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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8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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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008쪽 | 153*234*41mm |
ISBN13 | 9780099561361 |
ISBN10 | 0099561360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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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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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2차 대전 관련 글을 읽다 보면 자주 언급되는 이름이 여럿 있다. 바실리 그로스만은 그 중 하나다. 특히 피에 젖은 땅이라는 책에서 바실리 그로스만이라는 이름은 수도 없이 언급된다. 대체 누구일까 궁금해지다가 읽다 보면 소련측 종군기자라는 사실을 짐작하게 된다. 이 책 말미에서 저자 티모시 스나이더는 한나 아렌트와 더불어 그로스만을 언급하는데 특히 이 사람이 쓴 두 권의 저작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이 두 권의 책은 독소전쟁 당시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다룬 대하소설Stalingrad와 Life and fate이다. 이어지는 내용으로 1부 2부라고 생각하면 편할듯 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전작은 50년대 소련에서 출간됐지만 2부인 Life and fate는 체제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KGB의 의해 원고가 압수되어 그로스만이 60년대 사망한 시점에서도 출간되지 못하다가(200년동안은 출판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80년대 마이크로 필름으로 촬영한 원고가 서방측으로 밀반출되면서 가까스로 출판된다.그리고 이 책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걸작으로 인정받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말하려고 하는 Stalingrad는 이 소설의 1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소련에서는 이미 50년대 출판됐지만 영어로 번역된 건 불과 몇년밖에 안되는 작품이다.그래서 잊혀진 걸작이라는 평을 받기도 하는 것 같다.
소개하자면 본문이 890페이지(!!)에 달하고 등장인물은 수도 없이 많다.(이야기의 중심인 샤프시니코프 일가족은 가계도를 그려야만 했다.)다행히도 책 말미에 각 인물의 이름과 이들이 속한 곳(학교,공장,고아원 등)등이 정리돼 있어서 어느 정도 감을 잡으며 이해할수 있었다.덕분에 책 뒷편을 계속 펼쳐봐야 하는 수고로움이 더해졌지만...(특히 러시아 주요 도시 지명은 대강 알고 있었슴에도 지도에서 세부 지명은 계속 확인해야만 했다.)
일단 이야기는 41년6월 22일 바로바로사 작전부터 스탈린그라드 전투 개시 시점인 42년8월까지를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시기동안 소련은 계속해서 패배하고 밀려나는 상황의 연속이기에 지루하고 무기력한 느낌이 사뭇 진하게 느껴졌다.그러다가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졌다.(당연한건가?) 게다가 주요 인물중 사망한 사람은 거의 없어서 크게 비극적인 느낌 또한 적다.(그렇지만 후반 100페이지 정도 분량에서 묘사된 스탈린그라드의 참혹함은 대단히 리얼하다.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들이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알 수 있다.)
2부인 Life and fate를 약간 읽어본 바로는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2부는 비극 그 자체이며 평가 또한 스탈린,히틀러 양 체제를 모두 비판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그렇기에 출판 금지된게 당연하고.(특히 유대인 수용소에서 학살당하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겨우 14페이지에 불과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 쉰들러 리스트보다 훨씬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왜 번역가 로버트 챈들러가 이 편지가 Life and fate의 핵심이라고까지 말하는지 이해가 된다. 이 편지를 지금 이곳에 소개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 그에 비해 1부인 Stalingrad는 체제 비판적인 느낌은 전혀 없고 결국 소련이 파시스트를 물리치고 이길 것이라는 긍정적인 다짐 혹은 체제 긍정적인 색채가 강하다.(그렇기에 출판이 허용된게 당연할지도?)
그런 면에서 1부인 Stalingrad는 읽는 재미랄까 감동은 덜한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쉽게 폄하할 수는 없는 게 당시 주요 전투를 직접 목격하고 수많은 소련 국민과 함께한 그로스만이 다양한 직업과 나이대의 인물들을 통해 소련인의 눈에 비친 전쟁을 그려냈다는 점때문이다. 톨스토이와 달리(전쟁과 평화를 쓸 당시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후 한 세대가 지난후였다) 전쟁 자체를 직접 목격하고 몸으로 겪은 소련 작가가 소련 국민들의 이야기를 썼다는 점 자체만으로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공장 근로자, 군인,보육원 아이들과 교사,의사 등 수많은 인물의 관점에서 전쟁을 다루고 있다.)
2부인 Life and fate의 전작이라는 점이라는 이유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이 소설 자체가 가지는 강점은 이런 부분에 있으리라. 그렇지만 읽으라고 권하기는 어려운 게 독소전쟁의 주요 흐름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주요 전투(예:키에프 포위전), 소련측 독일측 장군(구데리안,클라이스트,파울루스,주코프,츄이코프 등),소련 지명(민스크,스몰렌스크,오룔,툴라,로스토프 등)을 보면서 이해할수 있었지 이런사전 지식이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꽤 크다.그럼에도 2차 대전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직접 독소전쟁을 목격한 작가의 눈에 비친 러시아 국민들의 삶과 전쟁이 그들에게 준 영향을 생생하게 느낄수 있으리라. 닥터지바고, 전쟁과 평화를 능가하는 20세기의 걸작이라 불리는 이 두 권의 소설이 언젠가는 한국에도 소개되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독일군에게 학살된 바실리 그로만이 사후 20주년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를 인용하면서 마치고자한다. (그로스만은 이 두 권의 소설에 자신과 어머니를 모델로 한 캐릭터를 등장시킨다.아마 이때문에 이 책을 살아 있는 존재로 생각한 것 같다고 번역자 로버트 챈들러는 언급한다.)
I am you, my dearest. As long as I am alive, then you are alive too. And when I die, you will continue to live in this book, which I have dedicated to you and whose fate is similar to your own fate.
사랑하는 어머니, 저는 어머니 자신이에요. 제가 살아 있는한 어머니 또한 살아 있을거에요.그리고 제가 죽었을때도 어머니는 이 책에서 계속 살아 있을거에요. 이 책을 어머니에게 바칩니다. 이 책의 운명은 어머니의 운명과 닮았군요.- (KGB는 Life and Fate를 압수해 적어도 200년동안은 출판되지 못할 것라고 말한다. 그리고 50년뒤인 2013년 이르러 작가의 친필 원고는 세상에 공개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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