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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12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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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12쪽 | 384g | 150*220*20mm |
ISBN13 | 9791190224253 |
ISBN10 | 1190224259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2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이 책을 읽으며 리뷰 쓰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만화지만, 머리 속이 점점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생각과 감정이 뒤엉켜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찬찬히 헤아려 봐야 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책이다.
"그래도 용기 잃지 마시고요." 라는 한마디. 누군가에겐 머릿 속에 계속 맴도는 한마디다. 아무 것도 모른 채 희망만 붙잡고 있는 것도 괴롭다. 용기를 갖고 싶어도 의사의 저 한마디로 용기를 가질 수는 없다.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여명이 존재하지만, 암 환자는 구체적인 여명을 의사를 통해 알게 된다.
만화 속 어머니는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현실이라고 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바로 믿어버리기엔 가슴이 너무 아프다. 일단 회피하고 받아드릴 준비를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분위기는 상상만 해도 슬프다. 바로 눈물 흘리기엔 눈물이 언제 멈출 지 몰라 일단 진실을 멀리 밀어두는 것도, 그 상황에선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독한 약, 평소 같았으면 절대 삼키지 못했을 약, 삶을 사랑했기에 먹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셨다.
마지막 한 마디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 순간 아버지가 너무 괴로워하셨을 텐데, 옆에서 같이 괴로워하고 있었을 딸도 힘드셨을 텐데 , 돌이켜 보면 그 때가 최상의 상태였다니. 계속 심해져만 가는 통증은 어떤 걸까. 아픔이 사라지지 않는 것도 모자라 계속 심해진다니. 생각할수록 가혹한 병이다.
누구나 가족에게 최선의 방법을 동원해서 치료를 돕는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최선이 있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서러운 감정이 들 것 같다. "좀 더 찾아볼 걸, 좀 더 물어 볼 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더 괴로웠을 것 같다.
의사 앞에서 말 한마디 한 마디를 들을 때 마다 힘이 부쳤을 것 같다.
"말 한마디 한마디를 다 받아 적을 수도 없고, 기억은 해야되고, 용어는 어렵고, 심각한거는 알겠고, 항암치료를 해야되는 거 같고, 항암치료를 하면 재발 가능성은 없는건지.." 셀 수 없는 생각풍선이 진료실을 채웠을 것 같다. 일단 알았다고 대답하고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일어서는 딸의 모습이 그려졌다.
'의사가 말하는 용어를 다 진작 알아야 했던 것인지 아니면 지금 알아 듣지 못하는 게 당연한 건지..'라고 생각하며 결국 자신을 탓했을까봐 걱정됐다. 딸은 아버지의 상황이 안 좋고, 희망과 용기를 가지는 것도 욕심인 상황이라는 사실은 의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칙칙한 진료실에 바닥에 주저앉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감정이 이끄는 행동과 상황에 맞춰야 하는 행동이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을 때는 우울함이 배가 되는데..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병원을 가야 하는데 옷 입을 힘도 나지 않는 아버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의 상황에 눈물이 날 때 만큼 가슴이 아플 수 없다. 감히 내 상황을 떠올리자면, 침대에 누워 그동안 내가 '나'로 여기지 않았음을 깨닫고 한참 울었었다. 과거의 내가 안타까웠다. 거울을 보거나 나를 표현하는 숫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를 엄격하게 평가하고 폄하했던 순간들이 사실은 가혹했음을 알고, 눈물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왔다. 그 눈물이 내게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 왜 그랬어. 그래도 그게 최선이었다면 어쩔 수 없지."
갑자기 내 상황을 떠올리는게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자신의 상황을 비관할 때 나오는 눈물이 얼마나 가슴을 들쑤시는지 조금은, 아주 조금은 알기에 저 장면에서 잠시 멈췄다.
'마지막'이라는 단어에도 마지막의 의미가 담긴 것 같다. '마' 밑에 'ㄱ'하나를 놓고 마무리하는 것 같다. 마지막은 슬프다. 모두 케익 한 조각씩 먹으며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애써 멀리 보내고 있었을 것 같다. 생일파티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애써 입꼬리를 올리고 생일 노래를 불렀을 상황이 그려졌다.
소란스러운 대기실에서 딸의 머리 속은 텅 빈 방처럼 조용했을 것 같다. 그리고 외로웠을 것이다. 무심하게 지나가는 휠체어를 보며 '세상은 원래 이렇게 슬픈건가. 아니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곳에 있는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다. 대기실의 해진 소파에 앉아 지난 날을 떠올리며 착잡한 감정에 허공을 바라봤을 딸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아버지와 딸의 마음이 느껴졌다. 마음을 정리하다가도 조금 괜찮아지면 더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다. 계속 마음을 정리하다가는 정리할 마음도 없어질 지도 모른다. 종이를 펼치고 접고 다시 펼치듯이, 그리고 그 종이에 남은 자국처럼 아버지의 마음 속에도 마음을 접었다 폈다 했던 자국이 새겨졌을 것 같다.
그런 아버지를 계속 지켜봤던 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딸이 아버지가 한마디 할 때마닥 그 한마디를 기억하고 조금이라도 아버지를 편하게 해드리는 말을 하려고 노력하셨을 모습이 그려졌다.
아버지도 딸이 하는 말의 무게를 아시고 마음이 어지러우셨을 텐데, 그런 상황일수록 잔잔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딸이 힘들게 말을 꺼냈다는 것을 알기에 더 차분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신 것 같다.
면죄부를 얻는다는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딸은 의사의 말을 듣고 안정을 찾았겠지만 마음이 계속 조금은 무거웠을 것 같다. 문득 생각날 때마다 한 숨 쉬게 되는 그런 순간일 것 같다.
암에 대한 기본 지식과 각종 호스피스 정보가 간간이 나오다. 그 중에서도 이 정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초기, 중기, 말기라는 용어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어떤 방식으로 나누는지 알지 못했다. 세세하게 나뉜 표를 보니 이해가 되었다.
딸은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에 아버지께 위암이라는 사실을 선뜻 알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버지는 딸이 이야기해줘서 고마웠을 것 같다. 슬픈 소식일수록 가족에게 그 소식을 듣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게 좋은 것 같다.
혼란스러운 아버지의 마음이 잘 표현된 장면이다. 아버지도 죽음을 앞둔 상황은 처음이다. 그 상황에 '적절한' 태도는 없다. 죽음 앞에서 모든 것에 초연한 태도보다 장면 속 아버지의 모습이 더 인간적이다.
밤새 장염으로 바닥을 뒹굴면서도 아버지의 아픔을 생각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눈물겨웠다. 딸은 아빠의 아픔은 몰랐어도 아픔의 무게는 아빠와 똑같이 지고 있었던 것 아닐까.
"더 큰 통증 단계가 있다"는 말은 참 잔인하다. 매 분 매 초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이 악물고 견디는 사람에게 "통증이 큰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의사가 미웠을 것이다.
'다시 못 올 집'..
호스피스 병동이 아무리 잘 돼 있어도 집에서 호스피스 병동으로 떠나는 순간 만큼은 죽도록 가기 싫었을 것 같다. 딸과 아버지가 호스피스 병동에 가기를 계속 미뤘던 것도 저 순간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 아닐까라고 조심히 생각해봤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죽음을 앞뒀다고 죽음만 생각하란 법은 없다. 만화 속아버지는 사랑하는 사람과 끝까지 사랑하며 삶을 마무리하신 것 같았다.
딸의 마음이 잘 표현된 장면이다. 한 번 보고 또 볼수록 마음이 쓰리다. 삶의 무게는 무겁고 의사의 태도는 답답하고 어수선한 횡단보도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을 딸의 모습이 그려졌다.
나는 간호학과 학생이다. 몇 년 뒤 간호사가 되어 저 상황을 마주한다면 보호자에게 무슨 말을 해 드릴 수 있을까. 딸이 분노해서 다행이다. 분노마저 눈물 삼키듯 삼켰다면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의사에게 다시 한번 가서 말 한마디만 더 하셨다면 괜찮아지셨을까?
"아빠의 시간을 단축 시킨 게 아닐까? 아빠가 의식이 있을 때 마지막 할 말을 해야 하는데.."
마음이 무거워지면 입도 무거워진다. 절로 입이 다물어지는 장면이었다.
섬망증세라고 한다.
"우리 딸이 내 맘 잘 알고서 참 착해~" 말을 듣고 울컥했을 것 같다.
"아니..다음 세상에서..."
저 문장을 읽었을 때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
이 리뷰를 션 먼데스의 리드미컬한 곡이나 스텔라 장의 통통 튀는 곡을 들으며 썼다. 분명 이 리뷰에는 차분하고 조용한 음악이 어울리지만 감정을 중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내가 겪어 보지 않은 상황들이었지만 책이 전해주는 감정은 잘 전달됐다. 내용은 슬프지만 사람들은 따듯하다.
('-한 것 같다'라는 표현을 계속 쓸 수 밖에 없었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 조차 실감 못하는 내가 차릴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였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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