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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3년 05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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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284쪽 | 3,378g | 크기확인중 |
2024 노벨 경제학상 대런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 제임스 A. 로빈슨
2024년 10월 15일 ~ 2024년 11월 15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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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어떻게 읽을까? 사람마다 어떤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지는 개인적 맥락과 상황, 독서 이유 등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나는 총균쇠가 학술서의 성격을 지닌 대중서로서 과학적 사고에 기반한 인과관계 추론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총균쇠를 통해 학계의 연구자 집단이 어떻게 사고하는지 알아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핵심 문제인 글로벌 불평등은 왜 북반구에 부유한 국가가 집중되어 있고, 남반구의 나라들은 주로 가난한지에 대해 다루는 개념이다. 총, 균, 쇠는 이러한 글로벌 불평등이 왜 지속되는지 묻고 그것에 답변하는 책이다.
학술적인 글들을 이해할 때가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입증하고 정당화했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정확히 총균쇠는, 학술서의 성격보다는 학술적 연구결과물을 풀어쓴 대중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
저자의 주장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것이 기존의 관점과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는 것이다. 부연하면, 학술적 지식의 발전은 새로운 발견과 주장에 의해 만들어진다. 학술연구에서 새로운 발견은 기존의 지식을 연장 및 확장하거나, 기존의 지식을 반박하는 것이다. 총균쇠에서 저자는 기존의 지식이(인종적 특성에 따른 북반구와 남반구의 불평등)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며 새로운 명제를 제시한다. 저자는 글로벌 불평등의 원인에 대해, 인종적 특성이 아니라 지리적 유산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불평등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방대한 역사적 기록을 동원한다. 하지만 역사적 자료가 주어졌다고 인과관계가 무엇인지 알기는 어렵다. n개의 사건들을 시간적으로 나열해보자(Xt1, Xt2, Xt3.... Xtn). 과거에 먼저 발생한 사건이라고 모두 인과관계라 할 수 없다. 대개, 어떤 요인은 영향이 거의 없고, 특정 요인은 약간 중요하고, 또다른 요인은 매우 중요하다.
자세히 설명하면, 인과관계는 변수 x가 변수 y의 결과에 순수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z 같은 다른 교란요인(confounder)들이 무수히 많이 개입하기 떄문에 순수한 x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는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만약 자연과학의 통상적인 검증절차를 따른다면, 최대한 유사한 조건을 지닌 집단에서 집단 a(처치집단)와 집단 b(통제집단)를 구분하고, 처치집단과 통제집단의 결과값의 차이가 처치 이후 유의하게 달라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과학, 역사학 연구자들은 실험을 하기 매우 어려운 조건에 있다. 심리학, 행동경제학 등 일부 사회과학 분과학문에서 실험이 진행되기도 하고 그것이 사회과학 지식에 기여해온 부분도 매우 크다. 하지만 사회과학에서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지식 또한 분명한 한계가 있는데, 실험실이 통제된 진공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는 진공상태가 아니며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개입한다. 따라서 실험실의 실험도 재현가능성(reproduciblility)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역사적 인과관계 문제는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다. 이미 지나간 과거를 실험으로 되돌릴 수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인과추론을 포기해야하는걸까? 저자는 인과추론의 문제를 '자연실험'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자연실험은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비교적 자세히 소개되기도 하며, 다이아몬드가 제임스 로빈슨과 공동편집한 <역사학, 사회과학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편서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자연실험은 역사적 맥락에서 유사한 조건에 있었지만, 다른 결과로 분화한 사례를 발굴하여 y에 진정으로 영향을 끼치는 x를 발굴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실험과 아이디어는 유사하다. 다만 실험실의 처치집단과 통제집단을 이미 벌어진 역사적 현상에서 서로 유사한 조건에 있었지만 처치 이후 다르게 변화한 사례를 찾는다. 그리고 처치가 무엇이었는지 발견한다.
저자가 폴리네시아 군도를 소개한 것은 인상적이다. 폴리네시아 군도는 여러 섬이 하나의 군도로 밀집해있어 거주자들의 특성이 유사하지만, 섬별로 서로 기후, 지반 특성, 거주 동식물의 차이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하지만 폴리네시아 군도에서 발전과 저발전은 상이하게 일어난 점에서 훌륭한 자연 실험실이다.
군도의 인종적 특성이 유사하게 분포가 되어있는데도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은 인종적 특성은 인과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인종적 특성이 매우 유사한 조건에서 기후, 지반특성, 동식물 등 환경적 특성에 따라 차이가 벌어졌으면 환경적 차이가 발전, 저발전 여부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폴리네시아 군도는 불평등 문제에서 인종적 차이가 중요하다는 명제를 반박하고, 지리, 환경 특성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이다. 당연히 사례 하나로 설명하는 건 아니고, 저자는 이러한 사례를 기원전부터 방대하게 다루며 자신의 주장을 입증했다. 따라서 북반구가 부유한 것은 인종적 특성의 부유함에 대한 영향은 허위관계에 불과하고(상관관계는 있으나 인과관계는 아니라는 말로도 표현 가능하다), 환경적 특질(기후, 지리, 동식물 특성)이 순수한 인과적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총균쇠에 소개된 질적비교방법으로도 가능하다. 질적방법이 부족해 보이면, Large-N을 수집하여 도구변수, 이중차분법, 회귀불연속모형 등 계량모형으로도 검증이 가능하다. 방법론적으로는 모두 장단점이 있다. 어느 것이 우월하다기보다 자신의 설명을 입증하는데 적합한지가 여부가 중요할 것이다.
물론 저자의 주장이 얼마나 신뢰할만하고 타당한지는 지리학, 역사학, 진화생물학 등 저자가 발을 담그고 있는 학술장의 동료들이 주장 및 자료제시에 달려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기존 명제에 도전하여 새로운 주장을 제시하고, 그것을 입증하는 방식은 과학적 사고의 전형 중 하나를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총균쇠를 읽는 방법 중 하나는 과학적 사고의 기반인 인과추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파악하는 것도 하나의 길일 것이다. 사람마다 읽는 방식이 다를텐데 나는 인과추론을 어떻게할지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방식이 좋았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책은 핵심이 10~20퍼센트이면 나머지는 사례와 부가적인 설명으로 가득하죠. 그래서 읽기에 좀 부담스러운 점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어제까지의 세계>는 사례가 좀 적었지만요. 문명의 붕괴 이후 10년만에 책을 쓴 것이라고 하는데, 아마 작가도 그 동안 반성을 좀 하지 않았을까요? ^^
이 책은 광범위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에 디테일 하게 이야기를 한다면 정말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 생략하고 내가 하고 싶었던 핵심적인 이야기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뉴기니 부족사회는 원시시대의 생활모습을 날것으로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 사회를 연구한 이 책은 전통사회의 사법제도, 국가시스템, 육아, 노인문제, 종교 등 모든 인류의 자산을 현대사회와 그것과 대비시켜 압축적이고 생동감 있게, 그리고 2분법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어서 의미 있는 책이었던 같습니다.
우선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 우리가 얼마나 경쟁적이고 정서적으로 피폐한 삶을 살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통사회의 아이들의 놀이는 경쟁이 거의 배제된, 마치 우리가 어릴 적 순수하게 소꿉놀이를 하듯이 항상 남들에게 무엇인가를 주려고 하는 모습이 보편화 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부러웠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바나나를 줬을 때, 그 작은 걸 쪼개서 서로 나눠먹기 놀이를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장난감을 직접 만드는 전통사회의 창의적인 아이들, 빈 캔으로 바퀴를 만들고 나무 막대기로 차축을 만들어 가지고 노는 모습에서 요즈음의 백화점에서 완성된 장난감만을 사는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수동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어른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또래 친구들뿐만 아니라 연령을 불문하고 모든 아이들이 자유롭게 뒤섞여 노는 전통사회 아이들의 모습은 지금 어딘가에 갇혀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고 있을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너무 대조적입니다.
또한 14살의 어린 나이에도 부모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는 전통 사회 청소년들의 조숙한 사교 능력에 비해 우리 10대들은 그 나이에 사춘기를 맞아 고뇌하고 소외되고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년이 되어서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노인들이 경제적인 문제와 외로움에 시달려야 하는 동안 전통 사회 노인들은 그들의 경험을 존중 받으며 그 사회의 정신적 지주로서 존엄성을 부여 받고 사는 모습도 참 대조적입니다.
솔직히 나는 이 시리즈를 접하면서 내가 전부터 반문명적인 경향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분명히 전통사회의 삶은 우리보다 훨씬 정서적으로 강하며 우울하거나 만성적인 신경증 같은 것도 없는 건강한 삶 같았습니다. 그들이 힘들게 노력해서 얻는 소소한 행복을 우리가 소파에 편히 앉아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가늠해보는 것 자체가 오만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 우리 현대 사회는 힘들게 노력하지 않아도 손쉽게 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직접 음식을 만들지 않아도, 배고픔을 느낄 틈도 없이 전자레인지에 1분만 뭔가를 돌리면 포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너무 쉽게 원하는 것을 얻으니 우리 마음 속에 계속 공허함과 피폐함이 쌓여가는 것 아닐까요?
물론 전통 사회의 삶을 무조건 동경해서도 안 된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하여 깨달았습니다. 폭력과 전쟁과 환경적인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항상 먹을 것으로 걱정해야 하고 질병에도 쉽게 노출 돼 있어 삶 자체가 많이 험준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사실 내가 그들의 삶을 동경하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라고 한다면 오래 버틸 자신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 작가가 원한 해답도 결국엔 전통사회의 장점과 현대세계의 장점을 섞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의료혜택을 충분히 받고 질병에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은 자유롭게 뛰어 놀고 노인들은 사회의 존경을 받는 그런 사회를 말하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백화점에서 장난감을 사지 않고 나무를 깎아서 장난감을 만드는 것을, 소비가 있어야지만 체계가 지속될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가 과연 어디까지 허락할 수 있을는지 의문스럽더군요.
같은 학년임에도 학업 수준 별로 반을 분리하려는 우리 현대 사회가 과연 연령 제한 없이, 아이들을 마구 뒤섞인 상태로 자유롭게 뛰어 놀게 허락 할까요?
작가는 사회적인 결단이 없이도 부분적으로 그들의 장점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지만 왠지 우리의 뼛속까지 침투해버린 자본주의의 효율적인 논리가 그런 역진적인 움직임 자체를 용납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우리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전통사회의 여러 제도와 시스템을 현대 삶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만 있게 된다면, 지금 우리가 그런 대단한 사회적 결단을 내릴 수만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고, 인간적인 새 문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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