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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3년 04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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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0쪽 | 450g | 153*224*20mm |
ISBN13 | 9788997712045 |
ISBN10 | 8997712047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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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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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개념 있다”는 표현이 종종 사용되는 것을 본다. “개념있는 젊은이, 개념 있는 연예인”과 같은 말은 대단한 찬사로 여겨진다. 어쩌다 단지 “개념 하나 있다”는 평가가 그리 대단한 것이 된 것일까? 이는 아마도 “개념 없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그런 행태들이 오늘날 넘쳐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오늘날 우리사회가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고 하지만 보릿고개를 회자하던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하나의 “풍요의 시대”를 향유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가 다른 한편 “상실의 시대”임을 보여주는 수많은 징후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람들은 이 상실의 근원을 찾아 여러 관점, 여러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부단한 노력들 가운데 아주 “개념 있는” 시도를 하고 있는 책이 바로 이 글이 추천하는 소준섭 박사의 “정명론”이라 할 것이다.
“정명론”이란 正名의 한자뜻풀이 그대로 “바른 이름”, 즉 “바른 개념”을 찾으려는 저자의 의도를 요즘말로 하면 “돌직구”처럼 정직하고 명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의 “정명”을 향한 날카로운 돌직구는 먼저 우리 언어와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잘못된 이름”, “거짓된 이름”(虛名)을 거침없이 까발리며, 때론 “바른 이름”을 제시하고, 때론 이름을 찾는 고민에 독자를 함께 초대하기도 한다.
저자가 이러한 쉽지 않은 고민들을 안고 골몰하는 것은 그가 서문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개념 있는 언어의 사용이 개념 있는 삶의 요체”라는 그의 언어철학적 인식과 명실상부·지행합일을 지향하는 그의 확고한 생활·정치철학에서 비롯된다. 바로 이 때문에 사실 언어의 유희에 빠질 위험이 큰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방대한 그의 지식을 활용하면서도 공허한 현학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시종 역사와 현실의 맥락을 잃지 않으면서 정명을 향한 역작을 엮어내고 있다.
누구나 세상을 살다보면 일이 험하게 꼬이는 상황에 처하여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나?” 한탄할 때가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털끝만큼의 작은 잘못으로 인하여 천리의 착오가 생긴다.”(陳書)는 금언은 이런 상황에서 어긋나기 시작한 그 첫 실마리를 바로 찾아야 한다는 지혜를 가르쳐준다. 이 책은 그 “어쩌다가?”의 답이 바로 우리의 사소한 “개념 없는” 언어생활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지적해주며, 우리 언어생활의 개념없음에서 비롯되는 재앙적인 사회적 결과에 대해 차분하면서도 도발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우리 의식과 언어생활의 구석구석을 지배하고 있는, 지금 이 글마저도 그 혐의로부터 자유롭기 힘든, 일본식 용어들이 우리 삶에서 빚어내는 현재진행형 “언어판 식민지근대화론” 지적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심각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가? “대통령”부터 “노동조합”까지 그 “이름”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는 날카로운 지적 앞에서 우리는 과연 머리부터 발끝까지 “개념이 없이” 살아온 것은 아닐가 짚어봐야 할 것이다. “애인”에게 “명품”을 사주었다는 말의 “개념 있음 또는 없음”에 대해서도 독자들이 직접 관심있게 이 책에서 확인해 보길 권한다.
법을 공부하며 우리 법률용어에 대해 나름대로 비판적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특히 “법률용어의 정명”을 위해 과감하고 신랄한 문제제기를 해준 저자의 노력에 부끄러운 마음으로 감사할 뿐이다. 기껏 “법률용어의 순화”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져 온 법조·법학계의 작업들이 얼마나 소심하고 패배적인데 그치고 있는지를 짚어보게 만드는 책이다.
소준섭 박사는 생생한 대한민국정치 현장인 국회에 재직하며 몸소 관찰하고 체험한 국회용어, 공직용어와 정치현장 속에서 “정명”의 대수술이 필요한 부분들을 심도 있게 지적하는데 이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국회”도 왜 그 명칭부터가 문제인지와 정치인들이 그리도 좋아하는 “국민”도 그냥 넘어갈 대상이 아님을 짚어준다. 국회의 주인으로 알았던 (국회)“의원”들이 의회민주정치의 꽃으로 일컬어지는 상임위원회에서 사실은 소속 관료들에게 “전문+위원”이란 명칭을 내어주고 스스로를 주변화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대해 지적하는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는 독자라면 왜 우리 국회와 정치가“일본식”과 “개념 없음”으로 점철되어 “명실상부”와는 아직 거리가 먼 지를 그 언어사용으로부터 꿰뚫어 보게 될 것이다. 특히 저자의 재직현장을 다루는 “국회도서관 정명론”에는 명실상부하게 입법지원조직인“의회도서관”다운 국회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그의 애정 어린 비판이 집약되어 있다. 자신 스스로 공직자로서 그가 설파하는 공공영역의 정명론에 관한 서술에서는, 우리 공공영역에 결핍된 “공공성”의 문제를 외국어와 외국정보에 대해 공부하는 자세와 노력을 더하여 공무원정명론으로 발전시키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흔히 박지성 선수를 두고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축구선수라고들 한다. 굳이 저자의 다른 역작들을 제쳐 두고 이 책 하나만으로 보더라도 소준섭 박사는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학자요 공직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전문연구팀도 해내기 쉽지 않은 프로젝트를 홀로 감당해 오며 저자가 겪었을 애로사항들을 생각해 볼 때 그저 조용히 경의를 표할 뿐이다. 다소 고증이 아쉬운 부분들에 대해서는 아직 진행형인 “정명론프로젝트”의 후속을 기대하고 싶다. 이 책이 독자들의 좋은 반향을 얻어 “사이버정명론플랫폼”과 같은 형식으로 발전하여 독자들과 함께 정명사회를 가꾸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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