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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3년 03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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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442g | 153*224*30mm |
ISBN13 | 9788994054339 |
ISBN10 | 89940543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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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19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詩.... 자연이나 인생에 대하여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 따위를 함축적으로 그려낸 것. 자유시, 정형시, 서정시, 서사시, 산문시... 詩에는 종류도 많다. 학창시절에는 좋아하는 시 하나쯤 외우고 다니는 건 기본이었다. 그런데 그 좋은 시도 시험중에는 왜 그리도 복잡하게 정의가 내려지는지... 가만히 살펴보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었는데 단지 시험이라는 틀에 얽매이다보니 그런 느낌이 생겨난 건 아닐까 싶다. 오래전에 일본 정형시의 일종인 '하이쿠'에 관심을 둔 적이 있었다. 하이쿠는 일본의 대표적인 시 형식이다. 열일곱 음절로 된 아주 짧은 시인데 그 속에 많은 것을 함축했다고 말 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게 많았다. 그래서 하이쿠 시인으로 유명한 마쓰오 바쇼의 작품을 몇 편 찾아 보기도 했었다. '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든다 물소리 퐁당 '... 아주 짧은 구절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강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저 한구절속에 담겨진 그 숱한 장면들이라니! 마치 내가 그 연못가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그의 시를 소개했던 <시인과 여우>라는 작품속에서 볼 수 있었던 '좋은 시란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라는 한마디가 지금까지도 내 기억속에 남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詩를 읽으면서 특별히 좋다, 나쁘다라는 평가는 옳지 않은 듯 하다. 시인이 그 작품을 쓸 때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면 그래서 그 작품속에 어떤 의미를 숨겨두었는지 알 수 없는거라면, 시대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느낌은 다를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詩를 풀이하고자 하는 사람에 따라 다시 한번 달라질 수도 있는 일이다. 이 책속에서도 많은 詩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나름대로의 풀이를 함께 볼 수 있다. 어쩌면 나와 같은 느낌으로 풀이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오롯이 풀이하는 사람의 몫일 뿐이다. 같은 책을 읽고도 서로가 다른 평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싶다.
책을 펼쳐 내가 좋아하는 詩를 가장 먼저 만난다는 건 행복한 일일게다. 오규원 시인의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라는 작품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깊은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과 같이 우리 삶의 흔들림이 그래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독한 현실주의자인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오던 그 순간의 울림이 참 좋았었다. 시간, 공간, 사랑, 고독, 길, 죽음, 부분과 전체, 자아, 우정, 연인, 고향... 많은 주제를 두고 작품을 선택했을 지은이의 고민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가 풀어 쓴 글들은 쉽게 나에게 다가오지 못한다. 이건 이런것이다,라고 누군가 만들어놓은 개념 혹은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詩를 만나고 싶은 나만의 욕심이 큰 탓이리라.
이삼년전 겨울쯤에 詩集 한권을 선물 받았던 게 마지막이지 싶다.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詩의 감성을 잃어버리고 인간적인 情 또한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으니 내 삶이 어찌 팍팍하지 않을수 있을까? 그 짧은 하이쿠를 보면서 느꼈던 깊은 울림 따위는 이제 내게 없는 것인양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손을 내밀었을 것이다. 잃어버린 채 혹은 외면당한 채 저멀리로 내처진 내 안의 그 무엇과 만나고 싶어서.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책표지의 한사람처럼 그저 막막할 때 시한편과 함께 하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 같다. 詩를 읽을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가슴속에 품은 시가 있어 다시한번 꺼내보기로 한다. 살면서 더없는 진리처럼 느껴져 보면 볼수록 좋아지는 시한편이 내게도 있어 좋다. /아이비생각
‘단추를 채우면서’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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