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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13년 05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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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6쪽 | 455g | 153*224*30mm |
ISBN13 | 9788959892211 |
ISBN10 | 8959892211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09월 13일 ~ 2024년 10월 15일
2024년 09월 05일 ~ 2024년 11월 01일
2024년 09월 12일 ~ 2024년 10월 16일
[클래스24] 『트렌드 코리아 2025』 이향은 저자 북토크
2024년 09월 06일 ~ 2024년 10월 24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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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불편을 팔다
지금도 유행하고 있는 이케아 서랍장을 지인이 주문을 했었다. 깔끔한 디자인에 주문을 했는데 그 제품이 반 조리 음식처럼 반 조립 제품인지 몰랐던 것이다. 무거운 철재가 가득 담긴 상자가 집 앞에 놓이자 숨이 막힌다며 도와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나름의 요령만 안다면 여자 혼자서도 조립 할 수 있을 정도의 철제 서랍장이긴 했지만 이케아 제품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디자인에 혹해 주문하여 받게 된다면 당황스러운 상황은 위와 같은 모습이 계속 연출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케아 제품이 많이 팔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케아 제품의 기업 모토가 좀 더 싸게, 많은 제품을 파는 것과 같이 많은 사람들은 이케아 제품하면 조금 불편하게 스스로 조립을 해야 하지만 싼 가격에 괜찮은 질을 가진 제품을 살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이케아 제품에 그대로 녹아 있어 모던하지만 싸고, 가겹고 흔하지만 조잡하지는 않은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케아 제품이 한국 시장에 나타난지 몇 년 됐는데 아직 매장은 가보지 못해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대한 총평을 할 수는 없다. 다만 한국 매장이 생기면서 이케아 제품은 확실히 인터넷 사이트에 훨씬 많은 제품 소개를 볼 수 있었고, 주변에 유명한 서랍장이나 옷걸이 등을 볼 수 있다.
[이케아, 불편을 팔다]는 이케아가 이토록 많은 나라에서 지점과 점포를 늘리며 승승장구 할 수 있는 이유들을 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케아라는 한 기업을 통해 세계 전반에 걸쳐있는 경제 성장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보다 이케아를 세운 잉바르 회장에 대한 평전과 같은 책이 되어버렸다. 얼마 전 스피드 패션에 선두에 있는 자라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그 책 또한 자라 성장 과정과 그의 기업 철학, 앞으로의 패션 전망에 대한 얘기보다 자라 회장에 대한 찬사가 전반이라서 책을 읽는 동안 많이 불편했는데 이 책 또한 이케아가 성장 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적인 요인을 얘기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잉바르 회장에 대한 성장과정이 훨씬 많아 자서전을 읽는 기분이었다.
책의 서문 중에 “어떻게 이 스웨덴 기업이 세계 최대의 가구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까?”로 시작했지만 사실 회사의 성장이면보다 잉바르 회장이 점점 커지는 회사를 통해 많은 수익을 얻자 그 수익의 세금을 좀 더 줄이기 위해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는 것을 보며 개인의 윤리는 그닥 좋지는 않다는 생각에 잉바르 회장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
하지만 가격과 품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스웨덴에서 그리고 유럽에서 이케아 가구하나쯤은 모두 가지고 있을 만큼의 유명한 회사로 거듭났다는 점은 그의 기업 윤리를 떠나 그의 성공의 한 단면은 대단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의 성실하고 부지런한 모습은 매우 존경받고 싶다. 그의 그런 이면을 지금의 우리나라 CEO들이 본받았으면 좋겠다.
드라마에서도 높은 자리에만 올라가면 바로 거만해지는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던가. 그런 모습으로 기업을 이끈다는 것은 밑에 직원들에게는 재앙이다. 좀 더 현명하고 부지런하고 솔선수범한 상사가 좋은 회사를 만들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좀 더 부조리하고 거만하고 사악한 사람들이 훨씬 많은 이윤을 내는 회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인 것이다.
하지만 그가 낮은 가격으로 더 높은 매출을 올리는 것이 기업의 최고 논리였으니 그 밑의 사람들은 얼마나 고민과 고생이 많았을까. 싸게, 더 싸게 팔아내며 이윤을 더 많이 내야 했으니 만들어지는 기획 단계에서 얼마나 머리를 쥐어짜며 있었을지.
“우리는 디자인이 아름답고 기능이 뛰어난 가구와 집기들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구매 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야 한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려면 어떤 노력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경쟁자들과의 확실한 가격 차이는 필수적이다.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언제나 가장 저렴한 매장이어야만 한다.” P179
잉바르 회장의 철학은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만족스럽다. 싸게 그리고 디자인도 아름답게라니 얼마나 만족스러운 제품인가. 다만 이 아름다운 제품을 좀 더 싸게 하기위해 고객이 직접 조립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불편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케아 제품을 하나 조립을 해 보았지만 사실 그 철제 제품은 무서워서 여자 혼자 조립하기 어려웠다. 지인도 나에게 전화를 하며 괜히 샀다고 후회를 했었다. 이케아 제품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지인처럼 후회를 하고, 가족에게 신뢰를 잃고 아이들에게는 존경심까지 잃게 되었다는 어느 고객의 말은 그냥 지나칠 얘기가 아니었다. 대개는 조립 자체가 기대했던 것보다 힘든 경우가 훨씬 많았다. 절망한 고객들은 이케아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조립이라는 제품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고객들을 등지더라도 이케아 제품은 여전히 많이 팔리고 있다. 이것은 모든 수고에도 불구하고 이케아 매장을 찾는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이케아가 제공하는 것들에 만족하고 있다. 많은 불평이 있지만 그들을 제외하고도 많은 이들이 이케아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에는 이케아 제품은 고객이 혼자 결정하고 혼자 사고, 혼자 조립하는 과정에 있으니 참 아이러니 한 일이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케아가 얼마큼 더 성장할지 모르겠지만 책을 통해 유럽의 CEO들은 표면적일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들의 경영철학을 내가 얼마나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부지런함은 우리나라 윗분들이 좀 배웠으면 좋겠다. 나날이 바빠지는 세상에 반 조리 음식들과 인스턴트 음식이 판을 치는 세상에 반 조립 제품이라니 역발상이 아닐까. 시간을 투자해 조립을 해야 하는 서랍장이라니, 이 바쁜 세상에. 그렇지만 싼 가격으로 예쁜 다자인을 한 가구가 집에 장식되어 있으니 시간을 빼앗겼다는 생각보다 돈을 절약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참, 더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케아의 불편이 싫지는 않지만, 간혹 조립을 하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나의 무딘 솜씨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하자.
이케아의 2012년 매출은 422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홈디포, 로우스에 이어 세계 3위의 가구업체이다. 직원 수는 15만 4천 명에 이르며 2012년 매장 방문객은 무려 7억 7,600만 명이나 된다. 2013년 4월 현재 전 세계 41개 국가에 341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데, 마침내 한국에도 진출한다.
가구 공룡으로 성장한 이케아가 탄생한 곳은 스웨덴 남부의 조그마한 마을이었다. 뭐든 팔기를 좋아하던 소년 잉바르 캄프라드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용돈으로 17살에 조그마한 잡화점을 오픈했다. 이렇게 출발한 이케아가 통신판매업을 거쳐 오늘 날에 이른 것이다.
1943년 스웨덴 직업고등학교 학생이었던 잉바르 캄프라드에 의해 출범한 이케아IKEA의 이름은 잉바르 캄프라드 엘름타리드 아군나리드의 약자이다. 흥미로운 것은 엘름타리드는 그가 자라난 스웨덴 남부 숲 속의 농장 이름이고, 아군나리드는 농장 근처 마을의 이름이다.
기업의 뿌리는 스웨덴이지만 지난 30여 년 동안 이케아는 독일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74년 독일 뮌헨 근교인 엘힝에서 첫 번째 가구점을 개설한 이래 2013년 4월 현재 46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미국(38개), 프랑스(29개), 이탈리아(20) 등 유럽 국가들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홍콩, 말레이지아, 대만, 싱가폴, 태국 등 아시아에도 진출해 있다.
광명지역 중·소상인들이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세계 최대 가구기업 이케아의 KTX광명역세권 입점을 반대하는 1인 상복 시위에 나섰다. 광명시 가구협회 등으로 구성된 이케아 광명입점저지 대책위원회 회장단은 14일 오전 8시 서울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1위 시위를 벌였다. - 전자신문(2013년 5월 15일) 중에서
지정학적으로 스웨덴은 나라의 반 이상이 숲으로 덮여 있어서 가구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일이 별로 놀랄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케아가 일상생활과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세계 최강자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이 단지 나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들이 어떻게 했길래 이런 일이 가능했을지 살펴 보도록 하자.
독일 슈피겔과 슈테른 기자로 일했던 저자 뤼디거 융블루트는 이케아의 역사, 성공전략을 추적하며 이 이유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공한다. 이케아는 조립식 콘셉트, 매력적인 디자인, 낮은 가격 등 독특한 요소로 많은 수요자들을 열광시키면서 성공신화를 쓸수 있었던 것이다.
이케아는 첫 번째 카탈로그에서 고객들이 직접 조립하는 '막스'라고 명명한 탁자를 선보였다. 손쉬운 운송을 위해 탁자의 상판에서 다리를 나사식으로 분리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는 카탈로그 제작을 위해 고용한 젊은 광고그래픽 전문가 길리스 룬드그렌의 아이디어였다.
이 아이디어는 점점 더 많은 가구에 적용되었다. 이 방식을 적용한 이유는 작고 얇게 포장해서 운송비를 절약하기 보다는 당초 배송과정에서 파손되는 양을 줄이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파손율은 이케아가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던 걱정이었다. 실제로 많은 가구들이 고객들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파손되기에 보험회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룬드그렌은 가구 디자인을 변형시키는 기술에 관한 한 거의 천재적이었다. 그는 몇 가지의 변형만으로도 이케아를 표절 시비로부터 보호했다. 가구 전문 기업 둑스가 이케아를 수차례 법정으로 불러냈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혐의를 증명해 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사실상 이케아는 가구업계의 부랑아 취급을 받았다. 게임의 규칙을 지키지 않고 저가 제품으로 가격 질서를 파괴시킨 이단아라는 이유에서다. 가구판매상조합은 심지어 계속 이케아에 납품할 경우 기존 업체로부터 더 이상 주문받지 못할 것이라는 협박성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많은 생산업체들이 압력에 굴복하고 이케아와의 추가 계약을 포기했다.
1950년대 스웨덴은 독일의 라인강 기적처럼 기적에 가까운 경제 성장을 경험했다.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기업과 공장들이 조금도 피해를 입지 않은 덕분이었다. 또한 1950년 6월의 한국 전쟁에서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때 스웨덴 산업은 활기차게 움직이며 붐을 일으켰다. 2차대전이 끝나자 수만 명의 농부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다. 작은 신축 건물에 둥지를 튼 그들에게 저렴하고 현대적인 가구가 필요했다.
1958년 이케아는 정식으로 엘름훌트에 가구 매장을 세웠다. 5년 전 제재소를 개조해 만들었던 가구 전시장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 매장은 당시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이미 맣은 사람들이 원하는 가구를 자신의 자동차에 싣고 가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우리는 디자인이 아름답고 기능이 뛰어난 가구와 집기들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야 하다" - 잉바르 캄프라드
이케아는 여러 산업체들이 생산 과정에서 습득한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활용할 줄 알았다. 그래서 가구를 한 번도 생산한 적인 없어도 협력업체로 선정한다. 쇠로 만든 다리가 달린 탁자는 슈퍼마켓의 쇼핑카트 제작업체가 만들었다. 1970년대의 플라스틱 의자 '스코파'는 플라스틱 접시와 양동이를 생산하는 업체가, 철제 서랍장은 소련군에 캐비넷을 납품하던 업체가, 1990년대의 금속 빨래 바구니는 통조림 제조업체가 만들었다.
이처럼 이케아는 상품을 개발할 때 제일 먼저 가격을 정한 후 협력업체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가격 전략을 지켜나갔다. 이는 마치 일본의 자동차 기업들에게서 볼 수 있는 원가절감 협력관계다. 그렇기에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케아는 분명하게 높은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다.
이케아의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과 실용성을 강조한다. 스칸디나비안 스타일로 불리는 이런 경향은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에서 1930년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단순함, 미니멀리즘minimalism, 기능성이 바로 그 핵심이다.
이케아는 문짝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알게된 생산 방식으로 '보드 온 프레임board on frame'이라는 기술이 있다. 이는 하나의 틀 양쪽으로 얇은 건축용 섬유판을 붙이는 기술이다. 속이 텅 빈 문에 단단한 원목 같은 겉 표면을 붙여 낮은 비용으로 튼튼해 보이는 장롱, 책장, 탁자를 생산할 수 있었다. 보기에도 좋고 값까지 저렴하니 금상첨화였다.
1994년, 이케아는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맞아 도시 곳곳에 '민주적 디자인'이란 모토를 담은 광고를 붙이고 야심찬 디자인인 'PS 시리즈'를 전시했다. 이 가구들은 스테판 이터보른, 토마스 산델, 토마스 에릭손 같은 디자이너의 작품이었다. 아방가르드 향기가 풍기는 PS컬렉션은 여러 차례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하다가 지금은 이케아 품목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잉바르 캄프라드는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무언가 사치스러운 것, 과도한 것, 거의 무가치한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 스테판 이터보른
우리가 식당에 가면 물은 셀프다. 이케아도 셀프서비스를 전략으로 삼아 세계 가구 시장의 공룡기업이 되었다. 우리가 가구를 구매하면 매장에서 이를 트럭에 실어 집까지 옮겨주지만, 이케아의 경우는 손님이 직접 가구 부품을 골라 집으로 실어가서 조립하도록 했다.
이케아의 이러한 전략은 비용절감으로 이어졌다. 손님이 직접 선반에 놓여 있는 가구 부품을 꺼내도록 해 매장 직원 수를 줄여 인건비를 절약했다. 또한 가구를 조립, 배달하는 비용도 아낄 수 있었다. 완제품이 아닌 납작하게 포장된 플랫팩flatpack 가구를 창고에 보관함으로써 공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이케아는 스스로를 서비스 업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구 판매에서 발생하는 작업량의 80퍼센트를 고객들이 스스로 처리한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선반에서 찾아 계산하고 집으로 가져간다. 집에서 힘들여 조립하게 만든다. 가격이 엄청 싼 대신에 설명서를 보면서 끙끙대고 가구를 조립해야 애착이 남달라진다고 믿는다. 이렇게 이케아는 불편을 팔고 있다.
"잉바르가 자기 기업 최고의 고객으로 열심히 이케아 물건을 사 주지 않았다면 이케아는 예전에 문을 닫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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