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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3년 03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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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804쪽 | 1,102g | 153*224*40mm |
ISBN13 | 9788949708126 |
ISBN10 | 8949708124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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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이세돌(프로바둑기사9단)과 알파고(구글 딥마인드 ‘바둑’인공지능)의 이른바 ‘세기의 대결’로 불렸던 바둑 대국은 국내외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최근 10년간 세계바둑계 최강자였던 인간과 인공지능 컴퓨터의 바둑 대결, 사람들은 ‘이세돌’의 승리를 믿었고 바랐지만 승부의 결과는 4대1로 패배하였다. 아직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믿었던 ‘바둑’, 수많은 ‘경우의 수’와 ‘직관’이 필요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선 것이다. 당황, 경악, 좌절로 이어진 패배의 충격은 컸으며 이후 국내엔 때 아닌 바둑열풍이 불었고,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도전과 미래 앞에 새삼스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 사회는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의 기반을 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인공지능 로봇의 시대가 불쑥 다가온 것이다. 영화 ‘터미네이터’를 보면 인공지능은 사람과 대결을 하고 인류를 지배한다. ‘영화처럼 인공지능에 의해 인류가 공격받지는 않을까. 우리의 일자리를 로봇에게 내줘야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든다. 예측은 하면서도 인지할 수없는 것이 바로 ‘미래’이기에,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은 지울 수 없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펼쳐든 것은 우연이었다.
작품은 1932년 출간되었는데 당시의 유럽은 전체주의 국가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무솔리니의 파시스트정권이,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아리안 인종의 유전적 우월성을 주창하며, 나치스가 정권을 잡는 시기였다. 히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유대인과 집시에 대한 박해와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다. 당시 인류를 유전학적으로 개량할 것을 목적으로 여러 가지 조건과 인자 등을 연구하는 ‘우생학’이 있었는데, 나치스는 학살과 더불어 생체실험도 일삼았다. 오늘날 생명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배아복제금지 및 엄격한 관리 아래 제한적 배아연구를 허용하는 ‘생명윤리기본법’ 등이 있으나, ‘생명윤리’의 문제는 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문명사회는 포드기원이라는 연호를 사용하며 ‘공동사회, 동일성, 안정’이라는 모토의 ‘세계국가’가 통제한다. 9년 전쟁의 탄저균폭탄 이후 세상은 새로운 시대로 바뀌어 예술, 종교는 억압되고 더 이상의 과학발전은 불필요하며 통제된다. 유전자조작, 배아복제 등을 이용해 수많은 ‘쌍둥이’ 인간들을,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제품처럼 만든다. 이때 인간은 배아변형을 통해 영리하고 어리석음의 정도에 따라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의 5가지 계급으로 나뉘며 이들은 각기 다른 색깔의 옷으로 구분된다. ‘금수저’와 ‘흙수저’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렇듯 ‘멋진 신세계’는 철저한 계급사회이다. 지금껏 인류의 ‘계급사회’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표현되어 왔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도 학자계급, 노동계급, 노예 등의 계급사회로 그려진다. 역사를 건너 근현대만 살펴보더라도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말할 것도 없고, 공산주의사회는 당원과 비당원으로, 자본주의사회는 빈익빈부익부의 양극화로 부의 계급사회를 이룬다. 인종차별 또한 다른 이름의 계급사회이다. 자유민주주의 종주국 미국에서 ‘링컨’의 노예해방선언(1863년) 이후에도 백인과 흑인이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된 것은, 1954년 ‘공립학교에서의 인종차별은 위헌이다’라는 판결이 있은 후부터라는 사실은 놀랍다. 더불어 현재 미국대선주자인 공화당의 ‘트럼프’후보는 아랍무슬림에 대한 노골적인 인종차별, 비하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높은 지지율을 얻는 현실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과거, 현재와 미래를 통틀어 우리 인류는 ‘계급사회’의 구조를 부정하고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인가. “알파에게는 알파의 일을 시킨다는 것이에요. 엡실론만이 엡실론다운 희생을 할 수 있어요. 그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게 되어 있고, 그의 운명은 스스로 어쩌지 못하도록 이미 결정되어 있다.“라는 말이 무섭게 설득된다.
어릴 때부터 계급의식은 수면교육, 최면교육을 통해 반복학습 된다. 이런 반복학습교육은 흡사 학생의 개별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선정한 교육내용을 학생에게 암기시키는 ‘주입식교육’과 같다. 전통적 교육의 형식주의에 반대하여 자유·경험·생활·창의 등을 존중할 것을 기본으로 하는 ‘진보주의교육’의 정신을 새삼 떠올려 본다. 반복학습을 통해 ‘책’과 ‘꽃’에 대한 거부반응을 형성시키는데 꽃은 인간에 감성을 만들어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일으킨다. 즉, 자연환경을 바라보는 감성은 소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비는 옛것을 없애고 새로운 물건을 대량생산하게 한다. 그러므로 꽃을 통해 얻게 되는 인간에 감성 따위는 필요 없는 사회다. 이런 논리는 문명사회의 경제를 통제하는 통치행위이다. 책 또한 옛것이기에 버려진다. 옛것은 고전을 뜻한다. 전해지는 인류의 역사, 정치, 문화, 예술분야 등을 통해서 얻게 될 고전의 가치를 배제시켜, 찬란하고 숭고한 인간존엄의 가치를 깨닫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그러므로 책에 대한 거부반응을 학습시켜 인문학을 금지하는 것 또한 정치를 통제하는 통치행위다. 문명사회의 책과 꽃의 거부반응 학습은 세계국가를 유지하는 정치, 경제적 안정화 정책인 것이다.
버나드와 레니나는 뉴멕시코 보호지역(야만사회)을 여행하던 중 그곳에 남겨져 아들을 낳고 살던 린다를 만난다. ‘병’에서 태어나는 문명사회의 아기들에게는 부모가 없다. 형제자매 또한 없다. 가족이 없는 것이다. 가족과 가정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인지를 문명인들은 모른다. 태생의 어머니를 갖는 건 그저 외설스럽고 불결할 뿐이다. 자연태생과 모유수유 등은 야만인의 것으로 치부된다. 가족은 출산을 통해 자신의 유전을 이어받는 생물학적 자녀를 낳아 종족을 번식시키면서 인류역사를 유지해온 인간적 행위의 뿌리이다. 인류는 지금껏 그렇게 존재해왔다. 문명사회는 가족을 부정함으로써 인간성을 상실시킨다. 린다의 남편이자 그 아들 존의 아버지가 자신을 아이슬란드로 숙청시키려했던 ‘인공부화 및 행동조절국’의 토마킨 국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버나드는, 토마킨을 저지하기위해 그 앞에 린다와 존을 데려온다. 야만인 존은 ‘멋진 신세계’를 찾아 영국 런던(문명사회)으로 왔지만 그가 겪게 되는 운명은 잔혹하다. 린다는 토마킨을 향해 사랑에 매달리고 존은 ‘나의 아버지’를 외친다. 하지만 토마킨은 이들을 부정하며 국장직에서 물러나 사라진다. 이 사건은 자연출산과 가족관계가 금지된 문명사회 내에 화제가 되고 야만인 존은 유명인사가 된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존은 단지 영화 ‘킹콩’처럼 밀림에서 문명사회로 데리고 온, 서커스 쇼의 킹콩을 보는 흥미일 뿐이다. 실의에 빠진 린다는 ‘소마’를 과다복용하고 결국엔 목숨을 잃는다. 어머니 린다의 죽음을 지켜본 존은 ‘가족’이 없고 ‘관계’가 없는 상실의 문명사회임을 자각한다. 사람들에게 소마는 독약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자유를‘외치며 소마를 던져버리지만 바뀌는 것은 없다. 문명인들에게 있어 ‘소마’는 행복을 주는 약이다.
문명사회는 통제수단의 보상으로 소마가 배급되고 자유로운 성관계가 장려된다. 소마는 정신을 지배하는 약으로서, 복용 후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편안함은 만족을 주고 만족은 개인의 안정을, 개인의 안정은 불만을 없애고, 불만이 없다는 것은 곧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며, 경제적·정치적 불만은 존재하지 않으며 국가는 지배계급에 의해 평화롭게 통제된다. 성관계는 감각의 영역이다. 감각에 길들여지는 문명인들은 육체관계를 통해 쾌락을 얻는다. 감성 없이 감각만 남은 인간에겐 사랑은 없고 동물적인 쾌락만 있을 뿐이다. 감각은 결국 감성과 대치된다. 감성은 사랑이다. 순간이 아닌 오랫동안 지속되는 인간의 본성이다. 육체관계를 원하는 레이나와 사랑을 원하는 존의 갈등은 결국 감각과 감성이 충돌하게 되는 문제이다. 문명사회, 더 이상 이곳에 ‘사랑’은 없다 가벼운 ‘쾌락’만이 존재할 뿐이다.
‘멋진 신세계’가 보여주는 문제는 인종, 계급, 가족의 문제이며 이는 곧 ‘관계’를 뜻한다. 가족은 해체되어 없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관계는, 통제된 사회의 계급과 감각에 의존하는 성관계뿐이다. 인간관계가 부정되는 문명사회에서, 인간성이 상실된 인류는 기계 톱니바퀴의 부속품처럼 주어진 역할만 하며 굴러가고 있다. 진리와 아름다움 대신에 편안함과 행복을 강요하는, 세계국가를 통제하는 10명의 국장 중에 1명인 서유럽주재 세계국장 무스타파 몬드에게 존은 ‘불행할 권리’를 주장한다. 현실의 우리에게는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행복추구권’이 헌법으로 보장된다. 국가권력이 간섭할 수 없는 자유권이지만 작품 속 행복은 철저한 통제와 간섭에 의해 만들어진 거짓 행복이다. 강요된 행복이 주는 허위에 맞서 존은 부정한다. ‘불행할 권리’는 단순한 부정이 아니라 거짓에 대한 진실의 요구이며 종교, 예술, 자유의 요구이며, 더 이상의 과학발전과 변화를 거부하며 안정을 내세워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지배계급에 대한 개혁의 요구이며, 이는 상실된 인간성회복을 위한 요구인 것이다.
문명사회를 적응할 수 없었던 야만인 존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랑’이다. 사랑처럼 인간다움을 잘 보여주는 것은 없다. 육체적 관계를 원하는 레이나를 거부하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한다. 레이나의 사랑을 원하는 존은 광적인 마조히스트의 자학으로 표출된다. 가벼운 쾌락이 아닌 진정한 사랑을 원했고, 문명의 지배논리에 맞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읊으며 진리와 아름다움을 갈망했던 존, 끝내 절망 속에 ‘신’의 구원을 부르짖다 자살로서 생을 마감한다. 그의 최후는 레이나와 신을 부르짖으며, 사랑과 구원을 찾아 떠나는 새로운 여정이다. ‘멋진 신세계’는 ‘유토피아’가 아닌 ‘지옥의 묵시록’이다.
작자인 올더스 헉슬리(1894~1963)는 영국출생으로 그의 가족은 친가와 외가 모두 집안대대로 생물학, 과학 분야의 학자와 문인이 즐비하였다. 성장배경과 가정환경으로 볼 때, 이 작품을 쓸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듯하다. 작자 스스로 ‘멋진 신세계’는 ‘미래에 관학 책이며, 과학의 진보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과학의 진보가 인간 개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인간이 어떻게 될 것인지, 고민해야하는 낯설고 흥미로운 단계에 섰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사회의 모습은 어떻게 그려져야 하는가. 이세돌은 알파고와의 바둑대결에서 연거푸 3패를 한 후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는 말을 남겼고 뒤이어 값진 1승을 거두며 깊은 감명을 주었다. 미래는 단지 인공지능과 과학발전의 이기에 맞서 싸우는 인류가 아닌, 바로 인류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며 그 선택은 현재 우리들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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