 스탠더드 팝에 가장 새로운 양식인 록을 탁월하게 결합시키면서 젊은 세대에서부터 중장년 세대에 이르기까지 취향의 통일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중가요사에서 마지막으로 세대간 갈등이 나타난 것은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출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1980년대 중반 폭압적인 검열 속에서 참신하고 도발적인 욕구를 가진 젊은이들의 노래는 언더라는 이름으로 가라앉았고, 사회비판적인 욕구는 민중가요라는 이름으로 언더 더 밑의 언더로 자리잡았다. 1980년대 후반이 되자 발라드가 유행하기 시작했지만, 아름다운 선율과 화려한 화성으로 여론으로부터의 비판을 비켜 같으나, 서태지와 아이들이 바람을 일으킨 댄스뮤직과 랩은 구세대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이들은 1960년대말과 197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로 신세대문화라는 말과 함께 세대간 취향갈등을 주도했다. 노래를 들으면서도 노래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었던 기성세대들이 느낀 충격은, 압구정 오렌지족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시작하여 록카페에 이르기까지 연일 신세대들에 대한 공격으로 신문지상을 장식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처럼 근대이후 우리의 대중가요사에 나타난 세대간 취향갈등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 대중가요사에 나타나는 이러한 갈등은 그리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획기적으로 새로운 경향이 등장하는 시대는 늘 세대 간의 취향갈등이 격해져 왔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요즘 인기가 있는 옛날 가요 리메이크는 분명 세대간 갈등이 없이 누구나가 좋아하지만, 대중가요사의 흐름에서 볼 때는 정체된 것이라 할 수가 있다고 한다.
요즘 들어 대중문화나 우리들의 일상생활사를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루는 책들이 무척이나 많아졌다. 역사를 지배계급의 시각이 아니라 일반 민중의 관점에서 보고, 그들의 생각을 읽는 이런 책들을 접하다 보면 우리 삶에 대한 이해가 더 쉽게 다가온다. 역사는 지나간 과거의 일로 따로 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일 게다. 대중가요의 역사를 세대갈등이라는 독특한 주제로 풀어 낸 이 책 역시, 오늘 우리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리고 세대 취향갈등이 나타나고 봉합해 가는 과정들이 어쩌면 문제 해결을 위한 단초를 들려주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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