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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20년 03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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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800쪽 | 152*225*40mm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9월의 굿즈 : 디즈니 캐릭터 태블릿&노트북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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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나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싫어한다기보다는 12회, 16회, 심지어 그 이상 이어지는 시간 동안의 긴장감을 견디지 못한다.
이렇게나 엇갈리는 두 사람은 언제쯤 서로의 마음을 알아챌 수 있을까? (제발 말을 하라고!!)
주인공은 위기에서 잘 벗어날 수 있을까?
앗, 그 문을 열면 안돼!
오히려 드라마에 심하게 몰입하는 성향 탓에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만나기보다 2시간으로 압축된 영화를 더 선호한다(음..적고보니 그저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지 못하는 것일지도).
그런 나지만 흔치 않게 꽂힌 드라마는 대본집까지 구해 읽곤 하는데, 노희경 작가의 작품들이 그러하고,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가 그러하다(아쉽게도 ‘도깨비’는 대본집이 아닌 소설로 출판되었지만). 그런 내가 보지도 않은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대본집을 읽게 된 건 순전히 얼마 전 강의를 들은 ‘데이터 교육’ 탓이다(이제서야 ‘스토브리그’ 이야기의 시작이다ㅎㅎ).
교육시간 강사님이 ‘데이터의 분석’에 대한 예로 보여준 짧은 영상이 바로 ‘스토브리그’의 한 장면이었다.
화면에 뜨는 커다란 활자.
‘왜 임동규는 드림즈를 나가야 하는가’
승수 임동규의 유일한 약점이라고 흔히들 하는 말이 있습니다. ‘더위에 약하다’ 그런데 프로야구순위는 여름에 결정됩니다. 더위에 약한 선수가 아니라 순위 경쟁 때 힘을 못 내는 선수입니다. 우리는 꼴찌가 확정된 후에 홈런을 뻥뻥 때리는 임동규가 왜 그렇게 절실하게 필요하죠? pp.128-129
팀의 간판스타인 임동규를 트레이드하기 위해 백승수 단장이 프런트를 상대로 프레젠테이션 하는 장면을 본 순간, 아 이 드라마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백승수 단장 역의 배우 ‘남궁민’도 한몫 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나는 드라마를 책으로 읽기로 하고 두 권의 대본집을 구매했다.
만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프로야구단 ‘드림즈’에 신임 단장이 부임한다. 바로 앞에서 언급한 백승수. 그런데 그의 이력이 묘하다. 그가 맡은 팀들은 우승을 거머쥐지만 그 기쁨을 오래 누리지 못하고 해체 수순으로 접어든다.
씨름단, 하키팀, 핸드볼팀의 단장을 맡았고 그의 손을 거친 팀들은 늘 환골탈태의 과정을 거쳐 값진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가 맡은 모든 팀들은 비인기종목에 가난한 모기업을 둔 팀들로 우승 이후에 해체를 경험하게 된다. p.14
긍정과 부정이 오가는 그의 이력은 그렇다치고, 그러면 ‘백승수’라는 인물의 됨됨이는 어떠할까? 스포츠 드라마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열정과 포용력을 바탕으로, 선수들과 함께 땀과 눈물을 흘리며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리더를 기대했다면 다소 멈칫할 법하다. 주변 사람들에게만 냉소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도(어쩌면 자신에게 가장) 차가운 이가 바로 그다.
단 한 번도 즐기면서 일해본 적이 없고 환희에 가득 차야 할 성공의 순간에 그는 한숨을 돌린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 강자라면 그는 해당외지 않는다. 주어진 상황 앞에서 조금의 여유라도 부렸다면 그에게는 한 번의 실패가 기록됐을 것이고 한 번의 실패는 그를 주저앉혔을 것이다. p.15
그는 야구를 잘 알지 못한다. 아니, 즐기지 못한다. 어디 야구만일까, 그가 거쳐온 씨름, 하키, 핸드볼 그 무엇도 그는 즐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글을 읽을수록 처음에는 당황스럽던, 내심 실망스럽기 까지 하던 그의 속마음이, 그 안에 숨겨진 상처가 보인다. 회를 거듭할수록 그가 꽁꽁 숨겨둔, 자신을 향한 가시를 하나씩 뽑아내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백승수’의 모습을 지키고, 또 그런 모습이 그다워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드라마의 이야기를 구구절절하게 쓰지는 않으려 한다. 그저 어느 곳이건 사람들의 이야기는 참 많이도 닮아 있다는 것을, 서로 상처 주고 그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미워했다가 믿었다가 다시 미워하는 그런 답 없는 이야기라는 말을 하고 싶다(아, 물론 그 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싫은 사람이 있는 것 역시 어쩔 수 없을 게다). 그렇게 답 없고, 때로는 이 무슨 지지리 궁상인가 싶어 한숨이 절로 나기도 하는데, 자꾸만 그 안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눈길을 끈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드라마 속의 백승수도, 이세영도, 한재희도 그리고 현실의 나도 저마다의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스토브리그(Stove League) : 야구가 끝난 비시즌 시기에 팀 전력 보강을 위해 선수 영입과 연봉 협상에 나서는 것을 지칭한다. 시즌이 끝난 후 팬들이 난롯가에 둘러앉아 선수들의 연봉 협상이나 트레이드 등에 관해 입씨름을 벌이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p.9
*기억에 남는 문장
< 1권 >
성복 한쪽 면만 가지고 있는 사람 없습니다. 너무 믿기만 해도 안 되지만 너무 의심만 하지도 마세요. p.150
승수 팀장님은 고세혁 팀장님을 믿습니까
세영 네, 믿어요. 오래 봐온 분이에요.
승수 확인도 없이 정에 이끌려서 그럴 사람 아니야. 그게 믿는 겁니까. 그건 흐리멍덩하게 방관하는 겁니다.
세영 확인하는 순간 의심하는 거죠. 확실하지 않은 근거들보다 제가 봐온 시간을 더 믿는 거예요.
승수 (답답한) 확실하지 않은 근거... 그걸 확실하게 확인할 생각 안 하셨어요? p.174
재희 사람들이 야구를 책으로 배운다고 비웃고 그러기도 해요.
승수 ... 그렇게 비웃는 게 무서워서 책으로도 안 배우면 누가 저한테 알려줍니까. 그런 사람들이 알려줄 때까지 기다릴까요. 1년 뒤에도 야구 잘 모르는 게 창피한 거 아닙니까. p.191
재희 그래도 다행이에요.
승수 (보면)
재희 아까 봉투요. 뇌물 아니었잖아요.
승수 다행이요... 당연한 걸 다행이라고 하는 세상입니까. p.207
이창권 ... 그래서 지금 소 잃고 외양간 고치자고요
승수 고쳐야죠. 소 한 번 잃었는데 왜 안 고칩니까. 안 고치는 놈은 다시는 소 못 키웁니다. p.227
양원섭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승수 갑자기 잘하라고 팀장 시킨 게 아니라 하던 대로 하라고... 팀장 시킨 겁니다. p.234
< 2권 >
승수 모 안 좋은 일 있지
승수 (피식) 그냥 잘렸어요.
승수 모 (안도하며) 난 또 큰일인 줄 알고.
승수 ... 이런 게 큰일이죠.
승수 모 (어린 아들을 대하듯) 안 다치고 아픈 데 없으면 큰일 아냐. 잘렸으면 좀 쉬지. 뭐 하러 왔어. p.58
경민 왜 그렇게 말을 안 듣냐고오. 인마!!
승수 말을 들으면...
경민 (?)
승수 당신들이 다르게 대합니까.
(중략)
승수 말을 잘 들으면 부당한 일을 계속 시킵니다. 자기들 손이 더러워지지 않을 일을. 근데 조금이라도 정상적인 조직이면 제가 말 안 들어도 일을 잘하면... 그냥 둡니다. pp.131-132
승수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나 놓고,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압니다. 부끄러워할 건 없어도 자랑스러워하는 꼴은... 좀 민망하죠. p.132
승수 1985년도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지리학과 졸업생들의 평균 초봉이 10만 달러예요. 지금 환율 기준으로 1억 천만 원 넘죠? 왜 그런지 아세요
(중략)
승수 그 졸업생에 마이클 조던도 포함이 됐거든요. 평균의 함정에 속지 마세요. 너무 오래된 우승 통계얘기를 왜 하세요. p.166
강선 어차피 시구할 때 있지도 않을 놈이 왜 이런 걸 참견해!
승수 제가 없을 때 일어날 일이라고 대충, 아무렇게나 합니까. 국회의원들도 선거 앞두면 될지 안 될지 모르니까 쉬어야 됩니까? p.254
승수 성실한 태도를 보여주세요. 그리고... 제가 시켜도 마찬가지고요. 부당한 지시라고 하면 다들 최소한 한 번쯤은 저항해 보세요. 그렇게 하나씩 썩어간 겁니다. 우리 팀이. p.255
승수 저는 누군가를 닦달해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임미선 그게 무슨 말이에요
승수 행동하면 답이 나올 수 있는 분이.
임미선 (난가? 싶은)
승수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죠. 마음속에 있었던 불씨를 다시 지피는 건 스스로만 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p.359
미숙 야, 들어 봐. 사장이 미쳤으면 장사를 접지. 왜 그렇게 현수막까지 만들어서 물건을 파냐고. 장사꾼은 절대 안 미쳐. 밑지는 법이 없지. p.392
승수 전 의리라는 두 글자가 어떨 때는 선을 넘어서 더러운 걸 가리지만 그 자체를 나쁘게 보진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지켜야 될 의리 같은 게 있습니까. 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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