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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11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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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50.56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91170400080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39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 나 좋자고 하는 일인데, 그 어디에도 나는 없다.
직업 특성상 하루하루가 정신없고 바쁘다.
하루는 오랜 친구들이 보낸 메시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잠들어버리기도 한다.
기다리던 연락인데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하룰 보내다 밤 늦게서야 확인하는 일이 많다.
그럴 때는 또 다시 정신없지만, 글자들을 썼다 지웠다 하며 고심하다 메시지를 보낸다.
그 다음날 출근길에 멍하니 생각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좋다'는 생각보다는 '도대체 왜'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나 좋자고 하는 일인데, 그 일들 속에 나는 없고 죄다 남밖에 없는 기분이다.
사실 처음에는 이 일을 하게 된 데 기뻤고 감사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어 참 좋으면서도, 언제까지 '이런식'으로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보면, 월요병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매일매일 같은 하루가 반복되다 보면 그렇게 또 주말이 오고, 힘껏 쉬다가 월요일을 준비한다.
하루하루가 꽤 긴 것 같지만 그래도 잘 간다. 시간이 멈출리는 없으니까.
그런데 무심코, 그런 날들을 보내다 보면 불현듯 아주 어느 순간 이런 기분이 든다.
광활한 들판에 홀로 바람을 맞고 있는 기분.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나 혼자서만 우뚝.
평소에 외로움을 느끼는 편도 아닌데, 문득문득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 그래서 찾게 되는 고요함, 그리고 나태주의 책
시인 나태주를 처음 알게 된 건, 대한민국 사람 대부분이 그러하듯 '풀꽃' 덕분이다.
풀꽃_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외우고 싶지 않아도 입에 착 감기는 시.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나태주의 시 풀꽃을 시작으로 시인 나태주를 알게 되었다.
신간이 나올 때면 뒤늦게서라도 책을 꼭 챙겨 읽었다.
사실 시가 뭔지 잘 모른다. 함축되어 있는 의미들을 헤아리기엔 그릇이 부족하기도 하고.
시에 흥미가 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풀꽃과 같은 시들이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책을 폈다.
그러다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나태주의 수필을 한 권 만났다.
시인 나태주가 쓴 수필은 또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해 고민없이 책을 샀다.
분명 눈으로 글을 읽는데, 귀로 말을 듣는 기분이 드는 묘한 책이었다.
시인 나태주의 생활이 담겨 있었고 마치, 글자가 소리가 되어 귀로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잔잔하면서도 온기가 담긴 책이었다.
고향이 서울이고, 온가족이 근교에 살고 있어 시골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이 없다.
나태주의 책을 읽고있노라면 기억조차 없는, 머릿속에 어렴풋이 그려놓은 시골에 가 있는 느낌이다.
시골에 할머니 댁이 있다면, 마당에 평상 하나쯤은 있었을테고.
그 평상 위에 누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다 바람 소리를 듣고, 새 소리를 듣고.
시간이 지나 중천에 뜬 해를 보며 햇살을 맞다가 지는 해를 바라봤겠지.
바쁜 시간이 아닌 고요하고 따뜻한 시간. 그런 시간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기분이다.
# 일상 속 내가 놓쳐버린 순간, 그리고 지나쳐버린 행복과 감사
최대한 가까이에서 만족감을 얻으려는 타입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소소하게' 보일 수도 있다.
무언가 목표를 세울 때에도 '목표'라고 하기에는 약간 낮은 수준의 기준들을 써내려 가곤 한다.
실천하지 못했을 때의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가능한 일들을 적어내려가는 편이다.
그렇게 하루하루의 목표를 다 채우고 나면, 시간을 돌이켜보며 만족해하는 그런 성격이다.
사실 원래부터 이랬던 건 아닌데, 기억은 나지 않지만 20대 초반부터 조금씩 변한 것 같다.
가까이에서 행복을 찾자, 가까이에서 기쁨을 찾자, 가까이에서 만족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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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서 기쁜 일, 즐거운 일이 별로 많지 않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을 바꾸고 시각을 바꾸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어떻게 바꾸는가?
먼 것에서 가까운 것으로 바꾸고,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바꾸고,
새것에서 낡은 것으로 바꾸고, 비싼 것에서 값싼 것으로 바꾸어보는 것이다.
힘들더라도 한번 그렇게 해보자.
그럴 때 우리에게는 이미 좋은 것, 소중한 것, 아름다운 것이 많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내게 없는 것을 꿈꾸면서 힘들어하지 말고
이미 내게 있는 것을 살피면서 기쁜 마음을 갖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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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현실적으로 세우는 일, 그리고 거기에서 만족을 얻는 일.
만족하는 내 모습을 보며 성취감을 얻는 일, 성취하는 나를 통해 행복해 하는 일.
그렇게 쌓이고 쌓인 하루하루의 행복으로 내 삶에 감사해 하는 일.
사실 이 모든 건, 아주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시인 나태주도 '힘들더라도 한번 그렇게 해보자'고 말한다. 힘든 일이지 참.
이미 내게 있는 것을 살피면서, 이미 내가 가진 것들을 돌아보면서 기쁜, 행복한, 감사한 마음을 갖는 일.
'힐링'하러 여행을 가거나, '힐링'되는 공간을 찾아가는 일보다 더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내게 있는 것을 살피면서, 돌아보면서 얻는 에너지들로도 충분히 '힐링'할 수 있으니까.
# 무엇 때문에 분노했는지, 무엇 때문에 좌절했는지...'무엇'은 그때 뿐인데
시인 나태주는 50대 초반일 때, 충남 논산의 한 초등학교 교감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원래 충남교육연수원에서 장학사로 5년동안 일을 하다 일선 학교로 돌아간 거다.
'사실은' 교장으로 승진해서 나갔어야 하는데 교감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이 일이 시인 나태주에게는 큰 불만이었고 또 상실감과 굴욕감을 주었다고 쓰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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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와서는 뭐 그런 것을 가지고 그랬을까 싶도록 우습게 여겨지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그 시절의 나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견디기 힘든 날들이었다.
그것은 과거 지나온 나의 날들 가운데
가장 견디기 힘들고 어려웠던 삶의 고비들 가운데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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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이런 순간쯤은 하나씩 마음에 가지고 있을 거다.
죽기보다 싫었던 그때, 누군가에게 밀린 나의 모습을 보며 한탄하고 좌절하고.
세상에서 가장 한심해보이던 그때, 아주 쓸모없고 능력없는 존재라고 생각이 들던 그때.
사실 그런 순간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고나면 생각만으로도 '헛웃음'이 나곤 한다.
내가 일을 시작하고 나서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참으로 하기 싫던 부서에 가게 된 때가 있었다.
순간 '사표를 쓰라는 무언의 압박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좌천 느낌이 나는 인사이동이었다.
초반에는 그래도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지냈는데, 변화가 생길 기미가 없다는 느낌이 들자 초조해졌다.
벌써 3년전의 일인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짧은 시간을 왜 그리 힘들어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것이 '짧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길고 긴 터널을 걷는 기분이다.
누구나 그럴 거다. 그래서 힘들고, 중간에 포기를 하는 이들도 있고, 참고 버티는 이들이 있고.
그런 시간을 보내던 시인 나태주는 운동장 축구골대 앞에서 잎이 다 떨어진 민들레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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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하는 아이들의 발길에 밟히고 밟혀 민들레의 이파리는
거의 다 뜯겨나가고 아주 조그만 것 한 장만 남아 있었다.
무척이나 언밸런스하고 가여운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민들레는 아주 소담스러운 꽃 한 송이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마치 그것은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늘을 향해 "제가 여기 있어요, 나 좀 봐주세요, 내가 아직도 살아있어요"라고 외치는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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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뭘 그리 걱정하세요. 뭘 가지고 그렇게 속상해하세요. 나 좀 보세요.
이렇게 꽃을 피웠잖아요. 봄은 아름다운 거예요. 눈물겨운 거예요.
살아 있다는 건 참 좋은 거예요. 착한 거예요.
자,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아저씨는 그래 시인이라면서 아직 그런 것도 모르세요?"
민들레를 그리다보니 민들레는 커다랗게 피워올린 꽃송이 아래
막 피워 올리기 시작하는 꽃송이 하나와 또 조그만 꽃송이 하나를 예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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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게 커다랗게 다가온 '무언가'가 '미래'의 내겐 귀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임을.
'지금' 나의 슬픔과 좌절에 묻혀 괜히 쓸모없는 순간 혹은 불필요한 일로 여겨지지 않기를.
지금 혹은 일상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한번 쯤 펴보길 진심으로 바란다.
"힘내" "할 수 있어" "가능해" 라는 위로의 말보다 더 힘이 되는 글이 있다.
인적이 드문 마을에서, 혹은 한 시골 집 마당에서
아침에는 떠오르는 해를 저녁에는 지는 해를 바라보며 '힐링'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꼭 한번 시간 내어 읽어보길 바란다.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다보면, 머릿속에 그렸던 공간에 도착해 있을지도 모르니.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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