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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2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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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840쪽 | 1,168g | 152*225*40mm |
ISBN13 | 9791156332787 |
ISBN10 | 1156332788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08월 29일 ~ 2024년 10월 31일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2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책의 마지막 문장으로 시작해야할 것 같다. 장장 800여 쪽에 이르는 이 글 수신자의 실체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대한 서사시는 “비난과 자비의 질문에 무감각한, ‘왜’라는 질문이 결여된 엔트로피적 장관이 연출되는 ‘우주의 먼지들’에게 보내는” 것이다. 우리네는 끊임없이 ‘왜’라는 삶의 ‘의미’를 묻곤 한다. 그러나 인간의 정신이 미치지 못하는 광활한 우주의 차원에서 전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의미를 찾으려는 이러한 태도에는 인간 존재의 필연성이라는 오만함과 어리석음이 함께한다. 필멸이 가져오는 두려움, 그 공포를 잊기 위한, 살아가기 위한 불가피한 기능이요, 해석에 불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의미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야 할 뿐이다. 우주먼지에 불과할지언정 하나의 개체로써 자신의 개성을 조각하며 체계화된 원칙을 구축하여 삶의 어떤 형태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이 어떤 것일 수 있는지, 또한 쫓아야 할 궁극의 사유가 있다면 무엇일 것인지를 발견하는 여정이 바로 이 책의 지향점일 것이다.
이 여정은 17세기에서 20세기까지 4세기에 걸치고, 등장하는 인물은 행성의 공전주기와 궤도를 비롯한 행성운동의 법칙을 발견한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를 시작으로 최초의 여성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의 회원이 된 천문학자 ‘마리아 미첼’, 진실과 변화의 도구로서 예술과 사랑을 말한 시인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인간 본성의 모든 실재가 모이는 중심으로서 문학을 삶의 무기로 삼았던 최초의 여성 신문기자였던 ‘마거릿 풀러’, 그리고 삶의 비의에 천착했던 애머슨의 미친 시인이라 불린 ‘에밀리 디킨슨’과 우주와 자연에 대한 경외를 수려한 문학적 서사에 담아낸 해양생물학자 ‘레이철 카슨’에 이른다.
이들 중심인물에 더해 이들과 교우하고 사랑하며, 지성과 영혼을 잇는 사상의 계보로서 등장하는 너새니얼 호손, 허먼 멜빌, 캐럴라인 허셜, 메리 서머빌, 해리엇 호스머, 랠프 왈도 에머슨은 삶의 형태에 대한 다채로운 시야를 발견케 한다.
어쩌면 이 다양함으로 보이는 것들의 궁극적 지향은 “진실을 암호화하여 담고 있는 언어로서 ‘아름다움’”일 것이다. “아름다움의 필요성에 감탄하라! 그 밑에 우주가 숨어있으니.”라거나, 혹은 “아름다움은 지적인 정신이 이 세계를 연구하길 선호하는 형식”이라는 문장처럼 벗겨내야 할 대상으로서의 자연 법칙의 현현일 것이다.
즉 진실, 영원한 정적(靜寂)의 부존재를 향한 제왕나비의 날갯짓, 생명주기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그 광경의 아름다움만큼 자연스러운 것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우주의 비의를 탐색하는 과학과 인간의 마음과 세계 모습을 그리는 예술의 결합은 그래서 진리의 발견, 어떻게 삶의 의미가 만들어져 가는지 관찰하는 존재론적 탐사의 시간이 된다.
이 탐사는 지구의 공전을 알리기 위해 달나라를 항해하는 젊은 천문학자를 주인공으로 한 천문학자 케플러가 쓴 SF소설 『꿈(Somnium)』이 말하려는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내려는 가능성에의 도전이 될 수 있으며, 한 사람을 만드는 어떤 장소의 무시할 수 없는 역할로서의 '장소의 정신(genius loci)'에서 비롯되는 고매한 지성의 발현을 작은 섬 낸터킷의 여성 천문학자 마리아 미첼의 시와 천문학의 교차점에서 읽어 낼 수도 있다. 그리곤 낸터킷 애서니엄의 대중강연을 위해 찾은 시인 랠프 왈도 에머슨과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과 미첼을 잇는 연결고리에서 에머슨의 정신적 연인인 19세기 여권시장을 외친 마거릿 풀러와의 사랑을 발견하게도 된다. 여기서 우주의 작은 조각, 우주 먼지에 불과한 인간 개체라는 인식에 도달하면 “일부는 꽃이며 일부는 땅인 것은 모두 하나였다.”라는 에밀리 디킨슨의 서간집의 한 문장에 이르러 전 세계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며 우리는 그 자체라는 자연의 비밀, 진리로서의 사랑에 도달하기도 한다.
진실과 아름다움을 나누길 거부했던, 은둔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과 오빠의 아내가 된 수잔과의 사랑은 “지성에는 성별이 없다.”는 선언과 함께 동성간의 사랑을 우주적 아름다움, 진리의 경지에 올려놓는다. 『모비딕』의 작가 허먼 멜빌의 너새니얼 호손을 향한 사랑, 마리아 미첼의 아이더에 대한 사랑, 마거릿 플로의 사랑의 이해에 대한 변화, 레이철 카슨과 도로시와의 동성의 사랑이 더없는 존재의 충만함으로 느껴지는 까닭이 된다.
한편 이 책은 재능에 대한 칭송이기도 하다. 이것은 인간 개체에 주어진, 혹은 내재된 ‘의무에 충실한 삶’으로서 세계의 변화를 일궈낸 책 속 인물들의 속성이기도 하며, 에밀리 디킨슨의 글처럼 “애정의 연소이며, 헌신에서 비롯되는 고양감”이기도 하다. 인생을 실현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라 칭송하는 이 책의 저자 마리아 포포바의 말처럼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로 한 선택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가능성을 넓혀주고 그들의 삶을 확장시켜주는” 행위야말로 영혼 충족의 유일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생태계에 대한 보전, 환경보호의 고전이 된 『침묵의 봄』을 쓴 해양생물학자 레이철 카슨의 또 다른 걸작 『바다의 가장자리』 에는 “도로시와 스탠리 프리먼에게 바칩니다.”라는 헌정사가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도로시와의 사랑을 우주적 진리로 묘사한 문장을 인용하며 이 책의 소감을 마쳐야겠다.
“광기는 관습으로 포장된 길을 벗어나 우라니아(urania)적 우주의 문턱을 잇는 일에서 비롯되는
광기였다. 이 우주에는 범주를 초월하고, 문화적, 생물학적 책무를 초월하며, 가장 정확하고
시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조차 초월하는 사랑이 존재한다.” - P 699 中에서
광활하며 비감하기조차 한 우주의 작은 먼지에 불과한 필멸의 존재인 우리네가 항시 묻는 ‘의미’에 대한 한 조각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또한 그 속에서 사랑과 재능이라 불리는 애정의 연소와 헌신의 고양감을 매혹적인 시인들과 과학자의 삶에서 우주와 자연의 아름다움이라는 진리, 그 비의(秘義)에 감히 다가가는 호사를 누렸음을 시인하게 된다. 마리아 포포바의 이 책이야말로 재능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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