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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13년 02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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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1쪽 | 494g | 153*224*20mm |
ISBN13 | 9788965743729 |
ISBN10 | 8965743729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0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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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2024년 08월 02일 ~ 2024년 11월 30일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1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인생에 시기별 설명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고',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멘토들이 넘쳐나도 솔깃하지 않은건, 어차피 내 인생은 내가 운전해가는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어쩌면 아주 구체적인 설명서다. 다면적인 인생의 상황에 포착당할 때 우리는 종종 초기화된다. 희망이나 긍정이라는 관념이 아니라 지금 당장 위치를 알려주는 나침반이 필요한 거다.
'여자생활백서'와 '여자공감'의 안은영 작가가 3년만에 선보이는 새 책 '여자 인생 충전기'는 전작의 에세이와는 조금 다른 형식이다. 나를 비롯한 대체의 독자들보다 조금 앞서 세상을 걸었던 그는 이번 책에서 자신의 서재를 털었다(?) 작가 이전에 독서가인 그녀는 꼬맹이 시절부터 오랜 세월 다양한 종류의 책을 탐독해온 듯하다. 어떤 시기 어떤 이유로 마음을 두드렸던 책을 그녀는 그때 그때 인생의 충전기로 사용해왔노라고 했다. 이 책은 그녀가 '충전기 중의 충전기'로 꼽은 총 서른다섯권의 책과 책에 관한 그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책은 소설부터 수필, 시, 만화, 여행서, 과학서, 역사서 등 다양한 장르를 총망라한다. 나중에 대체 이게 어떤 이유로 추려진 구성인가 하고 살펴보니 20~30대 여자들에게 필요한 책의 목록이었다. 쿨한 언니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던 그녀는 이번엔 군단을 불러와줬다. 한 나라잃은 청년은 우는 법을 알려주고(백석 '북방에서 정현웅에게'), 작은 프랑스인 꼬마는 삶을 사랑이라(에밀 아자르 '자기앞의 생') 말한다. 하얀 눈의 나라에 갖힌 두 남녀는 순수한 관능을(가아바타 야스나리 '설국 ), 까칠한 진화론자는 너무도 객관적인 인간탐구(데즈먼드 모리스 '털없는 원숭이')로 웃음을 준다. 책을 통해 고백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책 속의 이야기와 섞이고 다시 끓여져 왁자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된다.
지인의 집에 놀러갈때 가장 먼저 책꽂이를 살피는 내게는 흥미있는 구성이었다. 하지만 책에 관한 책들이 재밌기란 쉽지않다. 책을 읽은 사람은 이미 읽은터라 선입견이 있고,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내용이라 이해가 더디다. 그런데도 이 책은 참 재밌다. 그 부분이 신기하다. 서른 다섯권 중 내가 읽은 책은 아홉권, 나머지 책들 중 몇권은 저자때문에 호기심이 발동해 읽는 도중 인터넷으로 주문했고, 아홉권의 책 역시 그녀의 시선으로 다시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마치 "이 책 참 좋더라"하며 긴 말 대신 함께 읽어갈 책을 선물받은 느낌이었다. 꼰대짓을 싫어하는 그녀가 언니의 소명을 잠시 내려놓고, 넘어지고 다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솔직히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았다. 덕분에 나는 종종 책을 덮고 한참을 울었다.
책은 우리보다 길게는 수백년, 짧게는 수십년 앞서 살다간 사람들이 치열하게 생을 살아가며 써내려간 기록이다. 그 기록을 잘 골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소개받은 저자들과 마음을 나누고 함께 슬퍼할 수 있었던 것이 더 큰 성과였다. 훗날 내가 그 책의 어떤 부분을 새롭게 취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수많은 응원의 목소리 속에 달리고 있는 마라토너처럼 마음 한켠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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