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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1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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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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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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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마르크스와 [자본론]은 이미 150년도 더 전의 인물이고 저작이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에서 마르크스는 여전히 불온하다. 지난시절 독재정권 혹은 보수정권하에서 마르크스와 [자본론]은 입에 올릴 수 없는 금지어 혹은 금서였다. 지금은 구소련의 몰락과 함께 철지난 유물로 취급받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마르크스와 [자본론]을 읽는다는 것은 여전히 ‘빨갱이’로 몰릴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날로 천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소득불평등과 그로 인한 도를 넘는 양극화체제에서 마르크스와 [자본론]은 심심하면 소환되고 거론된다. 선동가가 아닌 철학자나 경제학자로서의 마르크스에게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할 통찰을 얻기 위해서 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마르크스의 경제사상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자본론]이라는 저작에 덧칠된 이념가로서의 마르크스가 아니라, 한때 기자로써 활동했던 마르크스가 쓴 기사를 통해 저널리스트로서의 마르크스를 살펴보는 책이다. 마르크스는 스무 살 초반에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도 교직을 얻지 못해 취직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쾰른에서 국왕과 정부, 종교 세력에 맞서 진보적 주장을 펼치던 신생언론사 <라인신문>에 합류하여 정치현안과 언론의 자유에 관심을 두었다. <라인신문>의 편집장으로 정부검열에 맞서 신랄한 비판기사를 싣기도 했지만 주주들과의 생각이 달라서 편집장자리를 내려놓았다. 이후 <신라인신문>을 발간했지만 국외추방을 당하고, 몇 년 후 영국에 안착한 다음 <뉴욕 데일리 트리뷴>지의 유럽특파원 자격으로 10여년간 기사를 송고했다. 마르크스가 쓴 기사들은 대부분 시사논평의 형태를 띠었다고 한다. 때때로 대단히 공격적이고 날선 주장을 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하나하나 열거하고 분석하여 사실에 입각해 글을 쓰는 진정한 저널리스트였다는 것이다.
이 책의 역자는 2부로 된 이 책에서, 1부에는 1852년에서 1859년 사이에 <뉴욕 데일리 트리뷴>지에 송고한 기사 17편을, 그리고 2부에는 [임금노동과 자본]이라는 소책자로 묶어 출간된 연재기사를 번역하여 실었다. 그는 사건사고에 대한 기사보다는 마르크스의 장기적이고 보편적인 관점을 엿볼 수 있는 기사를 선별하였다고 말한다. 노동계층과 서민의 삶에 대한 기사와 함께 영국의 해외침략에 따른 외교문제와 무역정책에 대한 기사가 그것이다. 특히 2부에 실린 [임금노동과 자본]은 1847년 마르크스가 노동자를 위한 강연을 위해 준비한 것으로, 1849년 <신라인신문>에 다섯 번에 걸쳐 기사로 연재된 것이라고 한다. 기자 마르크스가 물질적 이해관계에 눈을 뜨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이 기사는 ‘자본론의 입문서’라 불리고 있다 한다.
마르크스는 <뉴욕 데일리 트리뷴>지에 송고하는 기사에서 기아로 굶어죽는 사람들, 지주들이 소작농들을 강제 추방하는 모습, 노동자들의 초과노동과 산재사고, 미성년자의 불법고용 등과 같이 당시 영국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을 다룬다. 그러나 그러한 기사보다도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기사작성 방법이었다. 당시에도 보수주의자들은 자유무역의 혜택으로 모든 계급이 번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코노미스트>와 같은 보수주의 잡지를 앞세워 데이터를 왜곡하고 빈곤은 노동자들의 과소비 혹은 게으름 때문이라는 기사를 싣고 있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그들이 제시하는 데이터의 맥락을 짚고 올바르고 논리적인 분석으로 그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그러한 기사들을 읽으면서 우리사회의 언론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맥락을 무시하고 어느 한 구절을 가져다 확대해석하기, 데이터의 조작 혹은 왜곡을 넘어 오용하기 등은 우리가 익히 보고 듣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반박하거나 혹은 그런 데이터를 올바르게 분석한 기사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볼 수 없지 싶다. 마르크스는 조금 장황하다 싶을 정도로 통계를 나열하기도 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그는 그러한 통계 하나하나를 열거하고 분석한다. 그만큼 자신의 주장에 대하여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물론 기자라고해서 모두 사회를 비판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비판이든 옹호든 자신의 주장이 객관적이라는 근거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저절리스트의 자격요건이고, 그렇게 볼 때 마르크스야말로 현재의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귀감으로 삼아야 할 전범(典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자는 저널리스트가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진실을 바탕으로 윤리적 보도를 하려는 신념을 진정성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러한 진정성이 없는 단지 무늬만 저널리스트인 사람들로 인해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지금 온 세계를 혼란으로 몰아넣는 가짜뉴스는 분명 그러한 사람들이 만들거나, 혹은 그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진실을 파악해 충분히 분석하고 편향 없이 자기주장을 전달하려고 노력한 마르크스야말로 진정성 있는 저널리스트였다는 역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그는 헤밍웨이와 오웰, 그리고 마르크스를 통해 무엇이 정의이고, 어떤 것이 사회의 보편적 가치인지를 따져보고 싶어 [더 저널리스트] 시리즈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제 헤밍웨이와 오웰을 만나봐야겠다.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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