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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12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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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174쪽 | 250g | 122*190*14mm |
ISBN13 | 9791187789260 |
ISBN10 | 1187789267 |
2024년 07월 16일 ~ 2024년 08월 09일
2024년 07월 29일 ~ 2024년 08월 31일
2024년 08월 05일 ~ 2024년 08월 22일
2024년 08월 02일 ~ 2024년 11월 30일
얼리리더를 위한 8월의 책 : 산리오캐릭터즈 아크릴 북앤드 증정
2024년 08월 01일 ~ 2024년 08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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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픈 사랑의 클리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한 줄도 좋다, 옛 유행가」는 <테오리오> 출판사에서 기획한 <한 줄도 좋다> 에세이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내가 케케묵은 옛 유행가에 흥미를 갖게 된 이유는, 유행가란 (특정) 시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클래식과 달리 유행가에는 노래가 불린 시대를 산 대중들의 삶과 정서를 담고 있다. 하여 유행가를 통해 옛날 우리 선조들의 삶의 모습을 알아볼 수도 있기에 유행가를 듣는 것은 단순히 노래를 듣는 이상의 의의가 있다.
한편, 얼핏 생각하면 유행가는 그 시대를 떠나서는 유효하지 않을 듯도 싶다. 유효기간 지난, 그러니까 한물간 노래라고나 할까. 그러나, 어떤 유행가는 <한물간 유행가>에 그치지 않고 여전히 유효한 유행가도 있다. 유행이 돌고 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시대가 달라져도 여전히 정서적으로 통하는 뭔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옛 유행가에 흥미를 갖게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에 실린 21편의 노래가 어쩌면 그런 노래일 듯싶다.
이 책에서 언급한 노래들은 일제강점기인 1930~40년대의 유행가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의 노래들로, 내게는 ‘번지 없는 주막’과 ‘홍도야 우지마라’ 같은 몇 곡을 빼고 나면 대부분 생소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 먼저 유튜브 검색을 통해 노래를 들어보고 글을 읽는 순으로 독서를 했다. 이 책을 읽을 때, 노래를 먼저 듣든 나중에 듣든 노래는 한 번 이상 꼭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2부로 되어 있는데,
1부 <유행가가 사랑한 그곳>에서는 옛날의 다방, 거리, 정원, 무도장, 점집, 술집, 빌딩, 극장, 유곽, 여관의 10곳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엄밀하게 말하면, 유행가를 다루되, 유행가 소개가 주가 아니라 노래를 통해 그 시절의 장소를 소환하고 그 장소가 환기하는 분위기를 떠올려보게 만드는 책이다. 물론 노래와 관련한 유용한 정보도 꽤 있지만, 그보다는 필자가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그 장소의 분위기와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필자의 사유가 훨씬 매력적인 책이라고나 할까. 그렇다. 이 책은 에세이 시리즈의 하나다.
다방, 첫 만남이 있고 마지막 만남이 있는 곳. 그래서 기억하고 싶은 설렘과 기억하기 싫은 서글픔이 공존하는 곳. 그러나 그 서글픔이 너무 커 결국은 그곳에서의 모든 시간들을 봉인해야만 하는 곳.
꽁꽁 여며둔다. 눅눅함이 느껴졌던 담배 구멍이 난 헝겊 소파, 곰팡내와 묘하게 섞인 커피 향, 반복해서 흘러나왔던 라벨과 포레와 드뷔시와 사티의 선율. 그 촉각과 후각과 청각을 빈틈없이 여며 기억 저편 깊숙한 곳에 묻어둔다. (15p)
멀리서 보면 동경의 대상이나 가까이서 보면 혐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태리 정원으로 대변되는, 1930년대 유럽의 풍경이 그러하다. 식민지 시대 이 땅의 사람들에겐 잡지 속 여유로운 유럽의 풍경이 너무도 부러운 세계일 테지만, 그 이면엔 인간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증명해주는 야만도 도사리고 있다.
그래도 좋은 것이다. 어떤 상관관계로 그 본질이 부정될 수는 없다. 히틀러가 바그너를 흠모했다고 해서 바그너의 장엄함이 부정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태양과 마주하는 곳이라는 토스카나 혹은 시칠리아. 아무런 선입견 없이 그 태양으로 꾸며진 이태리 정원을 엿본다면, 이런 동경 어린 의문문이 저절로 나오게 될 것 같다.
“누구일까? 저 정원의 주인은….” (35~36p)
필자는 스포츠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이다. 소설가의 글답게 어느 곳을 펼치든 핍진한 상상의 세계와 웅숭깊은 사유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필자의 해박함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음악만이 아니라 문학, 영화, 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막론한다.
2부 <유행가가 사랑한 그뜻>에서는 옛 유행가 11곡을 통해 죽음, 기억, 승부, 추억, 비련, 청춘, 젠더, 평행, 관계, 시작의 10가지 뜻을 찾아보고 있다.
시험을 망친 열일곱 살, 자신이 품은 꿈과 멀어질까 봐 속상했을 열일곱 살, 그럼에도 엄마 아빠가 속상할까 봐 그게 더 걱정됐던 속 넓은 열일곱 살, 수학여행을 다녀오면 내 첫사랑의 꿈과 꼭 가까워지리라 다짐했던 열일곱 살, 그러나 그 다짐은 검은 바다의 심연 속에 잠겨버렸다. 가만히 가만히 오라는 그 순진한 수줍음 때문에 가만히 있으라는 뻔뻔함을 믿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사방이 막힌 닫힌 공간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죽음이라는 잿빛 단어와 마주해야 했던 그 아이들, 단지 열일곱 살이었다. (108p)
193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나는 열일곱 살이에요’라는 노래를 통해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다. 필자의 시선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과거를 추억하며 현대의 문제 또한 직시한다. 아직도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는 필자의 글을 읽으며 나는 ‘기억’의 의미에 대해 아프게 곱씹어봤다.
개략적으로 살펴보았지만, 이 책은 해방 전에 유행했던 노래 21곡을 통해 필자가 펼치는 사유를 보여주고 있는 에세이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것은 과거만은 아니다.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오늘을, 그리고 내일에 대한 희망까지 이야기하고 있는 글이다. 1930년대에 유행한 ‘세기말의 노래’를 통해 ‘시작’의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는 다음 글처럼.
그래, 끝의 다른 말은 시작이다. 세기말의 다른 말은 세기 초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이렇게 다시 시작된다.
그 수많았던 푸념과 잡념과 집착은 여기 끝에서 다 베어져 버리기를. 새로 기억이 될 시간들이 저 끝에 버티고 있는 엉켜있는 시간들을 물리쳐주기를. 과거의 아픔은 모두 부서져 가루가 되어 흩날리기를. 물론 어렵겠지만 까다로운 이 거리를 지나 이제는 좀 쉬운 풀이만 있는 희망 거리로 접어들기를.
자, 이제 다시 시작이다. (171~172p)
나는 노래를 잘, 많이 알지도 못하고, 잘 부르지도 못한다. 그렇지만, 이 책과 함께 옛 유행가를, 옛 유행가에 얽힌 사연을, 필자가 그려내는 상상의 분위기를 알게 되고 느끼면서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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